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을 품고있는 한진그룹의 3세 경영자 조원태 회장은 요 몇 년사이 재계에서 ‘억수로 운좋은 사나이’로 통한다.

최근 세계 메이저 항공사의 최대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문제다. 항공업계에 치명타를 안겨준 코로나19가 대한항공에는 되레 ‘효자’가 됐다.

5공 신군부의 태생적 ‘업보’인 광주 5·18에 대한 ‘속죄’ 차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직전, 호남기업인 금호그룹에 ‘선물’한 아시아나 항공을 문재인 정권에서 손에 넣은 것이다.

과거 30여년간 대한항공에 있어 아시아나항공은 그야말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런 아시아나항공을 모기업인 금호그룹의 부실경영과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접수하게 된 것이다.

토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상반기 아시아나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항공사가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가장 유력한 처리방법으로는 국유화가 제시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경영난에 처한 대표 항공사, 알이탈리아항공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인접국 포르투갈도 같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는 물론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국유화를 전제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11월16일, 문재인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해주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토록 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더해 산업은행은 당시 조원태 회장이 안고있는 최대의 골칫거리까지 해결해줬다. 당시 산업은행 최고위 관계자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오랫동안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온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반도건설 등 3자연합의 반발에 대해서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현재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최대 현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미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는 일이다. 이와관련, 최근 미국 최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양사 합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미국 법무부가 까다로운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지난 5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과 함께 급거 미국 방문길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EU의 제동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무산된 것처럼, 한국의 주요 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는 까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성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두환 5공 정권이 호남경제를 위해 배려한 아시아나항공을 자칭 민주화,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원위치’, 되돌렸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프리미엄 한푼 들이지 않은 ‘공짜인수’로 인한 특혜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에도 23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지난해에는 1조 464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010년 이후 최대의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권의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司正)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둘러싼 특혜의혹의 규명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관련,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낸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문인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선이 끝나자 서둘러 물러났다.

이동걸 전회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산업은행장이 된 후 연임에 성공했고, 2020년 9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민주당 집권)20년”이라는 건배사를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대선 직전인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민배씨와의 돈거래 의혹도 작지않은 부담거리다.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2월28일 한겨레신문은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을 통해 검찰 고위직 출신 등이 주축이 된 이른바 ‘50억클럽’ 멤버들에게 돈을 건네거나 건네려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남욱 변호사 피의자신문 조서를 보면, 검찰이 ‘2019년 8월 김만배, 정영학과 비용 문제로 다툼하던 중 김만배가 약속클럽(50억클럽)을 이야기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김만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에게 돈이 갔고, 그 돈은 조원태가 한바퀴 돌려서(돈세탁해) 약속클럽에 준 것이 있고, 약속클럽 중에서 조원태로부터 받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또 “조원태가 대한항공이나 대한항공 계열사 측 자금으로 약속클럽에 돈을 주면 되기 때문에 못찾을 거라고 말을 했다”며 “조원태가 누나들과의 오너싸움에서 현금이 필요해서 김만배로부터 현금을 투자받았다고 둘러대면 될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앞서 지난 1월, 조 회장이 지난해 7월 김만배씨에게 30억원을 빌렸다가 3주 뒤인 8월 이를 갚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대해 당시 한진그룹 쪽은 “조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급전이 필요해 지인에게 부탁했는데, 지인이 모 언론사 사주를 통해 김만배씨에게 자금을 빌려 조달했다가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조 회장과 화천대유 김만배씨와의 돈거래 문제를 놓고 공세를 펼친 것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대한항공이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관련됐거나 주관한 전시회들에 총 7차례나 협찬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화천대유와 대한항공의 연결고리에 윤 후보 부부까지 끌어들였다.

민주당은 또 “윤 후보의 심복으로 알려진 김모 검사는 270억원 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한진그룹 故 조양호 회장을 불구속기소해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이 김모 검사를 평소 윤 후보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면서 “김만배-대한항공-윤석열-김건희로 연결되는 카르텔이 석연치 않다”고 공세를 폈다.

지난 대선의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인선이 끝나는 대로 한 검찰의 전면적인 재수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장동 의혹은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측에서 성남시장 출신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이슈로 꺼낸 것인데 이재명 후보가 오히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몸통‘이라며 역공을 하는 바람에 진실이 오리무중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재수사와 진실규명은 이재명 후보의 국회의원 출마를 통한 조기 정계복귀 및 당 대표 출마와 맞물려 윤석열 정권의 추후 정국운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민주당 정권의 검찰이 대장동 의혹에 대해 수박 겉핡기식 수사를 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실을 정반대로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치보복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당시 검찰이 덮었던 내용을 다시 꺼내야만 하는데 조원태 회장의 김만배씨 자금세탁 부분이 그 언저리가 아닌가 보인다”고 말했다. <계속>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