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3일 오전 대만 총통 집무실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에게 1등급 '경운훈장'을 수여했다. 이는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다. [사진=대만 TVBS]
현지시간 3일 오전 대만 총통 집무실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에게 1등급 '경운훈장'을 수여했다. 이는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다. [사진=대만 TVBS]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 훈장인 '경운훈장(卿雲勳章, Oder of Propitious Clouds)'을 받았다. '경운훈장'엔 총 9등급이 있는데 펠로시 의장이 받은 훈장은 1등급(Special Grand Cordon)이다. 훈장 가운데 상서로움의 징표로 구름 그림이 담겨 있어 경운훈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대만 총통 집무실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에게 경운훈장을 수여하며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 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은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고조되는 군사적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민주주의 방어선을 지킬 것이며 전 세계 민주 국가들과 단합해 민주적 가치를 지킬 것"이라 했다.

펠로시 의장은 경운훈장 수여에 감사하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대만간 우정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이고 여성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이끄는 나라"라고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며 "대만과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경운훈장'. 가운데 구름 그림이 상서로움의 증표로 새겨져 있다.
대만의 '경운훈장'. 가운데 구름 그림이 상서로움의 증표로 새겨져 있다.

펠로시 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만의 협력이 정치를 넘어 경제로도 뻗어나가야 한단 의견을 피력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이 항상 기술 진보와 민주적 발전의 장점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대만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 '반도체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이 법안으로 대만과 미국이 더 깊은 경제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독창성, 창업 정신, 소프트 파워와 지식 자원으로 기술 산업 성공의 모범이 될 수 있었다"며 "서로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 말 '반도체 칩과 과학법'이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2천8백억 달러(약 36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은 현지시간 3일 오전부터 여러 일정을 소화해나가고 있다. 오전엔 차이 총통을 만나기 전 입법원(국회)에서 차이치창 입법원 부의장을 면담했으며 오후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류더인 회장과 만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출신 중국 민주화인사들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의 일정엔 대만과의 정치·경제적 유대 강화하고 중국을 인권 측면에서 견제하겠단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같은 날 저녁 타이베이를 떠나 오후 8시-9시 사이에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펠로시 의장이 '경운훈장'을 받고 난 후의 연설 전문. 전문은 미국 하원 의장 홈페이지에도 공개되어 있다.

 

감사합니다, 차이잉원 총통님.

총통님으로부터 1등급 '경운훈장(卿雲勳章)'을 받게 되어 대단한 영광입니다. 당신의 리더십이 대단히 자랑스럽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들 중 한 곳의 여성 대통령이십니다. 총통님에 대한 큰 존경심으로, 그리고 대단히 겸손하게 이 훈장을 받겠습니다.

제가 겸손하게 이 훈장을 받는 이유는 이 훈장이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룰 성취에 대해 총통께서 말씀하셨던 모든 것들에 있어 중요한 의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하원이든 상원이든, 양쪽 모두가 대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미국 의회를 대표하여 이를 수상하게 되어 매우 흥분됩니다. 제가 말했었던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 방문에 대한 우리 동료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훈장을 의장실에 두거나 그 곳에서 패용하거나

[일동 웃음]

미국 국회 의사당에 우리의 대단히 귀중한 우정의 상징으로서 둘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님, 저는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어떤 이들에겐 일깨우고 다른 이들에겐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3년 전, 대만 관계법으로, 미국은 대만과 항상 함께 하겠다는 '확실한 약속(bedrock promise)'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강력한 기반 위에서, 우리는 번영하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고, 자치와 자기 결정권의 공유된 가치를 뿌리내리게 했으며, 역내와 전 세계에 걸쳐 상호 안보 이익에 집중해왔고, 모든 우리 국민들을 위한 번영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유대에 헌신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 대표단은-제가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만- 다음의 사항을 명백하게 하기 위해 대만에 왔습니다. 우리는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지속되는 우정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언급해도 된다면, 이 분들은 이 대표단의 공동 의장단입니다. 하원 외교위원회(Foreign Affairs Committee) 의장이신 뉴욕의 그레고리 믹스(Gregory Meeks) 의원, 하원 퇴역군인위원회 의장이신 캘리포니아의 타카노 의원님, 하원 조세무역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 의장이신 워싱턴 주의 수잔 델베네 의원님, 하원 정보위원회 의장이신 라자 크리쉬나무르티 의원님-저는 일리노이라고 하지만 라자 의원은 시카고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의회에 가장 신입이시며-의회에 오시기 전에 국무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셨던 앤디 킴 의원님께선 상원 군사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으시며 외교 위원회 및 다른 곳에 속해 계시기도 합니다.

우리 대표부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께선 들을 때마다-우리 방문 과정에서 자랑스럽단 사실을 들을 때- 왜 우리가 여기 있는지 더 잘 알게 되실 겁니다. 대표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차이치창 부총통님을 비롯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님, 그리고 차이잉원 총통님과 함께 계신 다른 뛰어난 지도자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의 리더십에 감사드립니다.

대만의 이야기는 미국과 세계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혹독한 도전의 시련에서, 여러분들은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구축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 여성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이끄는 나라 말입니다. 그게 바로 박수받을 지점입니다.

[박수]

그리고 대만은 세계에 회복력을 보여온 섬입니다. 사실 대만인들은 세계에 증명해왔습니다-희망, 용기, 결의로- 비록 직면한 도전이 있을지라도, 평화롭고 번영하는 미래를 건설하는 게 가능하단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젠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의 대만과의 유대는 결정적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 우리가 이 곳에 가져온 메시지입니다.

의회 대표단으로서 이 나라에 오고 떠날 때: 세계 안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 번영을 확산시키기 위한 경제; 그리고 거버넌스, 이것들이 우리 순방의 주요 세 가지 원칙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 영역에서, 우리는 대만과 대폭 협력하고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합니다.

저는 코로나 문제, 코로나 판데믹에 대한 대만의 거버넌스를 언급하고 싶고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대만은 국민의 협동과 이니셔티브(계획, 주도권, 진취성)에 있어 세계에 모범이 되는 국가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차이잉원 총통님. 정치 리더십을 따르고 의견을 개진하는 대만 국민들께 축하드립니다.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이 곳 대만과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결의는 확고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제에서 대만 국민들과의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이 훈장을 받게 되어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차이잉원 총통님 감사드립니다-지속되는 우정에 있어서 대만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대만 방문에 고무된 대만계 미국인들로부터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1999년에 그들과 함께 여길 왔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와서 하려는 겁니다: 대만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향으로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무역, 안보, 그밖의 영역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할 것입니다.

우리는 듣고 배우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그리고 이게 뭐죠? 아주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1등급 '경운훈장'을 받았습니다. 차이잉원 총통님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경운훈장을 받고 난 후 연설을 하는 펠로시 의장 [사진=대만TVBS]
경운훈장을 받고 난 후 연설을 하는 펠로시 의장 [사진=대만TVBS]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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