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기구의 판단에 불복해 판정 취소 신청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에서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감액됐으나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천950만달러(약 6조 1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국제중재를 제기했고,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는 10년 만인 이날 우리 정부에 2억1천650만달러(약 2천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에 해당한다.

중재판정부 다수의견(2명)은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우리 금융 당국이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우리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금융 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된 것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때문인 만큼 그 책임을 한국 정부에 물을 수 없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이 소수 의견은 400페이지가량의 판정문 중 40페이지에 걸쳐 개진됐다.

정부는 이같이 판정부 내에서 강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보고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할 당시 승인 심사 과정에서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차별 없이 공정·공평히 대응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소수 의견이 우리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정부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만 봐도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피 같은 대한민국 국민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월권,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5가지 사유를 근거로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단 한 번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즉시 별도의 취소위원회(3명)를 구성해 취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최소 1년 이상 걸리며, 그 때까지는 판정의 집행이 유예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1966년 ICSID 설립 이래 지난해까지 접수된 133건의 취소 신청 가운데 약 15%인 20건만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관할권 문제'로 취소 신청이 많이 인용됐는데, 정부는 어떤 사유를 들어 론스타 사건 판정 취소를 신청할지에는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은 "중재절차 투명성 제고와 알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 및 중재재판부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사건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비밀유지 약정서가 있는데 최대한 공개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당시 론스타의 인수·매각 과정에 관여한 당국자들의 책임론과 관련해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장하는 손해는 론스타의 주가조작 등 본인들의 귀책 사유에 의한 것이란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그 외에 새로이 드러날 만한 내용이 있는지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