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정 조인식 모습.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정 조인식 모습. (사진=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9년 전이던 1953년 7월27일은 북한에 의한 6·25전쟁 발발 시점으로부터 3년을 넘기고서야 정전협정이 맺어진 날이다. 이를 기점으로 한반도에서는 정전체제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정전체제는 유엔군사령부(유엔사령부, UNC)에 의해 그나마도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전협정 체제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두 개의 축은 사실상 반쪽짜리 기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전협정 체제를 지키는 두 개의 축은, 크게 정전협정 제19항에 명시된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제36항의 중립국감시위원회(중립국감독위원회, 중감위)로 이루어져 있다. 군정위와 중감위 모두 반쪽짜리 기능을 하는 데에 그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던 김용현 예비역 육군중장(現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과거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전협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북한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전협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북한의 행태는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그들의 행적을 통해 입증된다. 지난 69년간의 세월 동안 군정위와 중감위가 반쪽짜리로 기능을 하는 기구로 전락한데에는, 북한의 정전체제 무력화 의도에 기인한다. 중감위의 공산측 국가의 철거와 군정위의 와해 시도로 인한 결과에 있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린 작금의 현실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4개 국가 중 2개 국가만이 참가하고 있는 중감위는 단독 국가만으로 운용될지 모를 상황에 처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정전체제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지난 1953년 7월27일 오전10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자격의 마크 W.클라크(Mark W.Clark) 미(美)육군대장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로 표기된 공산군 측의 北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彭德會·펑더화이)와 서명한데에서 시작한다. 그 시점으로부터 12시간이 경과한 그날 22시부터 정전체제가 성립됐다.

6·25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문(사진=국가기록원, 편집=조주형 기자) / 오른쪽부터 미(美) 육군 대장 마크 W.클라크(Mark W.Clark), 공산군 측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彭德會·펑더화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北 김일성의 서명.
6·25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문(사진=국가기록원, 편집=조주형 기자) / 오른쪽부터 미(美) 육군 대장 마크 W.클라크(Mark W.Clark), 공산군 측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彭德會·펑더화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北 김일성의 서명.

정전협정의 제36항에서는 중립국감시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가 명시돼 있고, 제19항에서는 군사정전위원회(UNC MAC :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군정위)가 규정됨에 따라 오늘날 중감위·군정위가 정전체제를 지탱하게 됐다. 중감위 구성국은 유엔군 측의 스웨덴·스위스가, 공산군 측의 폴란드·체고슬로바키아가 편성됐다. 이들 4개 국가의 장성급 장교 중에서도 사령장(General)급 장교가 각국을 대표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를 강제 철거시킨다. 그해 4월3일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면서, 북한은 자유민주주의체레를 선택한 체코에 대해 이질적 체제라는 점을 빌미로 들어 이들을 몰아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배경에는 소련 붕괴라는 세계정치의 파도가 작용한 탓이었다. 그로부터 2년만인 1995년, 북한은 폴란드 대표단 또한 강제 철수시켰다.

정전협정을 지탱하는 중립국감독위원회에는 현재 스웨덴과 스위스대표단 만이 남아 있는데, 그마저도 위태로운 상태다. 지난 1914년부터 비동맹 중립정책을 고수해온 스웨덴은 지난 5월1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밝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29일 나토 순방 당시 그와 만나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온 스웨덴이 나토에 참여하게 될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히 중감위 지위 유지 여부에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4일 저녁 유엔사령부 소속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은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한반도가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중감위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스웨덴의 움직임이 중감위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군 안팎의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

두번째 축인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의 경우 10명의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측이 각각 5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으며 정전협정 상 '위반사건 협의·처리 및 공동감시소조(JOT) 운영'을 통해 정전협정의 이행 및 감독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군정위 또한 무력화된지 오래다. 지난 1991년 3월25일, 유엔사는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를 국군의 황원탁 육군소장을 임명했는데 이를 북한이 문제 삼고서 회담 참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간 계속 황 소장 임명 건을 두고서 불만을 표출해오던 북한은 1994년 4월28일 군정위의 공산측 위원들을 철수시키고서 한달만인 그해 5월24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한다. 그해 겨울, 중공군 군정위원들을 철수시켰고, 1996년 4월4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정전협정 준수 임무 포기"를 공식선언하기에 이른다.

