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폭우 대책으로 내놓은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 퇴출’ 방안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에도 반지하 공급을 불허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침수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로 인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침수 현장. [사진=연합뉴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본질’은 접어두고 오세훈 비꼬기에 열중 

특히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지난 11일 서울시의 이러한 대책에 대해 “2010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똑같은 대책을 내놨다”며 “데자뷔”라고 비꼬았다. 김어준씨의 이런 발언에 대해 함께 진행하던 류밀희 기자는 “실제로 기사를 검색해 보면 2010년에도 똑같은 대책을 내놨다”고 맞장구를 쳤다.

더욱이 김씨는 “2012년에 건축법이 개정돼 그 이후 신축되는 주택에는 반지하를 못짓는다”면서 “이미 그런 지(반지하는 퇴출하기로 한 지) 오래 됐다. 10년 됐다”고 강조했다. 10년 전에 서울시에 수해가 있었을 때 내놓은 정책을 오 시장이 다시 반복한다는 주장을 펴며, 오 시장 공격에 열을 올렸다.

오 시장이 10년 전에 내놓은 대책을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채 10여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대책을 다시 내놓은 점을 지적하며, 오 시장의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 퇴출’ 방안에 대해 막무가내식 비판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책을 비판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지난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책을 비판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오세훈의 ‘반지하 주택 퇴출’ 유명무실해진 건 박원순 전 시장의 ‘무능’ 탓

하지만 10년 전에 오 시장이 내놓은 대책을 그 이후 추진한 당사자는 오 시장이 아니라 고 박원순 전 시장이다. 박 전 시장은 ‘무상급식 실시 문제’로 오 시장이 사퇴함에 따라 공석이 된 서울시장에 출마해 2011년 10월 27일부터 업무를 수행했다.

따라서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신축 주택에 반지하가 불허된 것은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의 일이다. 그 이후 체계적인 이주 대책이 없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지하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오 시장 탓이 아니라, 박 전 시장의 탓이 분명하다.

게다가 2012년 건축법 제11조 개정으로 '상습침수지역 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권고에 그칠 뿐 건축허가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4만 가구 이상의 반지하 주택이 서울시내에 건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4만 가구의 반지하 주택이 건설된 것 역시 박 전 시장 재임 기간 동안에 발생했다. 박 전 시장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서, 건축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 가구나 늘어난 것이다.

오 시장, 박원순 시절에 늘어난 반지하 주택 4만가구 등의 ‘안전대책’ 마련 중

따라서 오 시장은 ‘앞으로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도 순차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힌 것이다. 권고에 그쳤던 2012년의 개정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김어준은 지난 10년간 반지하 주택이 4만 가구나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신축주택에 반지하를 못 지은 지는 10년 됐다’면서 오 시장의 대책을 비판했다.

오 시장의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하 지하·반지하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주거 용도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 20만 가구가 넘는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의 이주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폭우로 반지하 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폭우로 반지하 주택 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주거용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거 용도 목적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기존 세입자들에게 공공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해 10~20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빈지하를 없애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세훈표 개선정책...반지하 주택 거주자들 대상 공공임대 주택 지원 추진

반지하에 월세를 주던 건축주들이 비주거용 전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시는 용도 전환 시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헤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남는 지하·반지하에 대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공동 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0년 전에 비해 좀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이 담긴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반지하 거주자들이 옮겨갈 수 있는 대체 주거지가 얼마나 마련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지상에 비해 저렴한 집값 때문에 반지하를 선택한 거주자들이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되면, 주거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거주자들의 실질적 이주를 돕기 위해 ‘주거상향 사업’과 ‘주거 바우처’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거상향 사업은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지난해 서울 내 공공주택에 입주한 가구 중 반지하 대상은 약 650가구에 그쳤다. 서울 시내 약 20만 반지하 가구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임대주택 상당 물량 반지하 거주자에게 할당?...‘형평성’ 논란 불가피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반지하 거주자에게 할당할 경우 청년, 노인, 신혼부부 등 다른 수요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거 바우처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에 월세를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쪽방 등 취약 주거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경우 월 12만원을 지원한다. 반지하 가구에 대한 지원금도 이보다 대폭 늘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향후 장기안심주택, 매입전세주택, 공공전세주택 등을 활용해 연차별·지역별 주거 이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고품질의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공언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지하 거주자들이 고급화에 따른 임대료 인상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최근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며 대대적으로 나선 도시정비 사업이 활성화될수록 ‘저렴한 주거지’가 줄어 주거 취약계층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 시장의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 퇴출’ 방안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꼼꼼한 이주 대책과 함께,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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