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치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호영(5선) 의원이 61표를 얻는 데 그친 반면, 재선 이용호 의원은 42표를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주 의원이 과반을 간신히 넘겨 재투표 없이 승부를 확정지었지만 당초 압승이 예상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의원의 승리라는 분석도 나왔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42표를 획득한 이용호 의원의 선전에 대해, 친윤 그룹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원내대표 경선에서 42표를 획득한 이용호 의원의 선전에 대해, 친윤 그룹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의원의 지역구는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으로, 국민의힘 내 유일한 호남 의원이다. 첫 당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이었고, 재선 당시에는 무소속이었다. 대선 때인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선거 당일인 19일이 입당 287일 째에 불과했다.

그런 이 의원이 5선의 주 의원을 상대로 선전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주호영 추대론'에 대한 반발심과 '윤핵관'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 소위 윤핵관의 힘이 퇴색되고 변화 열망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① 주호영 추대론은 윤심이 작용한 것인가?

이번 선거전 막판까지도 주호영·이용호 의원 간 양자대결에서 주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는 당내 의견이 적지 않았다. 당초 '윤심(尹心)'을 기반으로 한 추대론이 나왔을 정도로 주 의원은 유리한 입지에 있었다. 지난 대선 직후 치른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얻었던 81표 안팎을 얻거나 적어도 70표 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자리를 겸임해야 하는 만큼, 5선인 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한홍 의원 등 친윤 의원들이 주 의원에 대한 '추대론'을 띄우면서, 당초 출마를 계획했던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추대론’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과감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며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금 비상 상황이니까 추대 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 원내대표의 전화에 이 의원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며 "(원내대표 추대가) 당 내 민주주의에 바람직하지 않고, 떠나는 원내대표가 할 처신은 아니라고 봤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추대론이 소위 윤심(尹心)'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추대론을 주장하는) 그분들의 마케팅이다. 그런 윤심은 없다고 본다"며 "제가 알고 있는 윤심은 그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대통령께서 개별적인 사안을 가지고 어떤 지침을 주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대통령도 분명 그렇게 입장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출연,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이용호 의원은 지난 16일 CBS라디오에 출연,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로부터 불출마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② ‘윤심 마케팅’ 거부하고 주호영 후보 개인에 대한 견제도

주 의원이 과반을 조금 넘은 61표를, 이 의원이 42표를 받으면서 두 사람 간 차이는 단 19표에 그쳤다. 만약 표결에 참가한 의원 10명만 마음을 바꿨다면, 극적인 역전도 가능했을 차이였다. 지난 4월 '친윤'인 권성동 의원과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윤'계인 조해진 의원이 얻은 21표의 두 배나 된다는 점에서, 친윤 그룹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 '윤핵관'으로 꼽혔던 장제원·권성동 의원이 2선 후퇴한 만큼, 윤핵관을 견제하고 '인적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원들의 의지가 표결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쇄신이라는 의미도 있고, '윤심'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당에서 일사불란 표몰이를 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는 구태의연하게 보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당무 불개입' 원칙하에 원내대표 선거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해 '윤심팔이'를 한다는 비판도 의원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당내 영향력도 일정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윤심은 없었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재선 원내대표에 나선 주 의원에 대한 견제가 표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주 의원의 경우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이미 한 차례 원내대표를 지낸 만큼, 이번에 또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것을 '과욕'으로 보는 시각이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따라서 지난 권성동 원내대표 선거 때 나왔던 반대표(21표)에 중진의원들의 견제심리,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쪽의 표가 합쳐져 42표라는 파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③ 이용호 찍은 42명의 의원, 당내 역학구도 변수로 부상

절대적 열세가 예상됐던 이 의원이 주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 40%에 가까운 득표로 선전한데 대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고 직격했다.

박 전 원장은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는 민심을, 경제는 시장을 거역할 수 없음에도, (친윤석열 진영이) 이준석을 제거해 싹을 자르려한 데 대해 상당한 저항, 즉 '윤심(尹心) 논란'에 대한 피로감과 이른바 '윤핵관'에 대한 당내 반발이 표로 이어진 것 같다"며 "반윤 정서가 싹틀 것으로 봤는데 (이번 선거를 보니) 이미 싹이 자랐더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사실상 이용호의 승리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막판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던 중진의원들이 대거 출마를 접은 것을 두고, 윤심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윤심은 당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이 획득한 42표는 윤심과 거리를 두려는 당내 바닥 민심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실제로 19일 경선결과에서 당내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에 뿌리가 있는 3선이나 4선급의 누군가가 나왔다면, 판세가 뒤집혔을 수도 있었겠다”는 탄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의원을 지지한 42명의 의원들을 통해 ‘윤심을 무조건 따르고 박수치는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심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멤버들에 대해서 당내 곱지 않은 시선이 표출됨과 동시에, 선거 과정에 용산개입설이 나도는 당내 분위기에 경고를 한 것이라는 평가이다.

이로써 주 의원을 지지하지 않은 42명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 잘 분석해서 그 사람들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이 잘 분석해서 대처하지 않으며 당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윤심 마케팅’을 거부한 42명이 당내 역학구도의 변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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