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미·중간 '전략적 모호성' 혁파... '친중 굴종 외교'에서 대등한 외교관계로
'큰 정부' 아닌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 내세워...反기업 정서, 이제는 불식시켜야
윤석열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방향성'이 아닌 '결기'의 문제일 것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17일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갓 출범한 정부에 대해서는 넉넉한 평가를 하는 관행이 있다. 이를 하니 문(honey moon) 이라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는 하니 문이 없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윤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오피니언 리더 100인’ 설문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100인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매체가 경제신문이기에 경제학교수, 관료, 연구소 등 민간전문가 풀(pool)로 짐작된다.

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윤대통령 ‘국정수행능력’ 종합평가를 보면 ‘C학점 33.3%, D학점 24.2%, F학점 11.1%’이다. C학점 이하 누적 분포가 68.6%이다. ‘무엇이 가장 잘 못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의 84%가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 문제’를 꼽았다. 인사(66.3%), 국민통합(15.3%), 국민과의 소통(11.2%)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얼추 계산하면 응답자의 80%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라는 세간의 평가와 맞닿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무능 정권을 넘어 탄핵이라는 ‘금기어’를 입에 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낮은 지지율이 탄핵사유가 될 수는 없다. 탄핵을 입에 올릴수록 민주당엔 자승자박이다. ‘탄핵을 통해 집권 한 추억’이 탄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 게 아닌 가하는 의심을 낳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우파 국민은 탄핵에 대해 ‘백신 주사’를 이미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홀로서야 한다. 민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우파의 전폭적 지지도 기대난망이다. ‘우파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군분투는 운명적이다. 일비일희하지 않고 묵묵히 국민을 설득하고 사상전을 펼쳐야 한다. 그는 대통령직의 무게를 견디어야 한다.

O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이긴 취임 100일

지지율이라는 ‘전투’에서는 참패했지만 국정방향 설정이라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진전은 대외 외교 관계의 변화이다. ‘중국에의 굴종’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 그것이다.

미·중간 ‘전략적 모호성’을 혁파한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다. ‘전략적 인내’ ‘전략적 모호성’은 회색 정책이다. 북한에 대한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작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하는 시간만 벌어주었다. 문재인 정부의 미국과 중국 간 선택에서의 ‘전략적 모호성’도 대한민국의 외교적 선택지만 줄인 패착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도 결과적으로 중국의 입지만 넓혀주었다. 안미경중이 허울뿐이었기에 ‘롯데그룹’이 그런 수모를 당하고 중국에서 철수했던 것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3가지 약속’ 즉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3불정책과 한한령(限韓令)은 한중관계가 호혜적이지 않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친중 굴종 모드’에서 벗어나 중국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자리매김하는 것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일본과 인류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 동반자적 관계를 발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것도 진일보한 변화이다. 토착왜구 등 반일(反日) 포퓰리즘 선동도 이제는 종식되어야 한다.

O ‘큰 정부’가 아닌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 지향

국내문제 관련해 윤정부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사고전환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제 1의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져 주겠다’는 것만큼 위안이 되는 것은 없지만, 이는 ‘사회적 마약’에 다름 아니다. 국가에 기댈수록 ‘국민의 국가에의 의존’은 타성화 된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의 맥락’을 잘 못 짚었다. 국가가 정부를 대리인으로 삼아 ‘국민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재산권’을 책임지겠다면 이에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생산자원을 갖지 못한, 징세권만 가진 무산국가(無産國家)가 ‘국민의 삶의 내용’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사인식과 지력이 부족하기에 정부의 ‘능력과 역할’에 대해 과신했다. 정부가 제1의 고용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무지(無知)에 연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공공기관 개혁과 인력 구조조정’을 아젠다로 올렸다. 문재인 정권에게 ‘정부는 마르지 않는 샘이자 화수분’이었다. 그러한 잘못된 인식이 2021년에 국가부채(D1기준) 천조(千兆) 시대를 열게 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윤정권은 ‘공공기관 혁신’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예산 효율화, 불요불급 자산 매각, 복리후생 점검’ 등이다.

