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8월 10일 개최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측은 한중관계에 대한 소위 ‘다섯 가지 마땅함(應當·응당)’을 한국 측에 제시했다. 중국측이 양국 국민이 바라는 최대 공약수라고 주장한 다섯 가지 마땅함은, “독립자주를 견지해 외부의 간섭을 받지 말고,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 중대한 우려를 배려하며, 개방과 윈윈을 견지해 공급 체인의 안정과 창달을 지키고, 평등존중을 견지해 상호 내정을 간섭하지 않으며,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 헌장의 원칙을 준수하자”는 내용이다. 그리고 당일 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예전에 한국 정부가 3불(不)과 1한(限) 정책을 공식 표명했다”고 올렸다.

중국측이 한국측에 요구한 내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국제정치에서 작동하는 일반적인 사항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으로 기울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측의 요구는 한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외교정책을 강요하는 오만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한국 내에서 나왔다.

그러면 중국이 이 시기에 이러한 일방적인 요구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한국의 새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저자세 친중국 정책을 정리하고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한미관계를 강화하려 함에 따라, 중국이 이를 막아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이번 외교장관회담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되는 것임을 감안하여, 중국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이 이번에 한국에 대한 요구사항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자기 방식으로 강요하려는 오만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예측할 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중국의 일반적인 외교행태와 중국이 그간 우리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를 보면, 유추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외교는 비유와 개괄에 능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어떤 상황을 고도로 개괄하는 능력과 정곡을 찌르는 데 뛰어났다. 이번에 ‘다섯 가지 마땅함’은 그간 중국이 간략하게 자신의 뜻을 표명하여 왔던 방식을 양국관계의 방향에 적용한 것이다. 둘째, 중국은 선전전에 능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왜곡한다. 중국이 마오쩌둥의 협상 전술 중 하나인 ‘선참후주(先斬後奏, 선 처리 후 보고)’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상대의 의도를 중국 자신에 유리하게 해석한 뒤 이를 언론에 흘려 기정사실화하는 전술이다. 셋째, 중국은 자신의 큰 틀에 상대방을 집어넣고, 자신의 생각이 옳고 상대방은 ‘옳지 않다’는 방식으로 자신이 주도권을 장악해 나간다. 중국은 이와 같이 중국의 전형적인 협상술을 사용하여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첫째,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압박방식을 잘 이해하고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다. 중국의 방식을 잘 이해할 때 우리는 중국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할 때 우리가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일방적인 방식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방식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는 중국이 언급하는 내용과 방식에 대해 너무 의미를 두거나 그 의미를 복잡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럴수록 우리는 중국의 의도에 말려들게 된다.

셋째, 우리는 중국과 다른 국가이익이 있고, 이를 차분히 관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양국관계가 일정 기간 불편한 상태에 있더라도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국제법과 규범, 상호존중에 기초한 동반자관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대만의 협상 전문가인 린원청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협상은 한판의 선전전이다. 중국이 사실을 왜곡하고 힘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용감하게 들춰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을 잘 알고 이에 대비하면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챙겨야 한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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