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저녁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9.19(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2년 전인 지난 1960년 8월14일, 北 김일성은 '8·15 해방 경축 1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처음으로 '남북연방제'를 처음으로 밝히게 된다. 이때 등장하게 되는 北 김일성의 '남북연방제'는 그동안 여러차례 북한에 수정됨에 따라 2000년대에 들어 '1민족·1국가·2제도·2정부' 형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 시점에 뜬금없이 통일문제를 언급하는 것일까. 이는 통일정책을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 그리고 모든 이들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권영세 통일부장관으로부터 2022년도 업무계획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법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남북의 모든 국민이 주축이 되는 통일을 의미하며, 통일부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부처라는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은 곧 북한의 통일정책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충돌 과정에서 우리가 밀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들의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이라는 은폐된 논리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이는 지난 70년간 일관된 통일전략을 이행하지 못해온 데에 따른 것이다. 그 대표적인 최근의 사항이 바로 지난 문재인 정권 당시의 9월 평양공동선언 등이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해 8월15일 <위 관련기사 : [긴급 진단] 北 김일성의 검은 야욕 '남북연방제' 등장 61년···다시 시작된 악몽(惡夢)>이라는 제하 기사를 통해 남북연방제의 역사적 변천사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이같은 내용의 핵심은, 북한의 통일정책의 세부 사항과 그 중간과정 상의 주요 선결조건이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가를 위주로 밝혔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 명시돼 있던 핵심 문구인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이라는 두 개의 축을 통해 북한의 통일정책의 숨은 진수를 밝힌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사진=AP 연합뉴스)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사진=AP 연합뉴스)

#1. 지난 62년 동안 위협세기 커진 北 '남북연방제'의 변천사

우선, 북한의 통일방안인 '남북 연방제'는 지난 1960년 8월14일 北 김일성의 해방 8.15 경축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당초 이 방안은 그해 4월19일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 직후를 겨냥한 통일방안이었다. 이때 북한의 남북연방제 방안에는, 남북총선거와 함께 과도기적 대안으로 남북 연방제를 함께 제안한다.

이런 방안의 숨은 의도는, 연방제 여건이 달성될 경우 곧장 남북한 총선거로 넘어가기 위한 하나의 중간기적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당시 대외적으로 '남북 평화 통일 방안'으로서 '남북총선거'를 내세웠는데, 이는 '민주기지론'이라는 통일방안으로 지난 1950년 6월25일 남침이라는 무력통일을 시도한 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회복속도가 느렸던 우리나라를 압박하기 위한 일련의 위장책이었다.

그러다 1973년 6월23일, 北 김일성은 체코를 방문했는데, 여기서 열린 체코 군중대회에서 '조국통일 5대 강령(남북군사대치해소·다방면합작·대민족회의·남북연방제·남북동시유엔가입반대)'을 밝힌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밝힌지 1년 만인데, 1970년대를 기점으로 남북총선거안은 폐기되고 '과도적 민주연방제안'이 등장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강력한 반공정책을 펼치고 있던 상황이라,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난 이후의 말랑말랑하면서도 친북적인 차기 정권과의 연북(連北) 여건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1980년 10월10일 열리는 북한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는, '고려민주연방제안'이 실린다. 일명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3대 원칙을 강조하면서 '연방상설위원회 설치'를 주장한다. 이때 연방제의 실현 대상을 '민주세력'이라는 특정세력으로 설정한다. 이는 강력한 반공정권의 붕괴 이후를 상정한 것인데, 기존 방안보다 포다 더 포괄적인 확장 세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연북세력 혹은 친북세력으로 규정됐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기를 거치면서 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이 北 김정일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합의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북한이 약 70여년 동안 거의 동일하다시피 한 '남북연방제'를 제시해왔는데, 이는 계속적인 수정 및 보완작업이 이루어진 세련된 형태의 남북연방제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무력통일을 시도했던 북한이 불안정한 체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우리나라 체제로의 정치적 침투를 가능케 한다는 점, 우리나라와는 달리 장기간 지속적인 위장공세를 통해 결정적인 정치적 국면을 노릴 수 있다는 게 문제가 계속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2. 70년동안 바뀌지 않은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핵심은 NL과 PDR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북한의 통일방안은 '남북연방제'라는 골격 하나로 압축되지만, 북한 조선노동당 규약에서 나타났던 내용을 빼놓고 북한 통일방안의 이중적 구조를 알 수 없다. 북한 통일방안의 핵심 정수(精髓)는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에 근거한다.

이중에서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NL)'이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 해체 등을 통한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뜻하는 데에 비해, 이번 편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민민주주의 혁명(People Democracy Revolution·PDR)의 정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우선 조선노동당 규약 내용이다.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있다."(1980년 10월 노동당 제6차 당대회)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2016년 5월 노동당 7차 당대회)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2021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

이 흐름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용어가 삭제됐다는 데에 있다. 일부 언론에서 이 공격적 용어가 규약에서 삭제된 것을 두고 북한의 통일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해석을 내놨는데, 전형적인 위장공세에 속은 행태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북한 용어의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펜앤드마이크>는 는 지난해 北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가 편찬한 <북한 주체철학 - 철학사전(1985년)>을 입수해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의 규약 변경건을 들여다봤다. 이 때 '공산주의'라는 뜻은 "주체사상의 요구에 맞게 사람과 사회가 개조됨으로써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완전히 실현되는 사회"로 풀이된다.

