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주요 국가들이 겨울 추위가 오기 전부터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천연가스 자원 등을 무기화하자 서유럽 각국은 에너지 공급 루트 모색에 나서며 전력 소비를 감축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오는 23∼24일 에너지 외교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 순방에 나선다.

숄츠 총리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천연가스 수급 계약을 논의하고,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도 이와 관련해 면담한다.

숄츠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만난다.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빈 살만 왕세자와 거리를 둬왔다.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의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원유 증산 필요성이 커지자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부터 사우디로 날아가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했다.

이번에는 독일의 올라프 총리가 몸소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에게 에너지 공급을 호소하는 격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날 UAE와 계약 체결 방침을 전하며 "일이 잘 성사된다면 국내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여기에 날씨까지 도와준다면 겨울을 편안히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프랑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고, 프랑스에는 전기를 제공하는 '플랜 B'도 합의했다.

스페인은 겨울철 가정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시간대인 피크타임에 산업계가 에너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마리아 레예스 마로토 스페인 통상산업관광부 장관은 "에너지 사용을 감축하는 기업체들에 재정적으로 보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회사 '카후 보이마 오이'가 급등한 전기가격에 파산하자 핀란드 정부는 대규모 정전 사태 가능성 대비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40%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특히 독일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로 러시아와 직결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유럽 각국은 뒤늦게 에너지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중이다.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최근 90% 수준에 육박하고 대체 에너지원으로 발전용 석탄의 수입량도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럽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는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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