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참기름 영업에 담긴 깊은 뜻은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현장 방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0퍼센트 언저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재의 저조한 여론조사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필사의 포석으로 읽힌다. 이는 윤 대통령이 자아내는 차갑고 이기적인 기득권 특권층 엘리트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친서민 행보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책사들이 나름 야심차게 기획했을 윤 대통령의 민생현장 방문 행사는 초장부터 김이 빠지고 말았다. 엄격한 기밀유지가 필수일 대통령의 동선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카페 「건희사랑」을 통해 사전에 불미스럽게 유출된 탓이다. 당 안팎의 정적들의 허를 찌르는 깜짝쇼를 연출한다고 생각했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으리라.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가? 김건희 여사와 부부간의 금슬이 각별하기로 정평이 자자한 분이시다. 여느 때 같았으면 검경 합동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이어져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보안사항 누출 사건은 세간의 예상대로 유야무야되는 분위기이다. 김건희 여사와의 이런저런 인연은 윤석열 정부가 완연한 레임덕, 즉 권력누수 현상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한국사회에서 당분간 확실한 까방권으로 통용될 듯싶다.

그럼에도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행보에서 범상치 않은 대목이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방문 장소에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소재한 암사전통시장이 포함된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암사시장의 한 참기름 가게에서 일일 판촉원 역할을 자임했다는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간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늘 진동한다는 사실을 이참에 국민들에게 널리 자랑하고 싶었던 것일까? 참기름 판매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수많은 선택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선구안이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한 윤 대통령의 암사시장 방문은 이튿날 펼쳐진 대구 서문시장 행보에 묻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 느낌이다. 대구가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온 까닭에서이리라.

허나 방문에 내포된 함의와 무게감에서는 암사시장 방문이 서문시장 행보를 압도할 수 있다. 왜냐? 무엇보다도 암사동에서 2km 남짓한 곳에 김건희 여사의 실질적 고향일 명일동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필자가 얼마 전 지인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신 명일전통시장은 성인 걸음 기준으로 암사종합시장으로부터 도보로 불과 26분 거리이다. 산책 삼아 어렵지 않게 다녀올 만한 이웃동네다.

윤 대통령이 서울에서의 주요한 민생행보 장소로 고른 강동구가 점유한 정치적 맥락과 위상을 이쯤에서 잠시 살펴보자.

강동구는 수도권의 대표적 부동층(Swing Voter) 거주 지역이다. 좀 더 면밀히 따진다면 민주당 계통 정당이 줄곧 강세를 유지해온 선거구였다. 강동 갑 지역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선미 의원이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연속으로 당선되었다. 강동 을은 그 이전인 19대 총선부터 민주당 계열 정당의 아성으로 기능해왔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의원의 부인 김혜경 여사를 ‘배우자 실장’이라는 전무후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직책으로 올해 대선에서 보좌ㆍ수행했던 이해식 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 군림하고 있다.

구청장 선거 심급에서는 민주당의 우위가 더더욱 도드라진다. 국민의힘은 강동구청장직을 금년 6ㆍ1 지방선거에서 무려 16년 만에 가까스로 탈환했다. 만약 금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아닌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면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강동구청장 선거에서 필시 또다시 무난히 뽑혔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의 암사종합시장 탐방은 현 집권세력의 급격한 보수화 추세와 그 백미를 이루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숙청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린 수도권 중도층 유권자들, 곧 산토끼들 민심의 향후 진로를 타진하는 데 근본적 동기와 목적을 두었다. 윤석열 정권의 3대축을 형성하는 영남보수 집단, 강남부자 그룹, 그리고 현 정권 들어와 유난히 득세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철규 의원 유형의 강원도 토호세력으로부터는 좀처럼 듣기 힘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대단히 드문 기회였던 셈이다.

암사동 방문은 영부인 하방 결단의 사전정지 작업일까

문제는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은 선언만큼이나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 소통과 경청도 알맹이가 없기로는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중도 성향 일반대중의 민의를 탐문하고자 강동구에 다녀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빚어지는 모습들은 극우화를 넘어 급기야 파쇼화 단계로까지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국민의힘에서는 당내 현안과 관련해 형식적 표결조차 대충 건너뛰기 일쑤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무조건 보수 정당을 찍어주는 강남과 영남 지역구의 의원들이 밀어붙이는 북한 노동당 방식의 하나마나한 만장일치의 박수 투표가 횡행한다. 이와 같은 비민주적 절차로 채택된 당론마저 내용을 뜯어보면 강용석과 이봉규 범주의 극우 상업 유튜버들이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근거 없고 악의적인 억측과 선동을 무비판으로 추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도층의 민심을 지속가능하게 잡으려면 이준석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지향하는 과감한 좌클릭이 요구되건만, 국민의힘은 황교안과 민경욱 등의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인 수꼴 정치인들이 당을 쥐락펴락하던 미래통합당 시절로 자멸적으로 뒷걸음질치고 만 인상이 역력하다. 수도권 접전 지역구들에서 거의 모조리 패배해 민주당에 180석의 국회의석을 헌납한 2020년의 기록적 참패를 재현하고자 윤핵관들의 주도 아래 당 전체가 레밍쥐떼처럼 일사불란하게 벼랑 끝을 향해 몰려가고 있다고 표현하여도 전연 과장이 아닐 터이다.

암사동을 들른 일은 윤석열 대통령도 머리로는 극우화의 위험성과 중도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표시다. 그런데 대통령의 분신이자 친위대를 자임하는 국민의힘은 선거 승패의 관건을 틀어쥔 중도표 따위는 필요 없다는 무모한 객기를, 총선에서 한번쯤 더 역대급 대패 좀 당하면 어떠냐는 무책임한 만용을 서슴지 않고 부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진위가 여전히 명백하게 검증되지 않은 의혹만을 구실로 이준석 대표를 무자비하게 난도질해 찍어냈다. 그러므로 필자도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 공정하게 이참에 의혹을 약간 제기해보련다. 물론 윤 대통령의 선의와 진정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취지의 착한 의혹 제기이다.

대통령의 암사동 방문에 관계된 제반 실무 작업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참모들은 암사동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데인 명일동까지 겸사겸사 현장답사를 나갔을 개연성이 짙다. 무슨 현장답사였을까?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김건희 여사가 남편과 떨어져 홀로 지낼 사저를 물색하는 답사였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그토록 간절하게 촉구해온 김건희 여사의 명일동 하방이 드디어 바야흐로 현실화될 찰나인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일동 전격 귀향은 윤석열 정권에 마냥 불리하게만 돌아가온 정국의 흐름을 일거에 반전시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해낼 수가 있다.

필자가 이러한 공상과학소설 같은 의혹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건 이준석을 무지막지하게 제거하고 극우화와 파쇼화의 길로 폭주하는 국민의힘의 작금의 한심한 작태를 고려하면 암사시장에 갔다가 돌아온 대통령의 민생행보가 그야말로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돼버릴까 걱정하는 충정의 발로에서이다.

대신에 필자는 사기죄로 벌써 몇 년째 수감 중인 인사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해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필자가 관대하지는 못해도 상식적이기는 한 덕분이다. 나 같은 일개 필부조차 지키려고 노력하는 건전한 상식적 판단과 잣대를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금배지들이 너무 늦기 전에 되찾기를 바란다. 다음번 총선이 머지않았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