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없다’는 민주당 판단에 반발하며 후보 등록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박 전 위원장은 6일 ‘초심을 되새기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SNS 글을 통해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려도 끝까지 정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삼고초려로 정계에 입문한 박 전 위원장 때문에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현, 자신을 삼고초려했던 이재명 정조준...“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박 전 위원장은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이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 반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고도 팬덤의 비호 아래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본인을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본인에게 약속했던 성폭력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 한다며 “이것은 제가 막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의 SNS 글에서 이재명 의원을 비판한 대목에 이목이 집중된다.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한다’며 자신을 삼고초려했던 이 의원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불꽃 추적단 활동가’로 부추기며, 2030 여성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영입했다. 그 이후 당대표에 준하는 의전을 받으며 박 전 위원장은 성폭력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잔다르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쓰면 뱉는 이재명, 지방선거 패배 이후 박지현과 만난 적 없어

하지만 박 전 위원장과 이 의원 사이의 유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과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최강욱 의원의 성비위 발언에 대해 강도 높은 징계를 요구한 박 전 위원장을 이 의원이 제지하고 나서면서, 결정적으로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의 입당 시기 등을 근거로 피선거권을 갖추지 못했다며, 출마 불허 판단을 내렸다. 필요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자신을 회유했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을 ‘계륵’으로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서 ‘초심을 되새기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SNS 글을 통해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려도 끝까지 정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캡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서 ‘초심을 되새기며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SNS 글을 통해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려도 끝까지 정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캡처]

정치 새내기 박 전 위원장, 이재명에 대한 분노로 당대표 출마 고수?

27살로 정치 새내기인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과 안면몰수한 이재명 의원에 대해 느낀 섭섭함과 괘씸함 때문에 당대표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가 자신의 당대표 출마를 불허한 데 대해, 박 전 위원장은 “나에게는 이미 피선거권이 있다”며 당대표 후보 등록 강행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4월 1일 당의 대의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84.4%의 찬성을 얻어 비대위원장, 즉 임시 당대표로 선출됐다는 것이다. 비대위원장의 정통성을 인정하기 위한 당의 조치였고, 당은 그때 한 달 된 당원인 자신에게 피선거권을 줬다는 주장이다. 즉, 당시에 투표로 선출됐다는 것은 곧 피선거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당시에 부여된 ‘피선거권이 (있다가)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이 박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당시 중앙위 투표로 피선거권을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박지현은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대표 피선거권 없어”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중앙위 인준 절차를 밟은 것이지, 원래 비대위원장은 투표가 필요 없다"며 "이번에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될 때도 중앙위 인준이 필요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와 정기 전당대회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조 대변인의 설명이다. 당헌·당규를 따라야 하는 당대표 선거를 비대위 인준 투표와 비교하는 것은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당헌 2장 6조에 따르면, 당원은 당직 선거와 공직 선거 후보자 선출 선거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 이때 피선거권은 권리당원에게만 부여하지만, 당규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민주당의 당규 2호(당원 및 당비 규정)와 4호(당직 선출 규정)를 보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피선거권은 권리행사 시행일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 중 최근 1년 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주어진다. 올해 2월에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니고 임명직"이라며 "공직 후보자는 당헌·당규상 전략 공천이 있고, 당대표는 당헌·당규상 6개월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동연 당시 후보 역시 6개월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부분을 반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에게만 예외를 인정하면 공정성 시비에 걸릴 수 있고, 본인에게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라며 “이번 결정을 잘 이해해주고 다음 도전을 잘 준비하기를 바란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중권, “피선거권 없다 해도 만들어서라도 출마하게 해야”

하지만 진중권 작가는 박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불허한 민주당을 비난했다. 지난 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진 작가는 “출마하겠다는데 왜 막느냐”며 “피선거권이 없다 하더라도 만들어서라도 줬어야 될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냥 출마하게 해도 대세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진 작가의 판단으로 관측된다. 그는 연이어 “원래는 필요하면 당헌당규까지 고쳤던 사람들”이라며 “설사 피선거권이 없다 하더라도 만들어서라도 줬어야 될 것 같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