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원전비중 30% 이상 확대 등과 같은 굵직한 정책 이슈가 주목되고 있지만, 에너지 정책의 중심 축을 ‘공급’에서 ‘수요 관리’로 전환하겠다는 게 또다른 포인트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함에 따라 에너지 생산 비용이 급증한 여건 변화를 고려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한 마디로 ‘시장주의’ 원칙이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발전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시켜 과도한 에너지 수요 발생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것으로, 산업용이든 가정용이든 점진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의미이다.

원전비중 확대 속 ‘공급’ 중심에서 ‘수요 관리’로 에너지정책 대전환도 포인트

이는 ‘공급’에서 ‘수요 관리’로 전환되는 에너지 정책의 대변화로 풀이된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정부가) 30년 전부터 에너지 합리화 계획을 만드는 등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에너지 사용량이나 효율성 부문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공급과 수요 관리가 균형적으로 갈 수 있도록 관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에너지 절감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시범 사업 중인 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제도(EERS)를 의무화한다. EERS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급자에게 에너지 판매량과 비례해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효율성 향상을 위해 투자하도록 하고 목표 달성을 의무화한 제도이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연간 20만TOE(석유환산톤)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효율 혁신 목표 설정 등 자발적인 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에너지캐시백 전국으로 확대, 가정용은 1kWh(킬로와트시)당 30원 캐시백

‘에너지캐시백’도 수요 관리를 겨냥한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전기요금을 아낀 만큰 현금으로 돌려주는 내용이다.

가정과 각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시범사업 중인 ‘에너지캐시백’ 사업이 지난 4일부터 전국 3개 시군구에서 226개 시군구로 대폭 확대됐다. 에너지캐시백 사업은 주변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평균 전기사용량이 적으면 적정량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전체 참여 가구와 단지의 평균치보다 절감률이 높은 가구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전기를 아낀 만큼 에너지캐시백을 6개월 단위로 지급한다. 단지의 경우 절감량에 해당하는 구간별로 2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가구는 절감량 1kWh(킬로와트시)당 30원의 캐시백을 받는다.

4개월 간의 에너지캐시백 시범사업, 전기차 1만2200대 완충 전력량 절약해

산업부는 지난 2∼5월 넉 달간 세종·나주·진천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사업을 시범 실시해 총 779㎿h의 전기를 아꼈다고 밝혔다. 전기차 니로 1만2200대를 완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지난 2~5월 넉달간 세종·나주·진천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에너지캐시백’ 시범 사업을 통해 총 779㎿h의 전기를 아꼈다. [사진=KBS 캡처]
산업부는 지난 2~5월 세종·나주·진천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에너지캐시백’ 시범 사업을 통해 총 779㎿h의 전기를 아꼈다고 밝혔다. [사진=KBS 캡처]

새 정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첫 에너지위원회에서 ‘시장원리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논의하며, 가정·건물 부문의 에너지효율화 이행 방안으로 에너지캐쉬백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홍보 위주의 절전 정책보다 이 제도가 훨씬 효과가 크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급설비 건설비용이 올라가고 최근 전력구입비용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비용효과적인 수단이 되겠습니다"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를 원하는 가구와 아파트 단지는 ‘한전 에너지마켓플레이스’(en-ter.co.kr)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난달 이른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라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인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전기요금은 독일의 30% 수준...시범사업 만족도 90%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MWh(메가와트시)당 103.9달러로 독일의 3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개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캐시백’ 인센티브 제도를 내놓은 데 대해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자체가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경우 ‘더 줄이려고 해도 줄일 게 없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이웃 주민과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반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웃들이 전기를 얼마만큼 절감하는지 알 수 있는 효과가 크다’며, 특히 시범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의 만족도가 90%에 달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캐시백'은 주변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평균 전기사용량이 적을 경우, 돈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사진=KBS 캡처]
'에너지캐시백'은 주변 아파트 단지나 가구보다 평균 전기사용량이 적을 경우, 돈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사진=KBS 캡처]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공식화, 향후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 시사

이 같은 ‘수요 관리’는 향후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공개하면서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공식 입장으로 밝혔다. 이를 위해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위원회에 전기요금 결정권을 부여하는 독립성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수요를 줄이는 시장주의 정책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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