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865년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에 처했다. 특히 내륙의 쓰촨성의 피해가 극심하다. 가뭄으로 우한시 인근에서 양쯔강과 만나는 한강의 수위가 낮아져 하얀 모래가 드러난 모습. [사진=블룸버그]
중국이 1865년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에 처했다. 특히 내륙의 쓰촨성의 피해가 극심하다. 가뭄으로 우한시 인근에서 양쯔강과 만나는 한강의 수위가 낮아져 하얀 모래가 드러난 모습. [사진=블룸버그]

중국이 현재 '엎친 데 덮친' 상황에 처했다고 블룸버그가 24일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락다운 조치, 미국과의 무역 분쟁, 부동산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1865년 이래 최악의 가뭄까지 맞게 된 것이다. 특히 가뭄으로 현대 문명 존속의 기본 요건 중 하나인 원활한 전력 수급이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우한에 살고 있는 퇴직자 완진준 씨(62세)는 지난 10년간 거의 매일 양쯔강에서 수영을 해왔다. 그는 이렇게 심한 가뭄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극심한 여름이 아시아의 가장 긴 강인 양쯔강에 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6천3백킬로미터에 달하는 양쯔강은 중국의 식량 대부분을 부양하는 농장들에 물을 공급하며, 세계 최대 삼협댐을 포함하는 수력발전소를 돌아가게 하는 중국의 근간이다. 완진준 씨의 말에 따르면 1년 전만 해도 강의 수위는 강둑에 닿을 정도로 높이 찰랑거렸다. 이제는 1865년 수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에 달해, 강바닥의 모래가 보이고 썩은 물고기가 악취를 풍기는 갈색 진흙이 흘러다니고 있다.

완진준 씨는 "지금도 수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 40도에 달하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거의 100보를 걸어내려가야만 했다고도 했다. 이는 평소의 수위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쯔강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면서 중국의 핵심 수력발전소들이 제기능을 못하게 되고, 많은 지역들에서 에너지 대란이 벌어질 형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들은 조명을 끄거나 에스컬레이터 등의 편의시설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또한 에어컨 작동 시간도 줄이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상하이 공장 관련해 공급망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 경고했고, 도요타와 세계 최고 배터리 제조사인 컨템포러리 암페렉스는 공장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 22일 우한시를 흐르는 양쯔강의 수위가 낮아진 모습. [사진=블룸버그]
지난 22일 우한시를 흐르는 양쯔강의 수위가 낮아진 모습. [사진=블룸버그]

비록 에너지 위기가 2021년보다는 덜 심각하지만, 빈번한 코로나 락다운과 부동산 위기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해야 한단 중국 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시진핑 주석이 전례를 깨는 3번째 임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가뭄과 그로 인한 전력 부족 상황은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던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에겐 곤란한 사항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1960년대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어왔던 중국 쓰촨성 남서부 지역은 수력발전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는 여건상 가장 심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 지역 댐의 전력 생산은 절반으로 급락한 반면, 폭염으로 전력 수요는 약 4분의1만큼 증가했다. 이로 인해 독일 인구수에 해당하는 지역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해야하고 가정 전력 및 테슬라 공장에 들어가는 전기를 담당하는 중국 에너지 망이 심각한 압력을 받게 됐단 평가다.

청정에너지 연구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수력발전은 2020년 당시 중국 전력 생산의 약 18%를 차지해 최대 청정 에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전지판과 풍력 터빈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입 연료 의존성을 줄이고자 재생 에너지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관련 중국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 980억 달러를 청정 에너지에 투자했는데, 이는 2021년 같은 시기 투자액의 두배 이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쓰촨성의 전력 부족 사태는 가장 안정적인 재생 에너지로 평가되곤 하는 수력발전이 여전히 석탄만큼의 신뢰도는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NEF는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태양광 발전 및 풍력발전은 그보다 더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이 화석 연료에서 얼마나 순탄하게 재생 에너지로 넘어갈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다고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중국 전역의 공장 가동을 멈추게 했던 2021년 전력 위기 이후 중국은 석탄 발전을 늘릴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압력 하에서 석탄광산은 올해 생산량이 11%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해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한의 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가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해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한의 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가동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내려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리슈어(Li Shuo) 동아시아 그린피스 분석가는 현 쓰촨성의 상황이 2020년 후난성의 전력 대란 상황과 매우 흡사하단 분석을 내놨다. 당시 극심한 추위로 풍력 발전 생산이 급감했고, 난방 수요는 급증했다. 지난달 발간된 보고서에서 그린피스가 찾아낸 내용에 따르면, 당시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후난성에 다수의 석탄 발전소 가동을 승인했다.

리슈어 분석가는 "나는 중국 정부가 전력 대란에 대해 내놓은 대답이 석탄 발전소 추가 가동이 아니길 바란다"며 "하지만 나는 중국 정부가 그렇게 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석탄 보유량이 충분하면 중국 다른 지역으로 전력 부족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순 있지만 수력발전이 전력의 4분의3을 담당하고 있는 쓰촨성에는 큰 도움이 안된단 분석이다.

지난 가을부터 이어진 중국 최대 전력 대란으로 중국 산업계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도요타와 닝더스다이(寧德時代, CATL)를 포함해 여러 기업들은 수일간 쓰촨성 내 공장들을 닫은 상태다. 폴리실리콘 제조에 있어 최고인 퉁웨이 또한 자사의 공장이 영향을 받아 태양광 전지판을 만드는 데 있어 핵심 재료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뭄으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의 영향은 쓰촨성 이외의 지역에서도 관측된다. 상하이 해안의 와이탄 지역은 외부 조명을 껐으며, 후베이성 중부의 우한은 유명한 양쯔강 조명쇼를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이 작년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엄격한 조치들이 주로 쓰촨성에 한정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쓰촨성은 중국 GDP의 5%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18조 달러의 경제 대국에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은 있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미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잡았었다.

수위가 낮아진 양쯔 강. [사진=블룸버그]
수위가 낮아진 양쯔 강. [사진=블룸버그]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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