O 反기업 정서 불식 및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규제개혁도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2011~2020년 4대 그룹 국내 전체 법인 대비 비중(한국CXO연구소, 8.9)이 공개되었다.

2011년 2020년 4대그룹의 국민경제 비중은 “매출(19.9%) < 영업이익(30.4%) < 당기 순이익(40.5%)”로 요약된다. 매출 비중에 비해 당기 순이익 비중이 높다는 것은 4대그룹의 자본이용 효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였다면 재벌의 ‘일반 경제력집중’ 문제가 불거졌을 터 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고래를 연못에 가둘 것인가’라는 반박이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한 나라의 국력은 ‘모국 소속 글로벌 기업이 몇 개인 가’에 의해 결정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의 성과’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치열한 상업 세계에서의 분투 결과임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부(國富)를 쌓는 길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는 시장경제의 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것이다. 형집행 정지 상태에 놓여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면이 이뤄짐으로써 '취업제한’ 장애물이 제거된 것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회계부정(삼성바이오로직스)과 부당합병(삼성물산)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원론적인 몇 가지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2016. 11. 1 공모가 13.6만원으로 코스피에 신규 상장됐다. 삼바는 2016년, 2017년 순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 4월에는 분식회계(회계부정) 의혹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리를 받는다. 그럼에도 2017년 12월까지 삼바 주가는 상승한다. 분식을 통한 이익에 기대어 상장했다면, 적자 상태인 삼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야 맞다.

삼바는 적자였지만 미래가치가 주가에 반영돼 주식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삼바는 합작회사로 출발했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1회성 이익 반영’이 분식으로 오인 된 것이다. 2022년 8월 16일 현재 삼바의 주가는 90.9만원이다. 회계분식 의심을 받는 기업의 주가가 6년 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O 대통령의 리더십은 ‘나침반’(방향성)과 ‘스톱워치’(강도)에 의존한다.

윤석열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방향성’이 아닌 ‘결기’의 문제일 것이다. 윤석열 리더십의 방향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해양세력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일 공조강화 그리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chip 4 예비 참여’가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최대교역국인 점을 감안해 ‘중국과 거리’를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럼 ‘혼밥에,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외치고, 중국몽(中國夢)을 떠받들 던’ 문재인 정부 시절로 되돌아가야 하나?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국과 척을 지는 것이 아니다. 고압적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이다. 선린관계는 ‘힘의 균형’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힘이 부족하면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이 외교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타당하다. ‘민간주도, 시장 중심’의 경제운영에 이의를 달아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은 ‘투자견인 혁신추동’으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혁신도 꼭 필요한 아젠다이다. 공공부문 예컨대 한국전력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이 부재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의 현주소를 보자. ‘8.20자 중앙일보 한경환의 선데이 컬럼’을 읽고 눈을 의심했다. 그대로 인용한다. “과거 정권의 비리나 잘못을 들추는 것으로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협량한 생각은 애초부터 접는 게 좋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탈북어부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는 일들을 만약 하나라도 실정 회피용으로 기획했다면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과거를 덮는 것이 화해와 협력이고, 국민통합이고 국민소통인 가? 그렇게 하지 않아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았다면, 차라리 타협하지 않는 까칠한 지도자를 택하고 싶다.

끝으로 이준석에 대해 한마디 붙인다. 그는 금선(禁線)을 넘고 있다. 이준석은 최근 “모델하우스는 금수도꼭지, 실제는 녹슨 수도꼭지”라면서 윤대통령을 힐난하고 있다. 그 말이 맞다면 이준석은 사기분양의 실무자, 기획자가 된다. 이준석은 ‘성상납 무마’시도 관련해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상태이다. 촌철살인도 아닌 허접한 비유로 자신의 속한 당의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은 정말이지 정치공인의 태도가 아니다.

대통령은 정말 어려운 직업이다. 저질스런 정치문화, 이 모든 것을 지고 가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업보고 숙명이다. 인간은 약한 존재지만 인고하면서 강해진다. 대통령의 무게를 잘 견디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레이건을 벤치마크한 윤석열 브랜드로 다시 시작하기를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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