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은 허위사실?

“KBS,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닙니까? 우리가 어떻게 이걸 장악합니까?” 얼마 전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KBS 라디오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노조는 즉각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허위사실 유포이자 방송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경거망동’이라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면서, 권성동 직무대행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언론노조 중심의 공영방송 편파 보도 사례를 모니터해온 ‘공정언론 국민연대’라는 단체가, 권성동 직무대행의 발언 내용이 과연 허위사실인지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언론노조는 애써 외면하면서 전선을 다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로 옮기려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민주당을 향해 공영방송 관련법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정청래 과방위 위원장도 공영방송 관련법을 21대 후반기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화답했다.

그런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논의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가 바로 ‘노영방송’, 즉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의 운영과 보도 논조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만약 이 문제를 쏙 빼놓고 나머지 지배구조 문제만 다룬다면, 오히려 노영방송의 구조를 심화시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改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왕 ‘노영방송’ 논란이 촉발된 김에,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주장에 대한 언론노조의 진지한 반론 제기를 기대한다.

2.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언론노조

과유불급(過猶不及). MBC의 단체협약, 편성규약, 윤리위원회 운영규정 등을 통해, 언론노조의 인사 개입 권한이 이중삼중으로 보장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받는 느낌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MBC가 채택하고 있는 ‘국장 책임제’이다. 편성, 보도, 제작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해당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장의 권한을 보장한다고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서 선언하고 있다.

이 제도가 왜 문제라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MBC는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MBC 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은 MBC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하지만 방문진이 MBC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어서, 주주총회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방문진 이사회가 MBC 사장과 이사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혹시나 이사들이 방문진의 눈치를 볼까 봐, 이사가 아닌 실무국장이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못 박아둔 것이다.

뉴스와 관련해서는 보도본부장이 아닌 통합뉴스룸 국장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시사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도 방문진에 업무보고를 할 필요가 없는 국장급 본부장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방문진 이사들이 보도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봐야, 허공에다 대고 총을 쏘는 셈이다. 방문진에 출석하는 이사들이 자신들은 보도나 제작에 대해 관여할 권한이 없으니, 해당 국장에게 의견을 전하겠다는 식으로 발뺌하니 말이다. 언론노조가 단체협약을 내세워 방문진이 임명한 이사진으로부터 편성, 보도, 제작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뺏고 있는 ‘국장 책임제’가 MBC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렇게 방문진에는 출석도 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 편성, 제작, 보도 관련 실무국장들이 언론노조에 대해서는 이중삼중으로 책임을 지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MBC 단체협약 제26조 2항에 따르면 편성, 제작, 보도국장에 대해서는 해당 局 소속 언론노조원들이 참여하는 임명동의제 투표를 하게 되어있다. 재적 과반의 투표와 투표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없다.

혹시 주요 국장들이 임명되고 난 뒤 마음이 바뀔까 봐 중간평가 제도도 마련해두었다. 국장 보임 후 6개월이 지나고 해당국 재적인원의 1/3 이상이 기명으로 중간평가를 발의할 경우 국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는데, 재적 과반의 투표와 투표 과반의 찬성으로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또 국장으로 보임되거나 중간평가를 받은 지 6개월이 경과하면, 정책간담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 운영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MBC 단체협약 제34조에 규정된 보직자에 대한 상향평가는 편성, 보도, 제작의 주요 국장들뿐 아니라 모든 부장이나 국장들에게 적용된다. 매년 시행되는 인사평가에서 상향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보직자에 대해서는, 보직을 박탈하고 1년간 보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재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상향평가 결과를 노조위원장이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역 MBC 인사에도 언론노조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선 지역 MBC 사장을 선임할 때, 노사 동수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지역사 사장 후보를 2배수로 확정하면, 본사 사장이 최종 면접을 통해 지역사 사장 내정자를 결정한다. 2018년부터 새로이 도입된 제도인데, 2017년 언론노조가 김장겸 전 사장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공을 많이 세웠기 때문에 도입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원래 지역사나 자회사 임원의 선임은 방문진 이사회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사항인데, 이미 내정된 단수 후보자를 대상으로 협의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역 MBC 사장의 선임에도 방문진보다 언론노조의 입김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 사장의 임기 2년이 지난 후 구성원 1/2 이상이 기명으로 발의하고 2/3 이상이 불신임할 경우, 본사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MBC사장이 해당 언론노조원의 뜻에 반하는 경영행위를 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2017년 말 본사 김장겸 사장 체제가 무너진 다음, 16개 지역 MBC 사장들도 ‘경영능력 부재’ 등의 이유로 모조리 쫓겨났다. 그 공백을 2018년 3월부터 언론노조가 공동 추천한 사장들이 채웠는데, 그 결과는 참담하다. 2018년 이후 지역 MBC는 연속 5년간 매년 500억원대의 영업수지 적자를 기록해, 일부 지역MBC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언론노조에 대한 보은인사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MBC 인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사장 퇴진운동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987년 창립 이후 파업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통해 황선필, 김영수, 최창봉, 강성구, 김장겸 사장 등 보수 성향 사장 5명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지상파 독과점 시대에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볼모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론노조의 벼랑끝 전술이 실패한 유일한 사례는 김재철 사장의 경우였다. 그 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노성대 사장의 전격 사퇴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긍희 사장의 연임 포기 선언도 언론노조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라는 설이 유력하다. 수많은 사장들을 퇴진시킨 경험이 있는 언론노조는 보수 경영진이 들어설 경우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파업의 명분을 노릴 것이다.

