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e심(SIM) 이용이 가능해져,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2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추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고도, 개인용과 업무용 번호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Subcriber Identity Module, SIM)은 이동통신 단말장치에서 가입자를 식별하는 모듈이다. 범용인 '유심'(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을 단말기에 내장한 게 e심이다. e심은 물리적 칩인 유심(USIM)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만, 유심과 달리 단말기에 내장된 칩에 QR코드 등을 통해 통신사의 프로그램 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하면 된다.

따라서 e심과 유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e심 도입효과. [그래픽=연합뉴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심 도입효과. [그래픽=연합뉴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물리적 교체가 불필요한 e심, 이통사에 신청하면 이메일 등으로 QR 코드 전달돼

유심과 달리 물리적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가 없다는 점이 'e심'의 장점이다. 이용할 이통사를 선택해 e심을 신청하면 이메일 등으로 QR코드가 전달된다.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개통이 완료된다. 비대면·온라인 개통이 가능해, 이통사 이동이 보다 편리해진다. 기존에 이통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리점에 방문해 유심을 새로 갈아 끼워야 했다.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유심 가격은 7700~8800원이지만, e심은 기존 유심보다 약 65% 저렴한 2750원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바꿀 경우 유심은 바꿔 끼우면 되는 반면, e심은 비용을 내고 다시 다운받아야 한다. 현재 정부와 이통사는 프로모션으로 e심 가격을 받지 않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에 당분간은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e심은 세계이통사연합회(GSMA) 주도 아래 2016년부터 표준화 규격이 발간됐고, 2020년 말 기준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뜰폰 사업자인 티플러스(KCT)만 2020년 7월에 가장 먼저 e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통3사는 스마트워치에 한해 2018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e심 서비스가 지원되는 단말기는 애플 아이폰의 경우 2018년 출시된 아이폰XS 모델부터다. 삼성전자에서는 최근 선보인 갤럭시Z폴드4와 플립4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앞서 갤럭시S20 시리즈부터 e심을 지원했는데, 국내에는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아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

① 투넘버 서비스와의 차이점은?

e심과 유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과 기존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투넘버 서비스’는 단말기 하나에 2가지 전화번호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크다. 투넘버 서비스는 '하나의 계약'에 가상번호를 포함한 2개의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고, '듀얼심'은 하나의 휴대전화에 아예 '2개의 계약'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다.

이동통신 3사는 현재 월 3300~3850원 정도만 내면 2개의 번호를 제공하는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넘버플러스Ⅱ', KT의 '듀얼번호 Lite', LG유플러스의 '톡톡 듀얼넘버' 등의 서비스가 그것이다.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통사들은 임의의 ‘가상번호’(끝 4자리는 이용자 선택 가능)를 부여해 주지만, 별도의 본인인증 서비스 등이 불가해 어플리케이션(앱) 등을 기존 번호와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통화나 문자 내역을 확인할 때도 어떤 번호로 연락이 온 것인지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고,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281(SKT), *77(KT), *77#(LG유플러스) 등 특정 번호를 선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e심을 활용한 듀얼심의 경우에는 이같은 단점이 해소될 수 있다. 유심과 e심이 아예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투넘버 서비스처럼 '진짜 번호+가상번호'가 아닌 '진짜 번호 2개'를 하나의 휴대전화에서 개통할 수 있다. 당연히 앱 아이디 등도 2개를 만들 수 있고, 유심과 e심의 가입 이통사나 요금제를 따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하번호 수신시 어떤 번호로 걸려온 것인지 구분해 표시된다는 점에서, 헷갈릴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9월 1일부터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e심(eSIM) 사용이 가능해지도록 예정된 가운데, KT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e심 활용 요금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KT 제공]
9월 1일부터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e심(eSIM) 사용이 가능해지도록 예정된 가운데, KT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e심 활용 요금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KT 제공]

② 공시지원금과 선택약정할인은 어떻게?

스마트폰 구입 시 이통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은 한 번호에서만 받을 수 있다. 선택약정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두 번호 모두 다 가능하다. 공시지원금은 스마트폰 구매 시 한 번 제공하는 혜택이지만, 선택약정은 요금제에 적용하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도 듀얼심을 활용해 요금제 선택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선택약정할인(통신료 25% 할인) 기준을 단말기가 아닌 '회선'별로 적용해, e심 회선을 추가 개통한 경우에도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KT에서 받고 있던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한 채 e심으로 LG유플러스 요금제에 동시 가입해 추가 약정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KT 음성 중심 요금제+LG유플러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활용할 수도 있고, 단말기를 자급제 등으로 구매해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알뜰폰 요금제+알뜰폰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③ 해외 로밍보다 싼 e심 활용 늘어날 듯

e심과 유심을 동시에 사용하는 ‘듀얼심’이 되면, 해외에 나갈 때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경우, 로밍보다는 저렴한 현지 요금제를 이용하기 위해 유심을 갈아 끼워야 했다. 이 경우 한국에서 오는 전화나 문자를 수신하는 게 불가능하다. 자칫 유심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지 요금제’가 저렴한 반면 번거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이통사들은 로밍 요금제 이용의 편의성을 강조하며, 각종 프로모션으로 해외 방문 고객을 상대로 가입을 독려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심을 이용하면서 e심으로 현지 요금제를 개통하는 게 가능하다. 로밍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유심 번호로 한국에서 오는 연락은 그대로 받으면서 e심으로 더 저렴한 현지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2020년 말 기준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e심을 상용화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여행객들은 이통사의 로밍 요금제 대신, e심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④ 듀얼심의 단점은 없나?

통신 3사의 ‘투넘버 서비스’와 ‘듀얼심’ 중 본인의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신 3사의 ‘투넘버 서비스’와 ‘듀얼심’ 중 본인의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무상의 이유 등으로 불가피하게 '투폰'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단말기 구매 없이 ‘2개 번호’를 이용하게 된다는 편의성이 있지만, 기존의 ‘투넘버 서비스’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투넘버 서비스는 매월 3000원대의 요금만 내면 되지만, 듀얼심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2700원의 e심 설치 비용을 낸 이후에도, 매월 자신이 선택한 요금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말기 값을 지불해야 하는 투폰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투넘버 서비스보다는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두번째 번호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매월 최소 1만원 가량의 통화 요금은 추가로 부과될 수밖에 없다. KT가 내달 출시하는 듀얼심 전용 요금제 '듀얼번호'(월 데이터 1GB+400Kbps)의 경우 요금이 월 8800원이고, 알뜰폰 최저가 요금제도 비슷한 수준이다. 투넘버 서비스 요금이 비해, 이용 요금제에 따라 약 2~3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추가 번호만 필요한지, 별도 활용을 위한 새 회선 자체가 필요한지에 따라 두 기능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상 번호와 분리되는 전화·문자용의 번호가 필요한 자영업자·택배업 종사자라면 저렴한 투넘버 서비스로도 충분할 것이고, 통신 요금을 좀더 부담하더라도 메신저 앱 등 보다 확실한 회선 분리가 필요한 영업직이라면 듀얼심을 선택하면 된다.

듀얼심을 활용할 경우 하나의 번호는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를 쓰고, 두 번째 번호는 수신용으로만 활용하는 저가 요금제를 쓰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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