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사진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한 사진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들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한국방문과 관련해 대북 억지 약속과 함께 한미관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중국 때문이라면 ‘실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미첼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대외정책에서 아시아를 중시할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권 우려 등 그동안 펠로시 의장이 관심을 쏟았던 역내 사안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 약속과 함께 한미관계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또한 펠로시 의장의 비무장지대(DMZ) 내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에 대해서는 “북한의 어떤 침략도 방지하기 위해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성공적으로 북한의 공격을 억지했다”며 “우리가 함께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며, 그 덕분에 중요한 다른 현안에도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했다. 두 의장은 공동보도문에서 ‘강력하고 확정된 대북 억지력’을 강조하고 국제협력과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동망이 군사안보, 경제, 기술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데 주목하면서,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진지한 협의를 가졌다”고 했다.

마크 토콜라 전 주한 미국부대사는 VOA에 “펠로시 의장의 해외방문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며 순방지는 대체로 대외정책의 중요성을 반영한다”며 “미국이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몰두해 동북아시아에서는 눈을 떼고 있다는 일부 잘못된 인식이 있지만 하원의장의 이번 순방은 역내에 대한 의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한국 방문에 대해선 “한국의 새 정부와 여전히 관계를 구축하는 시기인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의회 차원의 이해를 얻기 위한 취지도 있다”고 했다.

미 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한미 정책국장은 VOA에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중심은 한국이 아닌 타이완이었다”고 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역내 관심 사안에 대해 ‘생각이 같은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한다’는 접근을 지지하고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문에서도 펠로시 의장은 “포괄적인 한미관계와 발전 방안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미 민간단체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아시아 동맹국, 파트너들과 더 활발하게 관여할수록 좋다”며 “하원의장은 미국 정부와 별개이며 독립적인 의회를 대표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한미관계에서 모든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에서 제기된 의전 논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고 VOA는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3일 밤 입국할 때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나가지 않을 것에 대해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과 전화통화만 하고 직접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토콜라 전 부대사는 VOA에 “펠로시 하원의장은 만나는 상대의 급보다는 논의의 내용에 더욱 관심을 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대통령실 측의 ‘이중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리스 전 기획실장은 “나는 이것이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녀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자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신해 한국 밖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때 인권 옹호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그 의도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스나이더 국장은 “의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전반적인 한미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이 휴가 때문이었다면 괜찮지만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면 ‘실수’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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