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 5명째 사의...‘고발사주’ 담당 검사도 사의
“공수처, 그동안 존재 가치 없다는 것 스스로 입증...법 제정을 통해 폐지돼야”

김진욱 공수처장(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잇달아 사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공수처 핵심 인력의 ‘엑소더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급조된 공수처의 본래적 한계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수뇌부인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 수사1부에서 이승규 검사(사법연수원 37기)와 김일로 검사(변호사 시험 2회)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공수처 설립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공수처에 합류했다. 지난 5월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두 명의 사표가 수리되면 수사1부는 이대환 부장검사 외에 평검사 2명만 남는다.

이 검사의 사의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김 검사의 사의는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검사들의 사의 표명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올해 6월 문형석(연수원 36기) 검사를 시작으로 7월 김승현(연수원 42기) 검사, 8월 최석규 부장검사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문, 김 검사는 사직처리 됐다.

당초 공수처에는 김 처장과 여 차장을 포함해 총 23명의 검사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18명만 남았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 25명을 채우기 위해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공수처 검사들뿐 아니라 수사관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8일까지 수사관 6명이 사직했다. 최근 2명 이상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관 정원은 파견 검찰수사관 포함해 40명 이내로 돼 있다.

중앙일보는 20일 공수처 내부에선 김 처장과 여 차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며 “현재 구성원들은 처, 차장 때문에 집단 우울증에 걸려있고 자포자기 상태”라고 전했다. 김 처장은 여권과 야권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중심을 못 잡고, 여 차장은 수사와 관련해 휘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무리한 지시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는 그동안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공수처법에 명시된 우월적, 독점적 지위 규정만 아니라면 실력으로 검찰과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는 우리나라 헌법 체계에도 맞지 않고 존재 필요성도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법 제정을 통해 폐지돼야 한다”며 “공수처 폐지 전까지는 자신들 경력에 맞는 수사에만 집중하고 처리능력이 안 되는 사건들은 전부 검찰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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