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이 양국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쌍무적 통상 이니셔티브 관련 공식 협상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이미 중국과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통상대표부(USTR, The Office of the U.S. Trade Rerepentative)는 17일 성명을 통해 대만과의 첫 무역 회담이 '이르면 올 가을'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된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 Century Trade)'에 대한 교섭이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지는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양국간 논의는 교역 촉진, 규제 관행, 부정부패 방지 기준, 농산물 교역 확대 및 다른 문제들을 포함할 것이라고 통상대표부는 밝혔다.
통상대표부는 또한 성명에서 통상 교섭을 통해 '양국간 통상 및 투자 관계가 심화될 것이고, 공유된 가치에 기반해 상호간 통상 우선권을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근로자와 기업들을 위해 혁신과 포괄적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대만 행정원경무담판판공실(行政院經貿談判辦公室)은 성명에서 "농산물 교역을 늘리고 대만 중소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도움으로써 대만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국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대만이 "미국과 세계로부터 자금과 기술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양국간 통상 강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실질적인 결과를 낳기보단 상징적인 모양새로 비춰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미국의 주요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번 합의가 자유무역협정까지 포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미국과 대만간 통상 이니셔티브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발족을 선언하고 나서 몇 주후에 발표됐었다. IPEF는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맞대응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지만 대만을 포함하지 않는 상황. 50명 이상의 미국 상원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IPEF에 대만이 포함되어야한다고 촉구했지만 대만은 끝내 IPEF 협력국에 들지 못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단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일각에선 시장 접근성, 관세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과 관련해 별다른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단 비판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미중 관계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그에 따른 중국의 군사훈련 실시 등 대만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급속히 악화된 상황. 네드 프라이스(Ned Price) 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대만 주변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강압적 경제 전술이 계속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현상태를 약화시키려는 베이징의 계속되는 활동에 직면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결연하지만 안정된 조치를 계속해서 취할 것"이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발표된 미국-대만간 통상 이니셔티브는 IPEF에서 빠진 대만과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방안으로서 이를 통해 대만을 보호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단 미국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니엘 크라이튼브링크(Daniel Kritenbrink)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니셔티브 발표 후 브리핑에서 이번 이니셔티브가 "미국과 대만 사이의 교역량과 협력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대만이 회복력을 기르는 것을 보조할 기회 및 양국이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양국간 공급망을 보호할 것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보급에 있어 선두주자라는 대만의 위치는 미중 및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대만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염원하는 다른 국가들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단 평가다. 대만은 이외에도 정보기술, 통신기술을 비롯해 다른 전자기기와 기계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대만 행정원경무담판판공실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대만의 세 번째 주요 교역 국가다. 대만 재무부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같은해 거의 30%가 급증해 6백57억불에 달해 5년 연속 상승했다. 중국과 홍콩은 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40%를 차지했다. 같은해 대만과 중국간 교역 규모는 3천2백83억불에 달한 상황.
이와 관련해 대만은 최근 수년간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남아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와 교역 및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중. 대만은 2021년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큰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에 가입 신청을 하기도 했다. 다만 최종 가입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만 행정원경무담판판공실은 "미국과의 통상 합의 조인이 CPTPP 가입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제도화된 관계'를 심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대만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고 통상 합의에 조인하자는 고도의 의욕을 보였으며 그러길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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