출판일 : 2022년 6월 30일 | 출판사 : (주)글통 | 페이지수 : 256p | 크기 : 신국판본

저자 : 김영호⦁이지수⦁우평균⦁박진기 | 정가 : 20,000원 | ISBN : 979-11-91965-08-7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됐다. 네 명의 국제정치학자들이 함께 쓴 책이지만 국제정치학자들이 읽을 연구서가 아니어서 반갑다. 책은 러시아 이전 제정러시아와 소련시대의 역사적 배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1절 '전쟁의 기원: 역사적인 접근'의 저자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소련 유학을 다녀왔다. 냉전 종식으로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적에 현지 생활을 한 저자의 글이라 그런 것일까. 러시아의 과거 회귀와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집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푸틴이란 정치지도자를 지지하는 현대 러시아인과 그들 사회의 정신사적 배경을 간명하고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강력한 지도자에 의존하는 미성숙한 개인으로서의 러시아인들에게 아울러 필요한 것이 강력한 조국, 러시아"라며 "가장 광대한 영토를 가졌던 제정 러시아, 지구 절반을 이끌었던 공산제국 소련은 단순한 향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또 푸틴의 높은 지지율은 러시아의 정치적 미성숙성의 지표임을 지적하는 동시에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푸틴의 안정적인 정치적 자산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계기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푸틴 스스로 정치적 자산을 송두리째 탕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절 '러시아 군사력과 정보기관의 실체와 교훈'은 국회 산하 싱크탱크인 케이정책플랫폼(K-POL) 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가 담당했다. 러시아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왜 현실은 다르게 전개됐는가를 첫 질문으로 던진다. 군사력과 경제력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력을 압도하는데 어째서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초전박살내지 못하는 것인가. 저자는 러시아 군대의 실체와 진실을 각 항목별로 나눠 설명한다. 끝에 이르러 "다양한 원인이 분석되고 있으나 그중 최우선적인 것은 통신망의 문제"라며 러시아군의 낙후된 지휘 통신망 체계를 지적한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영미 IT 기업 등으로부터 협조를 받아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러시아군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했다"고 한다. 이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은 고가의 대형 무기체계를 자랑하는 러시아를 저가의 소형 무기체계로 잠재울 수 있었다. 저자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수준과 실체도 언급한다. 정보 수집은 물론이고 비밀공작 능력의 한계를 보여줄 정도였다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질적 수준은 외형적으로 허울만 좋은 러시아 군대와 마찬가지"라고 평가한다.

3절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과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는 김영호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글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의 『인간, 국가, 전쟁(Man, State, and War)』에서의 이론적 틀로 바라본 것이다. 왈츠는 전쟁의 원인을 세 가지 이미지로 나눠 분석했다. 첫 째는 인간의 본성 측면, 둘 째는 국가의 내부 구조와 속성 측면, 셋 째는 국제관계의 구조적 측면으로 이 세 가지 모두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고 봤다. 하지만 방점은 셋 째 이미지에 있었다. 쉽게 말해 국제질서는 본질적으로 무정부(Anarchy) 상태여서 개별 국가들이 자체의 법적 체계와 강제 수단 등으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같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학계에서 왈츠를 '신현실주의(neorealism)의 아버지'라 일컫는 이유다. 여하튼 김영호 교수는 이 같은 왈츠의 고전적 틀로부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했고, 말미에는 한국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를 제시했다. 정리하면 김 교수는 한국이 합법적으로 국제 조약에서 탈퇴해 독자 핵 개발에 나서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절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는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양질의 보고서 한 편을 받아 읽는 기분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나란히 놓고 유사점 및 차이점을 설명한다. 그리고 관건은 미국의 개입, 이른바 확장 억제를 얼마나 확실히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저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라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자신들의 신질서를 구축하려는 현상타파 시도가 본격화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미경중이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존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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