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승리했다고 주장하자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검사 없이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느냐”며 “섣부른 방역 승리 선언은 오히려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스위츠버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전염병·백신학 교수는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은 코로나 테스트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내 코로나 유행 범위와 사망자 수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황옌중 미국 외교협회 국제보건 연구원도 VOA에 “북한은 검진 역량 부족으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사망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망자 가운데 코로나가 직접 사인인 경우와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의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북한에서 지난 4개월 간 코로나로 인해 단 74명의 사망자만 나왔다는 발표는 믿기 어렵다”며 “북한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중국 상하이 지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595명에 달하며, 해당 지역은 인구의 80% 이상이 백신을 맞았는데도 그 정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상하이는 올해 4월 오미크론 변이의 재유행으로 중국 당국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등 극단적인 방역 조치가 이뤄졌다.
북한의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은 지난 10일 평양서 열린 ‘전국 비상 방역 총화 회의’에서 코로나 방역 승리를 주장하면서 지난 5월 12일 이후 유지해온 ‘최대 비상 방역체계’ 등급을 낮췄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공중보건법 교수도 VOA에 “중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고 검진 장비마저 부족한 북한에서 ‘방역승리’를 선언한 점이 석연치 않다”며 “섣부른 선언이 오히려 북한주민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향후 북한에서 더 많은 입원과 사망을 포함해 잠재적으로 북한의 보건 체계를 압도하는 큰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스틴 교수는 “북한은 백신 미접종 때문만이 아니라 영양실조와 보건시설 부족 등 다른 무수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취약한 상황”이라며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을 호도하고 존재하지도 않은 날조된 안전함을 만들기 위해 그런 발표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