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페이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 [사진=뉴욕타임즈]
대만 타이페이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환영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 [사진=뉴욕타임즈]

'뉴욕타임스'엔 '월스트리트저널'보다도 더욱 보수적인 칼럼이 실렸다.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 칼럼니스트(이하 스티븐스)는 중국을 '불량배(bully)'라 칭하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에 보다 확실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보수 성향을 드러내 왔던 스티븐스가 이번 사설에서 대중국 강경론을 펼쳤단 평가다.

스티븐스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치 않았던 건 펠로시가 불량배에 굴복하는 것'이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4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설에 따르면 미국은 △ 의회 대표단을 2023년 한 해 동안 매주 대만에 보내야 하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군사 원조가 대만에 제공될 것임을 '공식화'해야 하며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과적으로 판명된 비대칭 무기를 대만에 제공할 필요가 있고 △ 역내에서 중국의 해군이 수적으로 미국을 능가하고 있으므로 미국의 국방비를 늘려야 한단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이 '항의할 생각을 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해군이 지난달 마지막 주에 연례 해군 훈련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만군 병사들이 선상에 도열한 모습. [사진=뉴욕타임즈]
대만 해군이 지난달 마지막 주에 연례 해군 훈련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만군 병사들이 선상에 도열한 모습. [사진=뉴욕타임즈]

스티븐스는 "펠로시 의장의 행보가 리스크를 동반하는 건 부인할 수 없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군을 위협하거나 대만령 진먼(金門島)를 강제 점령하는 등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고 러시아를 원조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이 발표된 후에 이를 철회하는 것은 대참사(catastrophic)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방문 계획이(도움이 되지 않게도) 유출됐지만 의장이 계획을 마무리한 것은 옳았다"고 평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미 하원 의장은 미국인들의 민심이 직접 반영되는 미 하원의 수장이며, 미 대통령 승계 서열 2위를 차지할만큼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우려해 대만 방문을 만류했다고 알려졌지만, 중국의 반발 후에 계획이 철회된다면 미국이 중국에 굽힌 것으로 해석돼 '대참사'로 이어졌으리란 것이다.

스티븐스는 중국을 '불량배'로 지칭하며 "불량배는 종종 약함을 읽어내기 위해 힘을 시험하곤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화해하려는 시도를 조건부 항복의 증거로 간주한다"고도 했다. 손자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이라 말했듯이 중국의 도를 넘은 반발이 실제 무력 충돌 없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이뤄진 일종의 공갈로 해석될 수 있단 것이다.

대만령 금문도는 중국 본토에선 2km 떨어진 반면 대만과는 160여 km 떨어져 있어 매우 취약한 곳으로 거론된다. 양안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가장 먼저 점령할 곳으로 짐작되는 곳이다. 중국은 1949년 금문도를 침공했지만 점령하지 못한 바 있다.
대만령 금문도는 중국 본토에선 2km 떨어진 반면 대만과는 160여 km 떨어져 있어 매우 취약한 곳으로 거론된다. 양안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가장 먼저 점령할 곳으로 짐작되는 곳이다. 중국은 1949년 금문도를 침공했지만 점령하지 못한 바 있다.

이어 스티븐스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미 의회가 대만을 방문했음에도 위기가 촉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1997년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 당시의 중국은 깅리치 의장에게 '대만 방문이 내정 간섭'이라며 무력 시위를 시사하거나 강력 반발하기보단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잔 태도를 보였단 것이다. 깅리치 의장은 이를 두고 "아주 건강한 방법(that's very healthy)"이라 평가했다. 스티븐스는 이를 미국, 중국, 대만 사이에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관계법'이 외교적 합의의 틀이 정상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티븐스는 현재의 중국이 '새로운 각본'을 쓰고 있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이 자신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린 반면 미국의 힘과 의지가 다소 약해지고 있음을 감지한" 결과 자신감을 얻었단 것이다. 스티븐스는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법적 주장을 일삼고, 도발이라 주장하면서 이를 유용한 구실로 삼고, 점차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며, 심리적으로 최후의 한 방을 가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전략으로 홍콩의 일국양제를 분쇄하고 남중국해를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일본의 센카쿠 열도 종주권을 위협하기 시작해왔는데, 종국에는 대만에까지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스티븐스는 미국에 "양보하지 말라"며 4가지 대응책을 제시한 후 "중국이 대만을 무력 점령하는 데 따른 대가가 이득보다 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만을 지키는 열쇠는 중국이 러시아의 비극을 되풀이하기 전에 그러한 사실이 베이징에 전달되는 것"이라며 "꿈쩍 않는 펠로시 화이팅"으로 글을 끝마친다./

다음은 스티븐스의 논설 전문.

 

우리에게 가장 필요치 않았던 건 펠로시가 불량배에 굴복하는 것

(The Last Thing We Needed Was Pelosi Backing Down From a Bully)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이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베이징은 역내에서 미국 해군 함선들과 공군기를 위협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고 별개로 잠재적으로 충돌이나 대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은 푸젠 성 해안에서 단지 몇 마일 떨어진 대만의 진먼 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 (군사화되지 않은)-quemoy라고 냉전 시기에 더 잘 알려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모스크바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데, 아마도 러시아군이 보도에 의하면 다 떨어져 간다고 알려진 군수품을 팔 수도 있다.

