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던 당시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강제로 북송한 사실 자체가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다.

탈북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2019년의 사건이 적절했느냐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탈북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2019년의 결정이 적절했느냐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탈북어민 인계의사 전달한 11월 5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 초청

반면 2019년 당시 청와대 국정상활기획실장이었던 윤건영 의원은 2명의 어민을 ‘16명의 동료를 살해한 엽기적 살인마’로 규정하며, 국민의힘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전 정부 흔들기’라고 비판하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연속 출연하며,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CBS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총 감독으로 나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 작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가롭게 정쟁에 몰두할 때가 아닌데, 대통령이 정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게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북측에 탈북어민 인계 의사를 전달한 2019년 11월 5일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송부했다. 따라서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명시된 ‘김정은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주민 보호라는 헌법적 의무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4가지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① 귀순의사에 진정성 없었다고?...그들은 귀순의향서에 사인했다

윤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이들은 남으로 내려오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자강도로 가려고 했었던 것"이라며 "귀순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도망을 가다가 체포된 후 귀순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귀순의사도 없었고, 귀순의향서에도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서훈 국정원장이 모두를 속였다”면서 “(당시 2명의 어민들이) 그냥 보호조치만 요구했을 뿐, 귀순의향서에 사인한 사실을 명시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귀순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귀순의향서에 사인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14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탈북어민이 귀순의향서에 사인한 사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말했다. [사진=CBS라디오  캡처]
14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탈북어민이 귀순의향서에 사인한 사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말했다. [사진=CBS라디오 캡처]

그러면서 하 의원은 “(민주당 측의 주장대로) 만약에 그들이 흉악범이라면 귀순에 100% 진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흉악범이라면 북한에 돌아갈 경우 고문에 총살이 명백한 상황인데,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그들이 처음에는 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국 가면 무조건 북송되기 때문에, 탈북해도 소용없다’는 식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 의원은 주장했다. 한국에 잡혀도 두드려 맞고 똑같이 고문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귀순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명확하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2019년 11월 7일 오후 3시 판문점에 도착한 탈북어민 2명이 북송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다”며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4일 CBS라디오에 출연, '탈북어민 강제 북송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4일 CBS라디오에 출연, '탈북어민 강제 북송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② 16명을 살해한 엽기적 살인마라 북송?...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돼/살인 등 중범죄 북한 주민 10여명 국내 거주 허가 받아

2019년 11월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배에서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가 남한으로 넘어온 흉악범이라는 점. 그리고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서 북으로 인계했다. 그런데 3년 만에 통일부의 입장이 ‘탈북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에 받게 될 피해를 생각한다면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본질은 ‘이들이 16명을 죽인 흉악범이냐, 아니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16명을 죽였다는 것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사실이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소한의 양심을 믿고 싶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하 의원은 ‘16명을 죽였다면 그 배는 피로 흥건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 배를 ‘물증’으로 수사를 제대로 한 다음, 법원에서 판단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건영 의원은 당시 그 두 명의 어민들이 선박에 페인트칠을 했고, 사체는 유기했고 선박에 있던 모든 증거들은 다 바다에 버려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증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웠을 경우, 그들이 진술을 번복하게 되면 처벌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을 폈다.

윤 의원은 “특히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입장은 확고하다. 권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절차적으로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적인 조사를 잠깐 한 것으로 살인죄를 단정해서 북쪽으로 추방하는 건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강제 북송된 탈북어민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제도에 의한 재판을 받아야 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강제 북송된 탈북어민 문제에 대해 '우리 사법제도에 의한 재판을 받아야 하고,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욱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4일 통일부로부터 받은 구두 답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법이 시행된 1997년 이후 살인 등의 중범죄를 저지르고 입국한 북한 주민 10명이 국내 거주를 허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마이기 때문에 북송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변명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③ 경찰특공대가 북송?...표류한 북한 주민 호송은 대한적십자사가 맡아야

조선일보 7월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강제 북송 당일인 2019년 11월 7일 오전 9시경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방부에 “군이 (귀순 어민을) 송환해 줄 수 있느냐”며 “송환 시 자해 위험이 있어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 대대에서 에스코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방부는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쯤 “군 차원에서의 민간인 송환은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청와대 안보실은 경찰특공대원 8명을 동원해서 같은 날 오후 3시 10분쯤 판문점에서 강제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표류해 온 북한 주민을 호송할 때는 대한적십자사가 인계하는 원칙을 명백하게 어긴 것이다.

당시 귀순 어민들의 눈을 가리고 포박한 채로 판문점까지 이송한 데는 “송환 시 자해할 위험이 있다”는 당국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귀순 어민들의 강력한 귀순 의지를 인지한 정부 입장에서는, 강제 북송 시 자해할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④ 탈북어민의 강제 북송, 국제법인 고문방지협약 위반에 해당

2명의 어민을 강제로 북송한 2019년의 사건은 ‘고문방지협약’이라는 국제 인권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제재와 인권 전문 변호사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서 “검증되지 않은 북한의 ‘살인자’라는 주장에 의지해, 그들이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그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공정한 사법절차가 없는 곳, 구타, 고문 등 끔찍한 인권 유린이 예상되는 지역으로는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설령 흉악범이라는 SI(특수정보)가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면 죽음을 당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우리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그들의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로 북송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북한으로 갈 경우 고문이 명확한 상황에서 그들을 북한으로 보낸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완전히 ‘반인륜 국가’로 낙인찍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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