3. 공정방송 감별사 언론노조

언론노조의 진정한 힘은 ‘공정방송의 감별사’라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저명한 언론윤리학자 존 메릴은 “공정성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며 누구의 입장에서 공정할 것인가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언론노조의 시각에서 접근하도록 하는 핵심 장치가 바로 공정방송위원회이다. 2019년 개정된 MBC의 공정방송위원회 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정방송위원회는 사장과 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각 5인 이내의 동수로 구성되며,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한다. (KBS의 공방위는 근로자측 대표로 보수성향의 KBS노조원도 1명 참석하는 데 반해, MBC는 전원 언론노조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 프로그램의 방송이나 제작 과정에서 방송강령과 윤리강령을 비롯한 MBC 제작가이드라인과 방송편성규약의 위배가 있는지를 심사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책임자에 대한 문책까지 요구할 수 있다.

○ 위원 1/3 이상의 동의로 회의에서 다룰 사안과 관련해 필요한 자료(기사, 구성안, 대본, 촬영 원본, 편집본 등)를 요구할 수 있으며, 담당 보직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과거 PD수첩 제작진이 검찰의 광우병 방송 촬영 원본 제출 요구를 끝내 거부한 것과 대비된다.

○ 역시 1/3 이상의 동의로 관련자의 회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당사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 공방위는 방송강령과 윤리강령을 위반한 보직자와 자료제출이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보직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할 수 있다.

○ 문책은 보직 해임과 인사위원회 회부를 의미하며, 공방위 재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이 경우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 사장이 문책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보직자가 별건으로 다시 공방위에 회부되어, 문책요구 의결절차에서 가부동수가 나올 경우 사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 공정방송위 운영규정의 개정 또는 폐지는 노사 합의로만 할 수 있으며, 어느 한쪽에서 개정을 요구할 경우 상대방은 이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

2012년 MBC의 170일 파업의 진원지(震源地)는 바로 이 공방위(당시는 공방협)였다. 원래 김재철 사장은 공방협 규정을 이유로 2011년 1월 언론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었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2011년 9월 26일부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통보하자, 김재철 사장은 결국 ‘국장 책임제’의 폐지만 얻어낸 채, 공정방송협의회 규정이 포함된 단체협약에 서명을 했다.

10월 17일 단협이 체결되고 보름만인 11월 3일 열린 공방협에서 언론노조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 보도와 서울시장 선거 보도 문제를 집중 비판하면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그리고 정치부장의 보직 변경을 요구했다. (당시 공방협 규정에는 보직 해임이 아니라 보직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이어서 2012년 1월 3일 발행된 비대위 특보 제37호에서 언론노조는 ‘이번 주까지 답변 없으면 전면전 돌입!’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주장했다.

