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여권내부 개편을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세력을 맹비난하면서 재선인 이철규(65.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의원을 ‘윤핵관’으로 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쫓겨나게 생긴 이준석 대표, 새로운 타깃으로 이철규 설정?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사실상 당에서 축출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이 대표는 현재 상황을 ‘정치 위기’로 규정하고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을 터뜨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이철규 의원을 '신윤핵관'으로 거명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이철규 의원을 '신윤핵관'으로 거명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리고 위기를 초래한 책임자로 윤핵관 3명과 윤핵관 호소인 3명을 지목했다.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으로,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실명 거론했다.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윤핵관이다. 국회의장인 정진석 의원도 윤핵관 호소인 정도로 격하(?)된 상황에서 이 의원이 권 의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윤핵관에 포함됐다는 게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준석 대표가 권성동‧ 장제원 이외에 이철규라는 새로운 공격 타깃을 설정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출신 이철규 의원, 야심만만한 입지전적 인물...권성동 의원 지난 2월 “새로운 윤핵관은 이철규” 공개 거론

그런데 이철규 의원을 신윤핵관으로 처음 지목한 사람은 이준석 대표가 아니다.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이다. 지난 2월 말 대선 막바지 이철규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동해시 유세현장에서 권 의원은 “새로운 윤핵관은 이철규 의원이다”고 공언했다. 물론 이 의원이 윤석열 후보의 측근이니 “표를 몰아달라”는 문맥에서 나온 표현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철규 의원은 경찰 고위직을 지냈지만 경찰대나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성일고등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행정학)를 졸업했다. 그런데 경찰간부 29기를 수석 합격 및 졸업해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경기안산경찰서 서장(총경), 충북지방경찰청장(치안감),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이력을 통해 명민하고 야심만만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분류된다. 특히 경찰서장 재임 시절부터 정치권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내 비주류였던 이철규, ‘윤석열-이준석’ 갈등 과정에서 신주류로 부상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출신으로 명민하고 야심만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출신으로, 명민하고 야심만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국민의힘내에서 주류가 아니었다. 2016년 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경찰 고위직 출신 정치초년병이 무소속으로 여의도에 입성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평가이다. 같은 해 6월 16일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에 복당했다.

이 의원은 대선경선 과정부터 시작된 윤석열대 이준석 간의 갈등 구도 속에서 ‘윤석열의 사람’으로 분류됐다. 이준석과의 악연이 질기다.

2020년 김종인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당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으나, 1년 뒤인 2021년 이준석 대표가 취임하면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얻어...인사, 재정, 정치전략 등에서 핵심 역할 수행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는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 윤 당선인이 경선에 승리한 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본부 종합상황실장으로 일했다. 지난 1월 선대본부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당 전략기획부총장에 기용돼 권영세 사무총장과 호흡을 맞췄다. 그 때도 이준석 대표가 ‘이철규 부총장’안에 대해 반대했으나, 윤석열 후보가 밀어붙여서 부총장안이 관철됐다는 후문이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대선에서 당의 인사, 재정 등 지원 사무를 총괄한 핵심보직이다. 윤 후보가 이철규에게 당의 살림살이를 맡긴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코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측근이라는 이야기이다. 조직관리와 전략적 사고력 면에서 탁월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선 경선과정에서 윤 후보와 대립관계였던 홍준표 의원이 앙금을 털어내고 대선협력을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철규 의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이다.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생각했던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물밑 협상을 수행, 성공시킨 것도 정치적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이철규, “이준석은 지구를 떠나라”고 공격

따라서 이 대표가 최근 이 의원을 새로운 좌표로 설정해 정치공방을 벌이는 것도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3일 윤핵관 3명과 윤핵관 호소인 3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2024년 차기 총선에서 이들 6인이 열세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국민의힘과 협력하겠지만, 현재의 지역구를 지킨다면 윤핵관과 대결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이철규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장제원 의원은 일단 무대응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윤핵관 3명과 윤핵관 호소인 3명에 대해 '열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윤핵관 3명과 윤핵관 호소인 3명에 대해 "열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철규 의원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및 윤핵관 호소인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은 유권자가 뽑는 거지 이준석이 뽑는 게 아니다”면서 “(이준석이) 무소속으로 심판받아 국회의원이 된 나를 보고 어디로 가라는 건가”라고 반박했다. 또 이 대표가 과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지구를 떠야지'”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면서 "본인이 윤석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본인이 그런 자세를 보이면 내가 우리 당의 험지라 하는 호남 출마도 마다하지 않고 고려하겠다“고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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