유엔사령부와 정전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북한의 시도는 수없이 많았었지만, 지난 1991년 중감위 무용론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중감위의 체코를 1993년 축출 후 1994년 조중측 군정위원들을 철수시켰다.

그 다음해인 1995년에는 중감위의 폴란드 퇴거 및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했고 정전협정 준수 포기를 공식 선언하기에 이른다. 판문점대표부를 따로 설치하고서 배후에서 각종 점령 훈련 등을 해왔다는 점을 통해, 이들이 전시에는 판문점을 무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종합하면 북한은 그동안 정전체제의 붕괴를 본격화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장인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에서 친교 산책을 할 때 마주칠 '도보 다리'는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시설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 차려진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이) 공동 식수를 마치고 나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 다리까지 양 정상이 친교 산책을 하면서 담소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보 다리는 JSA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지어진 회담장과 그 동쪽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m쯤 되는 작은 다리다. 사진은 지난 6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판문점 현장 점검에 나서 도보 다리를 걷는 모습. 2018.4.26 (사진=연합뉴스)
도보 다리는 JSA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MDL) 위에 지어진 회담장과 그 동쪽에 있는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 사무실 사이에 놓인 길이 50m쯤 되는 작은 다리다. 사진은 지난 6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판문점 현장 점검에 나서 도보 다리를 걷는 모습. 2018.4.26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북한의 정전체제 붕괴 시도는 계속돼 왔다고 볼 수 있다. 정전체제의 붕괴론을 앞세워 유엔사령부의 해체와 주한외국군(주한미군)의 철수를 유도하려는 이같은 시도는 지난 1974년 9월27일 중국의 유엔 연설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정전체제 붕괴 시도는 북한 말고도 최근 문재인 정부 집권기 당시에도 있었다. 바로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시도였던 것. 지난 2020년 6월15일, 즉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한에 의해 폭파되기 단 하루 전 더불어민주당 주축의 현역 국회의원 174명은 '한반도 종전선언'촉구 결의안(2100461)을 발의했었다.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에 따르면, "정전체제를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하며 종전선언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미국과 중국, 북한 정부가 조속히 종전선언을 하고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본격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한다"라고 밝힌다.

이같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할지도 모를 종전선언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정전협정체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체제를 관할하는 유엔사령부의 해체의 단초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한편, 다음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174명의 명단이다./

김경협․조오섭․전혜숙․김용민․노웅래․한준호․기동민․김원이․윤후덕․강병원․이용선․이개호․남인순․진성준․김승남․강선우․신동근․이성만․민형배․윤재갑․이수진(비)․신정훈․문정복․김주영․김민철․이은주․김민석․고영인․이용우․강준현․박찬대․안규백․최종윤․임종성․홍익표․이형석․허영․송재호․김회재․오영환․전용기․서삼석․김남국․전재수․김정호․정성호․서영석․박홍근․문진석․한정애․권인숙․박정․권칠승․홍정민․이규민․도종환․이용빈․정일영․맹성규․안민석․황운하․정태호․이장섭․민홍철․우원식․윤미향․이수진․윤호중․소병훈․김윤덕․박상혁․송영길․황희․천준호․이해식․김승원․김홍걸․송옥주․박성준․홍성국․신현영․박재호․오영훈․유기홍․김병기․박완주․이낙연․김성주․어기구․김한정․유동수․최강욱․양정숙․설훈․이인영․장경태․김두관․조승래․전해철․민병덕․고용진․이원욱․진선미․홍영표․안호영․이동주․윤영찬․윤건영․한병도․임오경․이상직․윤영덕․위성곤․서영교․소병철․양이원영․김병욱․백혜련․김철민․김민기․주철현․정필모․이재정․이소영․박용진․허종식․우상호․김영호․김병주․이학영․박주민․신영대․김성환․김경만․김종민․윤준병․이원택․홍기원․송기헌․고민정․오기형․김영배․양향자․박영순․임호선․양기대․양경숙․김진애․이병훈․이정문․박범계․배진교․인재근․이상민․강득구․박광온․최기상․최혜영․이광재․송갑석․장철민․서동용․최인호․정청래․정정순․정춘숙․김교흥․김수흥․변재일․윤관석․유정주․이상헌․김영주․김상희 의원(174명)/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2018.4.27(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2018.4.27(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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