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 4번째)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 4번째)

미 의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북한문제 해결 등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사시에 주한미군 이동을 비롯해 한국의 직간접적인 관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임스 쥼월트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나라들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북한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미칠 여파를 걱정할 것”이라고 했다.

쥼월트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 유지의 이해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긴장은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 매우 중대한 긴장 고조가 있을 것이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해 그 지역의 군사 자산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 정부는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매우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이며 중국도 군사적 대응이 아닌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며, 현 상황이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갈등이 심화하면 한국도 직간접적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민간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담당 석좌는 “대만해협의 유사상황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록 한국이 대만 정책에 대부분 침묵하고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 관여할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이 간접적 지원이나 장비, 물류 제공 등 비살상 수단을 어떤 수준으로든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 석좌는 “위기상황에서 한국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지만 실제 충돌이 일어나고 괌과 오키나와의 병력 이상의 추가 미군이 필요한 경우 한국은 주한미군을 대만해협에 파병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워싱턴은 한국의 직간접적 군사적 지원을 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소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되면 “당연히 한국과 중국의 긴장도 고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2일 대만을 전격 방문했다. 그는 이날 도착 직후 성명을 통해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을 타이완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측도 이번 방문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그로 인한 모든 엄중한 후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다만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역할에 대한 협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요소로서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현 상황이 충돌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베이징이 정치적 이유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차분하게 협의하고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타이완에 대한 베이징의 악의적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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