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현지시간)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계속 5%보다 훨씬 더 위에 머무른다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처럼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잭슨홀 회의가 열리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미리 약속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데이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이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회의 발언이 대체로 자신의 예상에 부합했다면서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고 한국에 더 강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월 의장은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원화 약세 요인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나 올랐고 원화 가치는 지난주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금리 격차 자체가 우리의 주된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분명히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된다"면서 "원화 평가절하는 한국 물가 상승률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과도한 금리 격차는 이상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환율이 움직이도록 허용해야 하고, 원화 절하의 간접적 영향을 통해 우리의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 물가상승률이 내년 연말까지 3%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본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끈질기게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는 시장 기대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로 국제 원유·천연가스 가격, 중국의 코로나19 정책과 미국·중국의 경기둔화를 꼽았다.

또 한중 무역관계 변화와 관련해 "(중국이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에서 우리가 정말 이득을 보던 시기는 끝나간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 공급망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대응을 못 했다는 비판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당시에는 모두가 또 다른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걱정했다. 이제 와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다고 비판하는 데 대해 나는 복합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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