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 스크린에 송출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 영상.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 스크린에 송출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훈련 영상. [사진=월스트리트저널]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오후 대만을 떠난 후 대만은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처지가 됐다. 중국이 대만을 향한 군사·경제 보복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분노한 중국이 군사 훈련을 하는 와중에 대만의 영해를 침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올 때부터 중국의 강도 높은 반발은 이미 예고됐었다. 지난달 28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라는 거친 언사를 사용해 미국에 적극 경고한 바 있다. 

우선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여 무력 시위를 벌임으로써 불편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가운데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대만을 완전히 포위한 형세로 6개 구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6개 구역은 △ 중국 푸젠성과 대만 사이의 대만 해협 1곳 △ 대만 타이페이 시 북쪽의 2곳 △ 대만 가오슝 시 바로 밑과 최남단 핑둥현 남쪽 2곳 △대만 동부의 화롄현 동쪽 1곳으로 크게 육각형 모양을 그리는 셈이 된다. 특히 화롄현 동쪽에서의 훈련은 대만과 센카쿠 열도 사이에서 실시하는 셈이라 일본도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있다.

4일부터 7일까지 실시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실탄 사격 훈련은 총6개 구역에서 실시된다. 이는 대만을 포위하는 형세로 육각형을 그리고 있다. 이는 또한 대만의 핵심 지역인 북부의 타이페이와 남부의 가오슝을 봉쇄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4일부터 7일까지 실시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실탄 사격 훈련은 총6개 구역에서 실시된다. 이는 대만을 포위하는 형세로 육각형을 그리고 있다. 이는 또한 대만의 핵심 지역인 북부의 타이페이와 남부의 가오슝을 봉쇄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중국의 훈련은 대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두 지역을 봉쇄하는 듯한 모양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북쪽의 서울, 남쪽의 부산이 양대 축이듯, 대만 역시 실질적 수도인 북부의 타이페이 시와 남부의 가오슝 시가 인구·경제 면에서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이 두 도시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대만을 봉쇄하여 고사시킬 수 있음을 과시하고, 대만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만을 '포위'하는 듯한 중국의 군사 훈련은 사실상 대만을 무력 점령하여 '양안통일'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야심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대만의 영해를 침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무력 시위를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중국의 보복은 군사적인 면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경제로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3일 대만 감귤류 및 다른 식품들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명목상으로는 최근 선적에서 해충이 나왔고 농약이 과다 검출됐으며 코로나가 확인됐단 것이지만 이 역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란 해석이다.

또한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천연 모래의 대만 수출이 금지된다고 발표했다. 천연 모래는 건축자재, 반도체에 쓰여 자칫 대만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 권력서열 3번째에 해당하는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게 되면 전 세계에 미국이 대만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게 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미국 부통령이나 대통령의 대만 방문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외교적으로 큰 파급력이 미치리란 예측에서 나온 언사란 분석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며 "워싱턴은 현 상태(status quo)의 일방적 변화에 반대한다"고 밝혔었다. 즉 중국이 전 세계에 강요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도 바뀌지 않음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방문과 관련해 중국의 반발과 의심, 분노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대만 수복 의지는 이미 1950년대부터 확인되지만 중국이 대만을 점령해야만 하는 이유는 최근에 더 불거졌다고도 볼 수 있다. 대만은 중국의 대(對) 세계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며, 경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곳이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3차에 걸친 '도련선'을 그려 인민해방군 해군의 작전 반경을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만은 제1도련선에 해당하는 곳이다. 대만을 수복하지 않으면 필리핀 해로 진출하기가 어렵고 제2, 제3 도련선으로까지 뻗어나가기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총 3개의 '도련선'을 그려 주변 지역으로 확장 및 진출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제 1차 도련선에 해당한다. 즉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교두보인 셈이다. 제1도련선엔 한반도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총 3개의 '도련선'을 그려 주변 지역으로 확장 및 진출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제 1차 도련선에 해당한다. 즉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교두보인 셈이다. 제1도련선엔 한반도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대만을 수복해야 하는 이유엔 대만의 반도체도 있다. 대표적으로 대만의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통상 '파운드리'는 '을(乙)'로 간주되지만, 대규모 생산 설비 및 제조 기술을 갖추는 데 천문학적인 규모로 자금이 들기 때문에 이를 완비한 TSMC는 업계에서 '슈퍼 을'로 통한다. '반도체 굴기'를 추구하는 중국에겐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단 소리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은 대만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겠다", "대만과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결의는 확고하다"고 확언함으로써 대만 방위 의지를 공언한 가운데,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경제 보복 조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대만 점령을 통한 '통일 완수' 의지는 이미 1950년대부터 나타났지만, 이는 전통적인 이념상의 이유였다면, 최근 세계전략과 경제적 이유로 대만을 수복해야 할 이유도 새로이 추가됐단 분석이다.
중국의 대만 점령을 통한 '통일 완수' 의지는 이미 1950년대부터 나타났지만, 이는 전통적인 이념상의 이유였다면, 최근 세계전략과 경제적 이유로 대만을 수복해야 할 이유도 새로이 추가됐단 분석이다. 대만을 수복하자는 내용이 담긴 1950년 중국의 포스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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