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하고 신재생에너지 예산 744억원 줄여
서기관(4급) 이상 보수 동결하고 장차관급은 10% 반납
246개 달하는 위원회 81개로 통폐합...33개는 폐지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원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24조원 상당의 지출을 구조조정하면서도 서민·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는 더 늘렸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3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607조7천억원)보다 5.2% 늘린 639조원으로 편성했다.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증가율(8.7%)보다 증가폭을 3.5%포인트 낮췄다.

국가채무가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올해 말 기준 1068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는 증가율을 2026년 4.2%까지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관리재정수지는 GDP의 -2% 중반 수준, 국가채무는 5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안전판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건전재정 기조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상당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됐던 지방자치단체 사업인 지역화폐는 올해 예산 7000억원이 내년 전액 삭감,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업무로 되돌렸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예산도 744억원 삭감됐다.

공무원 보수는 서기관(4급) 이상은 동결하고 장차관급은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는 246개에 달하는 행정위원회 가운데 81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8개는 다른 위원회로 통합되고, 33개는 아예 폐지된다. 행정안전부가 내달 6일 구체적인 통폐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코로나 한시 지출 종료 등으로 중앙정부의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지출은 18.0%, 사회간접자본(SOC)은 10.2%,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6.5%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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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런 긴축을 통해 마련한 예산을 서민·사회적 약자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2015년 도입 이후 최대폭(5.47%) 인상해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2조4천억원 늘린다. 장애수당은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기초연금은 30만8천원에서 32만2천원으로 올린다.

반지하·쪽방 거주자가 민간임대(지상)로 이주할 경우 최대 5천만원을 융자하고, 보증금 2억원 이하 사기 피해 시 최대 80%를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사회복지 분야의 내년 지출 증가율은 5.6%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5.2%)을 상회한다. 저소득층과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출만 보면 증가율이 12%에 달한다.

소상공인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 경쟁력 강화에는 총 1조원을 투입한다. 장바구니 부담 완화 차원에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발행 규모는 1천690억원으로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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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경제를 뒷받침하는 미래 대비 투자에도 상당한 무게 중심을 뒀다.

반도체 전문 인력양성,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 총 1조원을 투자하고, 원자력 생태계 복원 차원에서 소형모듈원자로, 원전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홍수 대비 차원에서 대심도 빗물 저류터널 3곳을 신설한다. 보훈급여는 2008년 이후 최대폭인 5.5%를 인상한다.

병장 봉급(사회진출지원금 포함)은 올해 82만원에서 내년 130만원으로 늘리고, 0세 아동 양육가구엔 월 70만원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은 올해 5만4천호를 공급한다.

정부는 내달 2일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시했던 예산이 상당 부분 삭감됨에 따라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대립이 예상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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