한달 전에, 이 모든 것들이 정확히 납득할 만한 것까진 아니라 하더라도, 하원 의장에게 아시아 순방 중 대만을 건너 뛰어야 한다는 그럴 듯한 논거로 전달됐다. 적어도 미국이 다른 위기들과 씨름하는 동안엔 말이다. 하지만 의장의 대만 방문이 실질적으로 발표된 후, 철회하는 것은 대참사였을 것이다.

불량배는 종종 약함을 읽어내기 위해 힘을 시험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화해하려는 시도를 조건부 항복의 증거로 간주한다.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손자는 "100회의 전투에서 100회의 승리를 거두는 게 최선책(acme of skill)이 아니다"라 했다. 대신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게 최선책"이라 했다. 만일 베이징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처럼 사소해보이는 일에 대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면, 이는 단지 외교 무대에서의 상징적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게임의 원칙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외교적 위기를 피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이며 경제적 핵심 동반자인 대만이 더욱 고립되어 최종적으로는 항복의 서곡이 될 수 있으며, 전쟁이나 그 밖에 다른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먼저 우리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복기해보자.

미 의회는 수십년간 대만을 방문해왔다. 지난 5월엔 민주당의 태미 더크워스 일리노이 상원 의원이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 지난 4월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 의원이 초당적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다. 이 때는 전혀 위기가 촉발되지 않았다.

1997년 당시 하원 의장이었던 뉴트 깅리치가 먼저 베이징을 들렀다가 타이페이를 방문했는데, 그 때 깅리치 의장은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은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깅리치 의장은 "우린 결코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은 그럴 권리가 없다, 이는 내정 간섭이다'라고 말하지 않고 '알겠다'"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대만을 공격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미국은 방어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야기해봅시다'라고 중국이 제안했는데 이게 아주 건강한 방법"이라 했다.

깅리치 의장의 대만 방문은 1970년대부터 미·중·대만 삼각 관계에 통용됐던 외교적 합의 하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 관계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자신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고, 미국의 힘과 의지가 다소 약해지고 있음을 감지하면서, 새로운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outrageous) 법적 주장을 일삼고, 도발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유용한 구실로 삼고, 점차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며 심리적으로 최후의 한 방을 가하기 위해 힘을 사용한다.

중국은 이렇게 홍콩에 독재적 통제를 강요했다. 중국은 이렇게 남중국해에서 점차 군사상의 지배를 달성해나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방식으로 일본의 센카쿠 열도 종주권을 약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대만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자신들의 체면이 손상됐다고 믿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이 전면적 전쟁이란 리스크를 무릅쓰진 않으면서 협박 요인을 늘려갈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대만령 진먼은 중국이 손쉽게 무력 시위로 취할 수 있는 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프놈펜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기대 독립을 추구하려는 대만 당국의 망상을 결연하게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일 프놈펜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기대 독립을 추구하려는 대만 당국의 망상을 결연하게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그러면 미국은 뭘 해야만 하는가? 양보하지 마라(Don't back down)

첫째, 의회 대표단은 내년 1년간 매주 대만을 방문해야 한다. 이를 정례화해서 베이징이 항의할 생각조차 잊게 해야 한다.

둘째,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즉흥적으로 반복해서 말했던 것을 공식적으로 언급해야만 한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단 말을 공식화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해군 함선이 대만 해협을 빈번하게 통과하도록 하여 그 사실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특수작전부대가 이미 수행해왔던 미국과 대만의 비공개 합동 훈련을 더욱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또한 미국은 쉽게 배치 가능하고, 쉽게 은폐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를 대만에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러시아에 큰 피해를 안긴 바 있다. 재벌린 대전차 미사일, 칼날 "카미카제" 드론, 스팅어 대공 미사일, 대함 미사일 등이다.

넷째,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특히 해군에 있어 그러한데, 역내에서 함선 숫자로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는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안보를 지키는 방안으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운이 좋게도, 중국은 전면 대치의 최종 대가가 이득을 아득히 압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얻은 교훈이다. 비록 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세계가 비극적인 대가를 치른 후에야 깨닫긴 했지만 말이다. 대만을 지키는 열쇠는 베이징이 유사한 비극을 되풀이하기 전에 베이징에 그러한 사실이 전달되는 것이다. 꿈쩍 않는 펠로시 화이팅.

대만 해안경비대가 6일 중국 군사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구역 중 하나인 류추 섬을 순찰하고 있다. 류추 섬은 대만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km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6.8km², 인구는 1만3천여명이다. [사진=뉴욕타임즈]
대만 해안경비대가 6일 중국 군사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구역 중 하나인 류추 섬을 순찰하고 있다. 류추 섬은 대만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약 13km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6.8km², 인구는 1만3천여명이다. [사진=뉴욕타임즈]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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