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나토 '신 전략개념'의 표지.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 외에 비대칭 위협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2022 나토 '신 전략개념'의 표지. '신 전략개념'은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 외에 비대칭 위협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2022 '신 전략개념'은 나토의 '가장 중요·직접적인 위협'으로 러시아를, '체제에 도전하여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반하는'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즉 나토 동맹이 러시아와 중국을 주요 상대로 점찍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요소들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편에서는 나토가 러시아와 중국 외에 어떤 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본디 나토의 기본적인 전략개념이 '現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향후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문서'라고 말한다. 즉 '원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중요한 시점에 수립되는 '신 전략개념'은 기존의 전략개념을 계승하는 가운데 변화 요소를 수정·추가한다. 한 마디로 '수정본'이라 할 수 있다. 즉 수정본에 들어가 있는 원본 내용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토의 안보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들이라 볼 수 있다. 그 중 중점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내용은 핵을 비롯한 '비대칭 위협'으로 생각된다.

이번 '신 전략개념'에도 기존 전략개념 및 신 전략개념에 포함되어왔던 비대칭 위협에 관한 내용이 변함없이 담겼다는 평가다. 비대칭 전력에는 핵·생물학·화학 무기 등이 포함된다. 이 중 특히 핵무기 관련된 서술이 눈에 띈다.

나토는 서문에서부터 "나토 핵 능력의 근본 목적은 평화 보전, 강압 예방, 침략 억제"라고 했다. 이어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나토는 핵 동맹으로 남아 있겠다"고 했다. 아울러 나토는 "모두를 위해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안보환경을 조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는 나토가 핵무기를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토는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빼면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유럽 미군기지에서 관리하는 '핵공유' 프로토콜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유사시 핵 발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나토의 '핵계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을 통해 유럽 회원국들과 상의를 거쳐서라야 가능하다. 이는 나토 회원국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로 평가된다. 미·영·프라는, 나토의 삼중에 걸친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은 이번 '신 전략개념'에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 적이 "받아들일 수 없고, 성취하고자 했던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고 ▲ 동맹과 미국의 전략 핵전력은 나토의 안보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며 ▲ 영국과 프랑스의 '독자적인 핵 전력'은 그 스스로 억제 역할을 하고 ▲ 핵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중심이 여러 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에 적의 계산을 복잡하게 하여 억제력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나토는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략적 환경-제18항'에서 "이란과 북한이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언급과 함께 차후 독자적인 핵 개발을 진행하는 국가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신 전략개념'은 테러리즘 역시 나토에 대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테러리즘이야말로 시민들의 안전과 국제 평화·번영에 가장 직접적인 비대칭 전력"이라고 언급했다. 나토는 이미 국제평화지원군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 9·11 테러를 일으켰던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근거지였다. 그 후로도 유럽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야만 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5년 파리에서 1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있다. 그 주도자들 20여 명은 지난 6월 말 프랑스 법원에 의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0년에 이어 이번 '신 전략개념'에서도 테러리즘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나토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된다. 나토는 "테러리즘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과 맞서기 위해 UN·EU 등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2022 '신 전략개념'은 비대칭 위협 외에도 ▲ 기술·우주 패권 ▲ 사이버공간에서의 위협 ▲ 전반적인 해상 안보 ▲ 여성 등 소수자집단 ▲ 권위주의 세력의 대두 ▲ 기후 변화 등 나토가 고려하고 있는 여러 요인들을 언급해놓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나토가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을 뭉뚱그려 언급하다보니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즉 너무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게 되어 구체적인 전략보단 포괄적인 언급을 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리스본 정상회의에서 도출되었던 신전략개념에 대한 분석에서도 나왔던 비판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을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근본적인 나토의 구성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즉 나토는 여러 유럽 국가들로 이루어진 동맹체인데, 각 나라마다 외교·안보 환경과 목전에 닥친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란 것이다. 최대한 많은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고 반영하려 하다보니 구체적인 행동 전략이 도출되기 힘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 '신 전략개념'은 향후 10년간 나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제시하는 이정표와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국가'인 한국으로서는 면밀히 검토해야 할 자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의 신전략개념에 관한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졌듯이 앞으로 이번 '신 전략개념'에 대한 연구도 진척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북핵 문제, 테러 문제, 사이버 안보 등 한국과 나토가 협력할 일들이 매우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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