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월드] 윤석열의 반면교사, 주나라 유왕과 러시아 옐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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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08.09 09:20:44
  • 최종수정 2022.08.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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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본인이 위기의 원인, 리더십의 기초체력부터 다시금 다져야
尹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먼저인가? 김건희 여사가 먼저인가?
尹 대통령에게는 술이 우선인가? 아니면 나랏일이 우선인가?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대선 득표율 수준으로나마 지지율 복원하기를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의 장본인이다

가히 총체적 난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직면한 형국인 탓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제개편 정책의 졸속 추진으로 빚어진 사회적 혼란과 행정적 난맥상에 책임을 지고서 장관직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했지만 과연 그 정도 카드로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처해 있는 위기상황이 조기에 수습될지 의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현상에서 비롯된 민생경제의 어려움으로부터 윤석열 정부의 위기가 기인했다고 진단ㆍ분석하고 있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이다. 먹고사는 일이 힘들면 민심은 험악해지기 마련이다. 허나 절반은 틀린 얘기다. 문재인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경제난이 윤석열 정권에서 더욱 더 심화ㆍ가중될 것임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이미 충분히 예견된 사태인 까닭에서이다.

어떠한 정치적 위기든 일차적으로 리더십의 실종에서 싹트는 법이다. 국민들은 나라의 최고 위정자에게 민중을 제대로 섬길 의지도,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능력도 없다고 판단하면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정권에 등을 돌려왔다. 지금은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기 초장부터 아예 낙제점을 매겨버린 분위기이다. 대통령의 영(令)은 물론이고 말발조차 먹힐 리가 없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왜 국민들로부터 낙제점수를 받았는지를 냉정하게 직시해야만 옳다. 이와 같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인식에 기초해서만이 작금의 위기국면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효과적인 전략과 대책이 정부여당 안에서 비로소 확실히 수립될 수가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닮고 싶은 지도자의 이미지가 분명 있을 터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장 요구되는 과제는 위대한 선배 정치인들을 성급한 마음에 섣불리 따라하는 게 아니다.

리더십에도 기초체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수가 기초체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량을 늘리면 치명적 부상은 시간문제다. 정치인 역시 본질적으로 원리가 다르지 않다. 극도로 평판이 나빠진 지도자가 역사상의 위인들을 함부로 흉내내다가는 가뜩이나 땅에 떨어진 권위가 땅바닥을 뚫고서 지하로 향하기 십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려면 추락한 권위를 되살릴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는 곧 리더십의 기초체력부터 다시금 착실하게 다져야만 한다는 뜻이다.

제2의 김대중과 한국의 레이건은 되지 못할지라도

필자는 용산의 대통령실에서 고단한 집무를 마치고 서초동 사저로 퇴근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집에 있는 대형거울 앞에 한번 서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눈에는 윤 대통령 스스로의 얼굴이 비칠 것이다. 반면, 세계사에 약간의 지식과 조예를 갖춘 국민들은 거울 속에서 두 사람의 혼군 또는 암군을 목격할 게다.

한 명은 주나라 12대 임금이자 서주의 마지막 군주 유왕이다. 기실 유왕보다는 왕비인 ‘웃지 않는 미녀’ 포사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훨씬 더 유명하리라.

유왕은 포사를 즐겁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오늘날에도 귀하고 값비쌀 뿐더러 고대에는 결제수단이자 전략물자로 통용된 비단을 하루에 수백 필씩 아낌없이 마구 찢어댔다. 포사가 비단 찢는 소리를 듣고서 잠시 웃었기 때문이다. 포사가 비단 찢는 소리에 흥미가 식자 유왕은 이번에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가짜 봉화를 쉴 새 없이 피워 올렸다. 포사가 실수로 켜진 봉홧불에 놀라서 전국 각지에서 헐레벌떡 달려온 군사들을 보고서 안면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문제는 서융의 군대가 진짜로 쳐들어오자 그 어떤 제후도 군대를 이끌고 도성인 호경으로 비상출동하지 않았던 데 있었다. 왕비를 즐겁게 해줄 상투적 장난질로 치부한 탓이었다. 그 결과 유왕은 목숨을 잃었고, 주나라는 동쪽의 낙읍으로 동천하며 국운이 완전히 꺾였다. 이 어이없고 비극적인 사건은 춘추전국시대의 천하대란이 촉발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유왕은 비단 찢기와 가짜 봉화 소동이 벌어지기 이전부터 인심을 상당히 잃었을 것이다. 관건은 그가 다수의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정사를 펼치는 대신에 아내 한 사람만을 만족시키는 정치에 몰두했다는 데 있었다. 민심은 엄중히 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국민이 먼저인가? 김건희 여사가 먼저인가?

또 다른 한 명은 초대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 보리스 옐친(1931~2007)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온건 개혁파의 수장이었다면, 보리스 옐친은 급진 개혁세력의 맹주였다. 옐친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개방 정책에 극렬하게 반대해온 공산당 보수파 집단이 1991년 8월 19일 일으킨 단말마적 군사쿠데타를 진압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일약 월드스타의 반열에 등극했다.

그는 소련과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다음에는 냉전질서의 해체작업을 주도적으로 견인했다. 8월 쿠데타 당시 모스크바의 러시아 대통령궁을 철통같이 포위한 반란군 전차에 올라가 사자후를 토하는 옐친의 위풍당당한 면모는 페트로그라드의 핀란드역에서 밀봉열차를 내리자마자 열변을 내뿜은 블라디미르 레닌의 위용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며 파란만장한 격동의 20세기 인류사를 대변하는 기념비적 장면으로 오롯이 남았다.

옐친은 거구에 풍채가 좋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듬직한 체구의 소유자이다. 서울고검 대회의실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기염을 토한 검사 윤석열의 모습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탱크 위에 용감히 올라간 옐친 못잖은 강단 있고 카리스마적 인상을 대중에게 선사했다. 두 사람은 낡은 기성체제를 종식시키는 일에 빼어난 소질과 남부럽지 않은 일가견이 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에 재선된 옐친은 이제 더는 할 일이 없는 사람 같이 술에 찌들어 살다시피 했다. 한마디로, 영락없는 알코올중독자의 행태였다. 그는 심지어 중요한 정상회담에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는 목불인견의 추태마저 국제사회에 서슴지 않고 보여줬다.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점에서 윤석열과 옐친은 난형난제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두 정치인은 나랏일에 필요해 술을 마시는지, 술을 마시는 데 필요해 나랏일을 하는지 도통 헷갈릴 지경이다. 필자가 고주망태가 되어 그 커다란 몸집으로 비틀거리는 옐친의 꼴불견이 담긴 동영상을 유튜브 웹사이트에서 볼 때마다 남의 나라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연유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심탄회에게 질문하는 바이다. 대통령님께서는 술이 우선입니까? 아니면 나랏일이 우선입니까?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2의 김대중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의 로날드 레이간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간절하고 소박한 희망이 있다면 배우자를 즐겁게 해주려다 나라를 결딴낸 21세기판 유왕이나, 혹은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국정을 피폐하게 만든 한국의 옐친만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게 윤 대통령이 최소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거뒀던 득표율 수준으로나마 여론조사 지지율을 복원하는 길일 것이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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