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기술을 비롯한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주요국보다 턱없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일 "한국과 주요국의 신약 개발 현황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이 부족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맞춤 정책지원 및 신약 개발 환경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성장한 제약산업의 5년 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조8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 제공

신약 개발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2017∼2021년에 승인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신약'(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고치는 세계 최초 혁신 신약) 개발 수는 미국이 66개, 유럽이 25개로 전체 102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이 6개, 중국(홍콩·대만 포함)이 2개이며 한국은 없다.

한국의 주요 경쟁국 대비 신약 개발 기술 수준도 선두 주자인 미국의 70% 정도에 불과하며, 약 6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중국도 미국 대비 75% 수준으로, 한국보다는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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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한국에 앞선 주요국의 강점도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 전통적인 기초과학 강국 ▲ 차세대의료기반법 제정으로 의료데이터 활용 신약 개발 적극 지원 ▲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1천100억원 규모 산학연 협력 컨소시엄 구성 등을 꼽았다.

중국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설립한 합작법인의 중국 측 지분이 51% 이상이면 자국 의료데이터를 전면 개방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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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대규모 FDA 심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AI 신약 개발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경련은 제약산업 강국이 포진하고 있는 유럽에 대해서는 ▲ 제약바이오 클러스터 지정 및 제약사 인센티브 제공(스위스) ▲ 연구개발(R&D) 인력 원천징수세·특허세 최대 80% 면제(벨기에) 등을 강점으로 들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5천만명의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청구 데이터가 신약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의료데이터에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융합형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의료 심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과학기술·규제 자문 지원, 신약 심사 및 허가 소요 기간 단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우수 전문 인력과 AI·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신약 개발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빅데이터·의료 융합형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맞춤형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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