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특별공제(3억원)를 포함한 올해에 한해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3억원 높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의 반대로 '무산'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일시적 2주택 등 과세특례와 합산배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은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일시적 2주택 등 과세특례와 합산배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특별공제와 관련해 여야 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당 의원들, 종부세 특별공제에 대해 질의도 안해

이날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종부세 특별공제에 반대하는 주장을 했을 뿐, 여당 의원들조차 아무런 질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부세 특별공제 자체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올해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100→60%)과 함께 1세대 1주택자에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 도입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금액이 기존 공시가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여야는 이달 초 이사나 상속 등 불가피한 이유로 2주택자가 된 1세대 1주택자들에게 1주택자에게 주는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주는 등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특별공제를 담은 조특법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 과정에서 특별공제 규모를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이마저 관철되지 않았다. 대신 여야는 올해 안에 집행할 수 있도록 합의 처리한다는 목표로 추후 논의를 이어가는 부분에만 합의했다.

특별공제 자체가 올해 한시 적용을 위한 것인 만큼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올해 적용을 염두에 둔 법안이라면 지금이 한창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실종된 상태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종부세 특별공제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이처럼 논의가 실종된 가장 큰 이유로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꼽힌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종부세 특별공제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기본공제가 기존 11억원에서 올해 14억원, 내년 12억원으로 매년 조정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래픽] 여야 처리 합의 종부세법 개정안.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그래픽] 여야 처리 합의 종부세법 개정안.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이런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시 후보(현재 당대표)는 “국민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이 같은 공약을 했다. 그러나 선거 후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특히 ‘부자 감세안’이라며 비판 기자회견을 연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얼만 전만 해도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수진, 정태호, 홍성국 의원 3명은 지난 7월 19일 박성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 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추가 공제액을 5억에서 9억으로 상향 조정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을 15억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종부세 3.5배 규모로 늘어나...같은 기간 국세 수입은 35% 증가

민주당은 종부세 특별공제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이 올해 일부 시행되기는 하나 근간은 아직 전 정부의 세법이므로,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세법이 적용되는 마지막 해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수가 6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시행 첫해인 2018년 종부세수 1조9천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종부세수는 258% 급증한 규모다. 문재인 정부 5년 기간에 정부가 거둔 종합부동산세가 3.5배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반인들이 그만큼 많이 부담했다는 의미가 된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은 293조6천억원에서 397조1천억원으로 35% 늘었다. 전반적인 세수 증가 속도로 보면 종부세가 전반적인 국세수입보다 7.3배 빨랐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공시가 상승을 이끈 데다 종부세율 인상, 다주택자 중과체계 도입 등 세제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특별공제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1주택자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특별공제 기준은 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15일 개최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도 아무런 질의를 하지 않아, 달라진 태도에 주목됐다.

민주당, “종부세 특별공제 실시되면 고위 공직자 혜택” 주장

이를 두고,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재산 공개'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59명 가운데 39명(66%)이 종부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전 국민의 98%는 종부세 대상이 아닌데, 윤 정부 고위공직자들은 3명 중 2명꼴로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 의원은 고위 공직자 중의 상당수가 최근 개정된 종부세법 시행령에 따라 크게 감세 혜택을 받았으며, 정부가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이들 39명이 내야할 종부세가 1인당 평규 826만원 즉 세부담이 75%까지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왜 종부세 감세를 1호 법안으로 서둘러 처리하려는지 국민들도 그 속내를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부세 특별공제, 1세대 1주택자 21만 4천명이 영향 받아

하지만 고 의원의 이런 주장에 대해 “39명의 세금을 줄일려고 종부세 특별공제를 추진하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부세 특별공제는 1세대 1주택자 21만4천명의 올해 종부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14억원으로 올렸을 때는 9만3000명, 12억원으로 하면 4만5000명이 구제받을 수 있다. 부부 공동명의자 12만8천명 역시 1세대 1주택 단독명의로 명의로 변경할 경우 영향권에 들게 된다.

종부세 특별공제 기준을 올리는 방안에 대한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지난 2일 국회 예결위에서 "10월 20일 이전에 개정이 된다면 특별공제 금액을 반영해서 고지서를 발송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 시점이 늦어지면 종부세를 일단 11억원 기준으로 내고, 나중에 개인별로 따로 계산해 환급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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