“10.26 재보궐 선거와 관련하여, 지난 11월 열린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보도본부장·보도국장·정치부장의 보직 변경을 요구했다. 한미 FTA 반대 집회 보도에 관련해서는 이 세 명과 편집1부장·사회2부장에 보직 변경을 요구할 것이며,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논란과 관련해서도 편집1부장과 사회2부장을 상대로 재차 보직 변경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로써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정치부장, 편집1부장, 사회2부장은 지난 11월부터 각각 두 번 이상씩 보직 변경 요구를 받게 된 것이다. 단협상 김재철 사장은 이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단체협약이 체결된 지 불과 3달이 안 된 시점에서, 보도 관련 핵심간부 5명의 보직 변경을 요구받았다면, 김재철 사장은 사실상 식물 사장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19대 총선을 불과 4개월, 18대 대선을 불과 11월 남겨둔 상황에서 말이다. 김재철 사장이 4차례에 걸친 공정방송협의회 개최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는데, 나중에 2012년 파업 관련 소송에서 회사가 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노조 위원장 출신이 MBC 사장이 된 2018년 이후,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나, 보직자에 대한 문책요구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언론노조의 입장에서 본 지난 5년간 MBC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공정했던 모양이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치위원회를 둔다’라는 규약(제29조 정치위원회)을 가진 언론노조의 입장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판정하는 것에 대해 많은 논란과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런데도 공정방송위원회가 강력한 위상을 굳힌 데는 2건의 법원의 판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0년 7월 언론노조 KBS본부가 ‘임단협·공정방송 쟁취·조직개악 저지’를 목표로 총파업에 들어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파업 목적이 정당하다.’라고 선고했고, 2012년 MBC의 170일 파업 주도자에 대한 ‘해고 및 정직처분 무효 확인소송’에서도, 고등법원은 ‘회사측이 언론노조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방협 개최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거부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켰으므로, 그 시정을 구하기 위한 쟁의행위에 나아갈 수 있다.’고 선고했다.

결론적으로 단체협상 과정에서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공방위 규정을 회사가 받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고, 공방위에서 회사가 받기 힘든 요구를 해서 경영진이 공방위 절차를 어긴다면 정당하게 파업할 수 있다는 얘기니, 경영진으로서는 단체협상에서 무장해제를 당한 셈이다.

혹시 보수 경영진이 들어선 다음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해올 경우에 대비해, 언론노조가 플랜-B로 준비한 것이 편성위원회이다. 방송법 제4조 제4항은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에 편성위원회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편성규약을 제정할 때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으라고 한 것을 보면, 편성위원회는 제작 실무에 종사하는 기자나 PD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편성규약의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인데, 두 나라의 편성위원회 근로자측 멤버는 노조가 아닌 기자협회나 PD협회이다. (언론노조가 보도나 제작의 내용에 관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MBC의 경우 편성위원회가 언론노조의 하부조직화되어 있다. MBC 편성위원회도 노사 각 5인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측 편성위원은 근로자대표(즉, 언론노조 MBC본부장)가 지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혹시 지금의 압도적인 수적 우위가 무너져서 언론노조가 과반수 노조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근로자측 편성위원은 보직 간부를 제외한 방송제작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하는데, 이때 투표방식은 위원 후보별 투표가 아니라 ‘5인의 편성위원 후보단’에 대해 1인 1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아닌 사람이 편성위원이 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MBC는 이번 대선이 끝난 후 윤리위원회의 운영규정도 부랴부랴 개정했다. MBC의 윤리위원회는 MBC의 방송강령, 윤리강령, MBC 프로그램 제작가이드라인의 제정과 개정, 폐지를 담당하고, 위 규정에 대한 유권해석과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까지 담당하는 막강한 기구로, 과거 MBC판 적폐청산위원회 역할을 했던 ‘정상화위원회’의 상설 버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조직이다. 이번에 개정한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위원회는 노사가 각 3인씩을 추천해 6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라는 구절을 ‘위원회는 회사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가 각 3인씩을 추천해 6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라고 개정한 것이다. 굳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라는 구절을 못 박은 것도 대선 이후 보수 성향의 노조 세력이 커져서 윤리위원회 참여를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이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은 1,200명선으로 추산되는 반면, 보수성향의 MBC노조원은 불과 60명에 불과하다.)

4. 진정한 공정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

방송법 제1조는 방송법의 목적을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외부에서 노영방송 논란을 제기하면 방송법 제1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라는 부분과, 방송법 제4조 제2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를 강조하면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선다. 하지만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목적이 민주적 여론형성에 있으며, 방송의 자유는 다양성의 원칙과 공정성 의무에 의해 제한되는 제도적 자유라는 부분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신문과 같은 인쇄 매체의 경우, 신문사마다 다른 정치적 색깔이나 편향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數的 다양성에 의해 결과적으로 건강한 여론형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방송, 특히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국민의 다양한 사상과 견해를 대변하도록 ‘내부적 다원주의’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 보편적 추세다. 이런 의미에서 특정 정치성향을 지향한다는 언론노조가 ‘공정방송’의 감별사 역할을 독점하는 일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은 언론노조원이 공영방송에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이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공영방송 평의회 제도의 일부 겉모습만을 차용해, 공영방송 이사를 몇 명으로 늘리고,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논의를 국한하면서 언론노조의 기득권을 온존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언론노조에 의한 ‘내부적 다원주의’ 훼손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방송평의회처럼 KBS와 방문진 이사회에 ‘방송의 공영성’을 담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