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징벌세’ 폐지한 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비수도권 소액 아파트 투기 조장할까
다주택자 ‘징벌세’ 폐지한 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비수도권 소액 아파트 투기 조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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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21일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 세금을 중과하는 과세 기준을 주택 수가 아닌 집값으로 바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징벌적 과세의 상징이었던 종부세가 실제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일 윤석열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완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주택 수가 아닌 집값으로 과세 기준을 바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취지이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윤석열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완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주택 수가 아닌 집값으로 과세 기준을 바꿔,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취지이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가 되어 실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 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생각해, 정상화 차원에서 개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침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종부세 체계를 개편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남의 똘똘한 한 채 보유자보다 다주택자 ‘종부세’ 줄어들게 돼...전문가들 “다주택자 매물 감소” 전망...민주당 반대해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2018년 이전 수준으로 과세 정책이 회귀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는 1주택자보다 2주택자가, 2주택자보다 3주택자가 훨씬 많은 종부세를 내는 구조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중과세율을 도입했고, 2020년에는 중과세율을 2배 수준으로 대폭 올렸다. 그에 따라 서울 강남 등 소위 ‘똘똘한 1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의 집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수억 원대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왜곡 현상도 문제가 됐다. 서울 강남에 공시가 33억 원 집을 가진 1주택자와 마포, 대전에 총 21억 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가진 사람의 경우, 현행대로라면 마포와 대전의 2주택자 보유세가 더 크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강남 1주택자보다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으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완화된 만큼,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입장에선 보유세 부담을 일단 안고 갈 수 있겠다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 시행될지의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이 명백한 '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① 종부세율=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최대 2.7%의 종부세율이 적용

현재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3주택 이상)는 1주택 기본 세율(0.6∼3.0%)보다 높은 1.2∼6.0% 중과세율로 세금을 낸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종부세율은 1주택, 다주택 모두 2019년 기준(0.5%~2.7%)이 적용된다. 3억원 이하는 0.5%, 3억~6억원 0.7%, 6억∼12억원 1.0%, 12억∼25억원 1.3%, 25억~50억원 1.5%, 50억∼94억원 2.0%, 94억원 초과는 2.7% 등으로 세율을 개정한다. 3%~6%인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율도 2.7%로 낮아졌다.

기존에는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자에게 적용되던 세율이 달랐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주택 수와 상관 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으로 최대 2.7%의 종부세율이 적용되면, 여러 채를 팔아 비싼 집 한 채를 사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똘똘한 한 채'에서 '똘똘한 두 채'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농가주택이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만큼, 서울 강남 등의 '똘똘한 한 채'와 지방의 저가주택을 동시에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② 세부담 상한= 주택 수와 상관없이 150%의 세부담 상한을 적용해 단일화

세부담 상한은 전년보다 산출세액이 아무리 많이 늘더라도 실제 부과는 일정 수준 이하로 한다고 정해둔 상한선이다. 갑자기 세부담이 너무 크게 느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당초 200%에서 300%로 상한이 올라 세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주택 수와 상관없이 150%의 세 부담 상한을 적용해 단일화한다. 다만, 법인은 상한 없는 규제를 계속 받게 된다.

이 조치는 당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300%에 달했던 비정상적인 상한선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③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3억원 올려 9억원으로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은 내년부터 9억원으로, 기존보다 3억원 상향된다. 2006년 이후 조정이 없었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63.4% 상승한 것을 감안한 조치이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은 12억원으로, 1억원 상향된다. 또 1세대 1주택자는 종부세 특별공제를 도입해 올해 한시적으로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11억원에 더해 3억원 특별공제를 적용한다.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4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④ 다주택자와 1주택자 모두 혜택= 1082만원 내던 1주택자는 556만으로, 550만원 내던 조정지역 2주택자는 33만원으로 종부세 줄어

세제 개편 수혜가 다주택자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높인 1주택자 세율도 일부 낮아진다.

기재부가 공개한 1세대1주택자 종부세 변동 시뮬레이션(공정시장가액비율 80%)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5억원인 경우 원래대로라면 올해 98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37만원만 내면 돼, 세 부담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30억원 주택은 1082만원에서 556만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공시가격 합산액이 10억원일 경우 현행 550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개정안에 따를 경우 33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공시가격 합산액이 15억원인 경우는 현행 1596만원에서 222만원으로, 20억원인 경우 3114만원에서 553만원으로, 30억원인 경우 7151만원에서 1463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에 대해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싼 비수도권 다주택자들이 상대적 많은 혜택을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자칫 비수도권 주택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주택 장려 메시지 될 수 있어” VS. “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세 이어질 것”

21일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완화 방안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21일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완화 방안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의 부동산 중개업소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시장의 전망은 엇갈라고 있다. 새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안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집값 조정 기대감과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침체한 거래 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를 낮추려면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줄여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권 초기에 부동산 매물이 쏟아지길 바라면서 시행한 ‘양도세 중과 유예’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2주택자도 모두 투기 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던 것도 문제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방안들은 다주택을 장려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아직 95% 수준인 점 등을 감안하면, 공급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투기의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반면 종부세 완화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 압박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조정 기대감 등으로 집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은 줄었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취득세 중과와 내년 5월 9일 이후에는 양도세 중과가 여전히 유지되는 탓에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매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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