이때 '사회의 자주적'이라는 의미는 '외국군의 철수(=주한미군 철수, 민족해방)'를, '민주주의적 발전(=국가보안법 철폐와 공산주의 합법화=인민민주주의실현)을 뜻한다. 즉, 동일 용어로 대체했을 뿐 의미가 바뀌지 않은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한 김정은의 모습. 그는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2022.5.2(사진=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한 김정은의 모습. 그는 열병식 참가 청년들을 향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2022.5.2(사진=연합뉴스)

#3.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北 남북연방제의 숨은 허점은 바로 'PDR'

앞서 언급한 북한 통일방안의 정수 중 하나인 '인민 민주주의'라는 용어의 기원은 1945년의 '유고슬라비아 조국전선회의'에서 크로아티아 출신의 공산당 지도자 Josip Broz(Tito)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유럽 등의 공산주의자들은 이때 인민민주주의는 전후 혼란기 동유럽 각국에서 제각각 안착되는데, 종주국인 소련에서는 이를 승인하기에 이른다.

그런 과정에서 유럽 공산주의자들은 인민민주주의형태가 공산주의 이론상 최종 종착단계인 공산주의 사회로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북한이 말하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라는 것은 공산주의로 가기 위한 과정적 단계이고 종착 단계는 아닌 셈이다.

공산주의라는 종착 단계에서,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인민민주주의는 과정상의 방법 차이를 보이게 된다.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는 타도대상인 부르주아의 권력을 파괴해야 하는 단계인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의한 전면적인 독재가 행사되는 구조다. 이들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이때 '반(反)혁명 반동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권력 침탈 행위가 자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달리 인민민주주의의 경우, 앞서 동유럽에서 소련의 영향을 받은 1945년도 혼란기의 각국가가 제 각각 상황에 맞춰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적용했던 것처럼 그 중간과정이라는 게 기존주의와의 차이점이다.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처럼 프롤레타리아트 단독 계급 독재가 행해지는 게 아니라, 부르주아와 준(遵)부르주아·프롤레타리아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

이때 정치체제는 권력행사 주체로 여러 계층이 들어오게 된다. 6.25전쟁 이후 우리 사회에는 황당하게도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도 이같은 인민민주주의를 추종하고 있는데, 사실상 체제 안보에 크나큰 위협인 셈이다. 인민민주주의가 계급간 폭력혁명의 강도를 높인다는 데에서 본질적으로 공산주의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남북연방제를 주장하고,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을 기획했던 北 김일성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이는 北 김일성의 "인민민주주의 정권 기관의 특징으로는, 인민 자신의 손으로 조직했으며···인민과 밀접하며 인민에 의거하고, 인민정권 기관은 인민 대중 속에 뿌리깊게 박혀 사업한다···우리 인민 정권은, 제국주의의 주구(走狗)이며 그 세력을 키우는 지주와 예속 자본가들과 친일파·친미파·민족반역자들에 대해서 독재를 실시할 것이며, 인민의 민주주의를 실시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즉,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란, 결국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독재로 인한 계급폭력이 필히 수반됨을 알 수 있다.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 등 대외적으로는 '민주주의'라고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실상 프롤레타리아트 계급 독재에 의한 피튀기는 폭력혁명을 예고한 바와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北 김일성은 지난 1945년 8월15일 광복 이후, 소련군이 한반도 재북 지역으로 진주하면서 들어선 인민위원회를 통해 강제적 재산 몰수를 비롯해 북한 주민들로 상대로 피튀기는 숙청을 자행했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4. 北 '남북연방제' 등장 40년만에 서명한 우리나라···그 책임, 이제 누가 지나

여기에 '민족해방'이라는 혁명론이 가미됨에 따라 일명 '대남적화통일전략'으로 한단계 고차원화 된다. 이런 이중적 구조를 숨기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이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이며, 北 김일성에 의해 설계된 이 규약과 북한식 한반도 통일전략은 '남북연방제'라는 명칭으로 지난 1960년 8월14일 세상에 전면 등장하게 된다.

그러다 40년만인 지난 2000년 6월15일, 故 김대중 대통령은 北 김정일과 만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일명 '6.15 남북공동선언'에 서명을 하게 된다. 앞서 밝힌 모든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서명 이후에도 우리나라 정치권의 황당한 행태는 계속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상혁 의원의 경우, 위의 '6.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지난 2020년 7월24일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102344)'에 이름을 올렸고, 그나마도 북한식 통일전략의 발호를 막아 오던 정전협정을 걷어내려는 ''한반도 종전선언'촉구 결의안(의안번호 2100461)'이 지난 2020년 6얼15일 민주당 주축 현역 국회의원 174명에 의해 발의된다.

한편, 지금까지의 이야기에서, 62년 전 등장한 남북연방제는 사실상 느닷없이 등장한 게 아니라 그해 5월 북한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소련 쿠스네소프 외무성부상이 연방제를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최초에는 반대했지만 북한 의도의 은폐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의 연루가능성에 따라 추진하게 됐다.

이를 70년동안 발전시키고 본 의도를 위장·은폐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즉, 남북연방제라는 위장공세는 사실상 아직까지도 우리를 겨냥하고있는 실질적 안보위협이라고도 볼 수 있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설훈, 이낙연, 김상희, 김태년 민주당 의원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병석 국회의장, 이해찬 전 당대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보인다.2020.6.15(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설훈, 이낙연, 김상희, 김태년 민주당 의원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병석 국회의장, 이해찬 전 당대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보인다.2020.6.15(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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