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문재인의 확고부동한 계승자
윤석열의 식상하고 상투적인 '법대로 해' 승부수
이재명이 대통령 돼 윤석열 법정 세운들 지지자들이 지지 철회할까?
유죄 판결만 받게 하면 숨통을 완벽히 끊어놓을 수 있다는 무지한 착각

민주주의는 경쟁자를 투표장에서 결딴내는 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마침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다종다양한 사건들만 수임하는 데도 웬만한 규모의 법무법인 하나가 통째로 필요할 정도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사법리스크’라는 표현에 극도의 거부감과 불쾌함을 표출해왔다. 해당 용어가 그를 낙마시킬 목적 아래 전방위적으로 무차별하게 진행되어온 검경의 노골적 정치개입 행위를 마치 정당한 법집행의 일환인 것처럼 호도ㆍ윤색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재명의 가슴 속에 현재 가득 차 있을 울분과 억울함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을 불문하고 집권세력의 정치적 반대파를 투표와 같은 정상적인 정치적 절차를 통해 물리치기보다는, 검찰과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사법적 수단으로 퇴출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 기간 내내 편집광적으로 매달린 소위 적폐청산 작업 역시 그 본질적 의도를 들여다보면 야당을 투표장이 아닌 재판장에서 제압하려는 불순하고 반민주적인 책략과 기동에 지나지 않았다.

권력의 반대자들에게 투표용지 위에서가 아니라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 위에서 이기려는 문재인 정권의 시대착오적 기획과 만용은 5년 만에 야당에게 정권을 내줌으로써 참담하고 총체적인 파산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 저 아득한 옛날의 1980년대 학생운동권 시절에나 유효했을 낡고 퀴퀴한 헤게모니 투쟁의 전략전술을 무능하고 구태의연한 직업정치인들을 대신해 풍부한 빅 데이터에 기반한 첨단 인공지능에 국가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까지 무리하게 연장해 적용시킨 후과였다.

정적에 대한 최종적 승리를 중앙선관위가 아닌 대법원에서 선포ㆍ확인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확고부동한 계승자로 평가될 수 있다. 법으로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윤석열의 반정치주의적 경향과 습성은 이준석 숙청 소동에서 이미 생생히 증명된 바 있다.

나는 국민의힘의 정확한 당헌당규에 관해 알지 못한다. 솔직히 알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필자가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당내의 사법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윤리위원회를 야밤에 소집하는 모양새로 제거하지 말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그의 심복들, 즉 윤핵관들은 아무리 길고 지루할지언정 이를테면 전당원 투표처럼 반듯하고 제대로 된 정치적 경로를 착실히 밟아가며 이준석을 몰아내야만 옳았다. 그러면 이준석은 윤석열에게 항거할 명분과 동력 모두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당대표를 밀실의 윤리위에서 군사작전 하듯이 찍어내려고 획책한 까닭에 윤석열의 이준석 축출 작전이 쿠데타의 한계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윤리위를 끌어와 “법대로!”를 외치니, 이준석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며 “그럼 나도 법대로!”로 응수하는 양상이었다. 이준석을 상대로 이렇게 헛되이 무위로 돌아간 수법을 윤석열은 이번에는 이재명을 표적으로 겨눠 고집스럽게 쓰려고 한다. 허나 안에서 샌 바가지는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 정치로 해결해야 마땅할 문제를 법으로 풀려는 윤석열의 식상하고 상투적인 ‘법대로 해’ 승부수는 이재명과의 싸움에서도 여지없이 실패할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를 이재명 추종자로 오해하는 이들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나는 이재명이 직면한 사법리스크는 이재명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 지금의 우리나라 제도정치권에서 활동 중인 현역 정치인들 가운데 고소고발 좋아하기로는 이재명을 따라갈 인물이 드문 연유에서다.

돌이켜보면 정치인 이재명이 가는 곳마다 그 원인과 동기가 뭐였든 간에 결과적으로 늘 고소가 난무하고 고발이 남용됐다. 이재명이 타자를 고소고발한 경우도 잦았고, 반대로 남들이 이재명을 고소고발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경찰서로부터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 고지서 한 장 날아와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평범한 보통 국민들로서는 이재명이 정치를 하려고 고소고발을 하는 건지, 아니면 고소고발을 하려고 정치를 하는 것인지 도통 헷갈릴 지경이다.

법기술자에 앞서서 인간부터 되어야

대한민국 국회의 법률안 발의 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얼마나 많은 개수의 법률을 발의했는지가 정치인의 우열을 가름하는 통상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희한하게시리 국회는 가면 갈수록 더욱더 난장판이 되어간다.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인성은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나날이 저렴하고 비루해진다. 법 다루는 기술을 빼놓으면 인격도, 실력도 수준 이하인 함량미달의 온갖 기회주의적 정상배들과 건달패들이 여의도 정치권에 무분별하게 과잉 충원된 탓이다.

한반도 남쪽에서 정치인은 극단적 흉악범죄나 천인공노할 반인륜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에는 사법처리가 된다고 하여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장나지 않는다. 그런데 현 정권의 열성 지지층은 이재명을 재판에만 넘겨 유죄판결만 선고받게 하면 그의 숨통을 완벽히 끊어놓을 수 있다는 오만하고 무지한 착각에 단단히 중독돼 있다.

역으로 반문해보겠다. 올해 대선에서 만약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패장인 윤석열을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고 가정해보시라. 그렇다고 하여 대다수 윤석열 지지자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성싶은가? 오히려 정반대일 게 분명하다. 이재명 정권이 자행하는 불의한 야당탄압 음모와 공작에 분연히 맞서야 한다며 윤석열 주위로 더더욱 똘똘 뭉쳤을 게 뻔하다.

따라서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가장 확실하게 종식시킬 방법은 자명하다. 그가 다시금 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20대 대통령 선거와 비교해 큰 표 차이로 낙선시키면 된다. 고소고발을 못하면 안절부절못하는 이재명 대표의 삭막하고 살벌한 성정을 고려한다면 다음번 대선이라고 해서 이재명의 정치력이 특별히 더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놔두면 정치적으로 자연사할 이재명을 어째서 굳이 법률적 의문사로 몰아가 왜 순교자로 만들어주려 하는가? 이준석을 정권의 집요한 박해를 받아 장렬히 산화한 순교자로 등극시켜주면서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윤석열 정권이다. 이준석에 뒤이어 이재명까지 순교자로, 애들 말로 올려치기를 했다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또 어떻게 되치기를 당해 나중에 어떤 험한 봉변을 당할지 가히 예측불허 상황이다.

이재명의 치명적 아킬레스건은 재판 과정이 아닌 선거 과정에서 보다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다. 이 간단한 이치와 진리를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의 참모들이 너무 늦기 전에 명징하게 깨달았으면 좋겠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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