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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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에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그간 보여졌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시진핑의 3연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시진핑의 3연임 시도는 그간의 관례를 깨는 것으로서 무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의 권력이 확고하여 그의 3연임은 당연한 것으로 관측되었는데, 최근의 상황변화는 중국의 정치정세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치정세의 커다란 변화는, 최근 중국의 경제악화 때문이다. 경제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시진핑이 추진하고 있는 제로-코로나정책에 기인한다. 그의 극단적 봉쇄정책으로 중국 전역의 도시에서 현재 2억 명 이상이 봉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중국정부는 상하이를 두 달여 동안 봉쇄한 적이 있다. 상하이는 2,600만 인구의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도시다.

현재 중국이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공장과 물류가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경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4%로 하향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는 경제 하방압력이 크며, 방역보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공식통계에서도 생산지수, 소비지수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도시 주민들은 이례적으로 중국정부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등, 민심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중국정부가 통화량을 확대하여 우선 경제악화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중국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악화는 제로-코로나정책 외에 그간 시진핑이 추진해 온 사회주의 이념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첫째, ‘국진민퇴(國進民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경제를 장악하겠다는 것으로서, 민간기업이 국유기업에 의해 잠식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주의의 근간은 공유경제이며 공유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국유기업이란 논리에 따른 것이다. 둘째, 중국의 주요모순을 덩샤오핑의 ‘빈곤 타파’에서 ‘격차 해소’로 바꾸었다. 이것은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사회주의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미국의 디커플링에 대응하여 ‘자력갱생’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공산당의 자살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이 경제의 창의성을 만들고 개방적인 경제체제가 경제발전을 촉진한다는 관점에서, 중국경제의 희망을 잃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미래 정치상황에 대해 3가지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시진핑의 3연임 좌절과 리커창의 등극이다. 이는 시진핑의 극단적인 이념 중시정책을 반대하는 실용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둘째, 시진핑과 리커창의 역할분담을 통해, 리커창 총리가 경제를 어느 정도 회복시킨 후 퇴장하고 시진핑이 3연임을 하는 것이다. 셋째, 20차 당대회 이후에 시진핑과 리커창이 명실상부하게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진핑의 3연임은 이루어질 것인가? 이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내의 권력투쟁은 암상자로서 외부에서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중국 정치의 미래를 큰 틀에서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 공산당의 최대목표는 권력의 유지이다. 공산당 통치의 유일한 의지는 경제발전이다. 지금까지 공산당 정권이 유지되어 온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 인민을 경제적 빈곤에서 탈피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업적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의 독재가 강화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빈부격차가 생겨도 일반 인민은 참고 지내왔다. 하지만 경제가 악화된다면 공산당정권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둘째, 시진핑은 과거의 마오쩌둥을 모방하고 있다. 시진핑은 자신의 독재권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에 있어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에서 떠나서 사회주의이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의 권력 유지는 위태롭게 보인다. 마오와 시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는 마오의 카리스마가 없다. 마오는 자신의 권력을 직접 만들어냈는데, 시는 중국 정치파벌의 타협의 산물로 그 자리에 올랐다. 마오는 중국 공산당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마오는 좋은 의미이던 나쁜 의미이던 천재이며 모략가였다. 하지만 시는 마오의 비범함과 다르다. 마오는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으로 각각 수 천만 명을 희생시켰지만 그가 죽을 때까지 권좌에 있었던 것은 그의 막강한 권위 때문이었다. 한편, 마오의 이념은 중국을 파탄으로 이끌었고,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는 중국의 발전을 이끌었다.

결론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정권 자체의 생존을 최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시진핑의 3연임 문제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시진핑의 3연임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의 이념을 중시하는 경제경책과 극단적인 도시 봉쇄는 경제를 상당히 악화시킴으로써 공산당 자체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권력은 확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벌정치로 운영되는 중국 권력구조에서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중국 내에서는 시진핑의 주요 정책에 대해서 반대의견들이 나오는 현상이 이례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룽지 전 총리는 시진핑의 경제정책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권위 있는 한 학자는 한국 언론에 “중국이 도광양회(강대국이 될 때까지 자신의 힘을 감추어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공산당이 언론검열을 엄격하게 하는 상황에서, 중국 학자가 시진핑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정세는 다음과 같이 예상된다. 첫째, 시진핑이 추진해 오던 이념 중심의 경직된 경제정책과 극단적인 봉쇄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 시진핑이 이념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고수하려 할 경우, 그의 3연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경제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3연임을 하더라도 그의 정치적 권위는 예전 같지 못하고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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