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 지지율 하락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청와대를 나와서 대한민국 최초의 출퇴근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도어스테핑(doorstepping)에서 나오는 걸러지지 않은 말들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논란의 와중에 하루를 쉬었다가 다시 도어스테핑을 부활시킨 과정을 보면 윤 대통령 본인의 이에대한 의지랄까 ’고집‘이 여간하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같은 대통령의 출근길 모습은 오래전에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청와대 주요 참모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도는 상황에서 가장 처음 홍보수석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삼성의 최고 홍보담당자였다.

한 공중파 방송사의 기자, 앵커 로 일하다가 삼성으로 옮긴 이 임원은 자신을 둘러싼 하마평에 대해 “그런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회사에 보고했다. 본인의 고사(固辭)라는 이유로 그의 청와대행은 없는 일이 됐는데, 다음 후보, 그리고 최종적으로 홍보수석이 된 인사는 공교롭게도 같은 직장에서 특별히 친했던 사람들이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둘러싼 논란은 흠집잡기 내지 시비걸기 측면이 강하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 정권의 등장에 저항하는 주류 좌파언론이 있다.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1년에 단한번, 신년 기자회견으로 언론접촉을 다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각이 더 좋았다는 식의 논조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도어스테핑을 보여주는 사람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매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반도체시장 문제나 자신을 둘러싼 사면이슈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도어스테핑 형태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는 야당과 좌파언론이 나서 온갖 비난과 험담이 이어지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말을 놓고는 거의 시비가 없다.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과 최대 재벌의 오너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제 취임 석달째 접어드는 윤 대통령에게는 이전처럼 야당과의 ’허니문‘, 언론의 ’용비어천가‘가 없다는 점이다.

또하나, 윤 대통령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언론장악‘을 못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국내 최대 광고주로서 대부분 언론의 생명줄을 뒤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시달리던 지난 10여년간, 삼성전자의 천문학적 영업이익 중 언론에 지출된 ’광고효과 없는 광고‘ 액수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언론단체의 지적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추락하고 있지만, 지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를 열광시키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쫄깃해서 청심환을 먹는다”고 할 정도다.

’...우영우‘의 인기는 진실과 공정, 정의 배려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갈망과 공감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잘한다. 그들의 연기는 단순한 연극기술이 아니라 디테일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진실성으로 빛난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정치의 길임이 분명하다. 이 새로운 길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영우’처럼 올바른 목표, 가치의 전제위에 디테일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과 절제된 언어다. 도어스테핑 그 자체가 아니라 디테일이 문제다. 천사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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