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구글 갑질 방지법(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글의 갑질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인앱결제 문제는 답보 상태에 있었다. 시행령이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구글은 오히려 지난 4월부터 ‘아웃링크’ 등 외부 결제 방식을 전면 금지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해당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에 대해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고 고지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인 셈이다.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가운데, 카카오톡이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고수함에 따라 구글플레이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멈췄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가운데, 카카오톡이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고수함에 따라 구글플레이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멈췄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카카오톡, 아웃링크 결제 방식 적용 VS. 구글, 카카오톡 업데이트 거부

그에 따라 구글플레이에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업데이트가 멈췄다. 구글의 공지에도 불구, 카카오톡은 이모티콘이나 톡서랍(클라우드) 구독 서비스에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아웃링크는 앱 내 결제인 인앱결제와 달리 앱 바깥인 웹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앱 개발사들에게는 유리하고, 소비자도 저렴하게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구글은 카카오톡의 이런 조치가 자사의 인앱결제 정책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아웃링크 결제 방식이 담긴 카카오톡의 최신 버전(v9.8.5) 업데이트를 거부한 것이다. 그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등에서는 카카오톡 최신 버전이 제공되고 있으나, 구글플레이에서는 이전 버전(v9.8.0)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 모바일 웹을 통해 '다음' 포털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해 최신 버전 카카오톡을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최신 다운로드'를 클릭 시, 경고 문구가 표시될 수 있으나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공식 앱이니 무시하고 다운로드 하셔도 된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를 제공했다.

아웃링크를 놓고 글로벌 플랫폼과 국민 메신저 사이의 기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구글, 카카오가 삼자대면 자리를 가졌지만 확실한 결론은 내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방통위는 7일 오후 구글코리아, 카카오 관계자와 만나 개별 면담을 가진 뒤 합동회의를 진행했다. 카카오톡 완전 퇴출 등 극단적인 방식이 아닌 상호 협조를 통해 사태를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와 구글 및 방통위의 입장을 통해 쟁점을 살펴본다.

① 카카오가 반기를 든 이유= ‘방아쇠 당기기’

구글플레이 퇴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카카오가 구글에 저항하는 이유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국민앱’이라는 대표성 때문으로 관측된다. 카카오톡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4743만명이다. 설령 구글이 구글스토어에서 앱 삭제를 감행해도 이용자가 유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가 국내 IT업계 대표에 해당하는 만큼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하는 선봉에 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가운데 카카오측은 구글과의 분쟁에 대한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앱인 만큼 좀 더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아웃링크)을 안내한 것일 뿐, 구글과 대척점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당국의 규제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 피해 실태점검에 나선 상황에서, 만약 구글이 카카오톡을 퇴출시킨다면 인앱결제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된다. 현재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관련 실태점검을 진행 중인 방통위의 규제가 앞당겨질 수 있는 방아쇠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회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법 보완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구글 갑질 방지법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책 토론회를 통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조치를 통해 법이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구글의 카카오톡 앱 심사 거절 사태를 놓고 방통위가 진행 중인 앱마켓 사업자 대상 실태점검에 대해 설명하고, 구글과 애플의 법 무력화 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며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글의 갑질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인앱결제 문제는 답보 상태에 있었다. [CG=연합뉴스]
지난해 8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글의 갑질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인앱결제 문제는 답보 상태에 있었다. [CG=연합뉴스]

②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화하는 이유= ‘이용자 지갑 열기’

구글이 카카오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앱결제 강제화를 강행하려는 이유로는 구글플레이의 ‘수익성 저하’가 거론된다. 구글플레이 앱 다운로드 건수의 증가에도 불구,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 소비 지출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와는 정반대 양상이라는 점에서,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5% 성장한 260억 건으로 집계됐다. 다운로드 건수는 늘어났지만,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 소비 지출은 2021년 1분기 수준인 110억 달러를 유지했다.

반면 애플 앱스토어의 올해 2분기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약 80억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iOS 모바일 앱 소비 지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 증가한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양대 앱마켓 총 다운로드 340억건 가운데 구글플레이가 약 76%를 차지한 반면,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 지출은 iOS의 절반에 그쳤다.

구글플레이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앱결제 강제화 정책과 인앱결제 최대 30%의 수수료율을 꺼내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콘텐츠 앱들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이들 앱에 이번 정책을 적용시킬 경우 강도 높은 앱 소비 지출을 이끌어 낼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카카오톡의 반기를 계기로 오히려 ‘이용자 지갑 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③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적용 사례 기다리던 방통위, ‘징계의 칼’ 뽑아드나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지난 4월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5월부터 구글과 애플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해야 이에 대한 법적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카카오톡의 사례는 바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을 따져볼 사례에 해당되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와 구글이 7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주선으로 회동,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와 구글이 7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주선으로 회동,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런 가운데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가 멈추는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관련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카카오 측은 구글이 막은 아웃링크를 내리는 대신, 직접 카카오톡 앱을 배포하는 방식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업계에서는 거대 플랫폼 간 전쟁 속에 인앱결제 이슈가 진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카카오톡 앱 심사 거절 사태에 대해) 실제 아웃링크가 문제가 된 것인지 확인해보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실태점검에 이번 카카오톡 사례를 포함할 예정이며,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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