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20일 박성제 사장 해임안건 논의.
민주당 추천 이사들의 논의 강제종료로 해임안 통과 안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20일 박성제 MBC 사장 해임안건을 논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방문진은 이날 1시간30분 가량 박 사장 해임안의 타당성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표결을 통해 강제로 논의 종결을 의결했다. 현재 방문진의 이사회는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결국 이들 이사들이 표결을 통해 박사장 해임안 논의를 강제로 종료시킨 셈이다. 논의 종결 표결은 5대2로 통과됐다.

방문진은 앞서 김도인 방문진 이사가 제안한 ‘MBC 박성제 사장 해임 결의의 건(件)’을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확정했다.

김이사는 이날 공개된 박 사장 해임 의안 제안서에서 해임사유로 ① 진영 논리에 입각한 ‘국민 갈라치기’ 보도로 여론 양극화 초래 ② ‘끼리끼리 나눠먹기’식 인사로 회사의 경쟁력 추락 ③ 부당노동행위 방치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 이사는 의안서에서 국민갈라치기 보도의 사례로 "박성제 당시 보도국장은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초동 집회 인원이 “딱 보니까 100만짜리였다. 면적계산 이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경험 많은 사람들은 感으로 압니다.”라며 "보도의 기본인 ‘사실 확인’을 무시하고, 정파적 시청자들이 믿고싶어하는 ‘대안적 사실’을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사는 "또 하나의 사례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내용을 몰래 녹음한 ‘7시간 통화’ 녹취를 <스트레이트>와 <뉴스데스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자사 기자가 취재한 것도 아니고 유튜브 방송의 기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을 공영방송 MBC에서 소개한 것에 대해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이사가 제안한 박 사장 해임제안서 전문이다.

이사회 의안 제안서

1. 제안 안건명: MBC 박성제 사장 해임 결의의 件

2. 제안하는 의결주문: MBC 박성제 사장을 해임한다.

3. 제안 사유:

‘공영방송 MBC’는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공영방송 주창론자이자, 현재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강형철 교수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글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로 두 가지 변별성을 꼽은 바 있다. 민영방송과 구별되는 두 가지 변별성이 없다면, 구태여 수신료를 내거나 공공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첫째, SNS의 영향으로 ‘집단 양극화의 법칙’이 우려되는 요즘, 공영방송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뉴스, 정보, 관점을 제공하여 사회 통합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경험의 폭’과 ‘기대 수준’을 확장해 건전한 시장경쟁을 오히려 촉진해야 한다.

MBC는 이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특히 2020년 3월 박성제 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정파성은 더욱 심화되었고, 프로그램 경쟁력은 사상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MBC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것은 박성제 사장의 잘못된 저널리즘 觀과 편향적 조직 운영 탓이 크다. 이에 방송문화진흥회에서 그 책임을 물어 박성제 사장의 해임을 결의할 것을 제안한다. 박성제 사장의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다음과 같다.

(1) 진영논리에 입각한 ‘국민 갈라치기’ 보도로 여론 양극화 초래

MBC는 박성제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조국 집회’ 관련 보도를 통해, 親 문재인, 親 조국 성향의 정파적 시청자를 대변하는 진영언론의 대표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조국 집회’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야간 촬영허가도 받지않고 드론으로 생방송 공중촬영을 하는가 하면, 하룻밤 사이 집회 참가인원의 추산 규모를 10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다시 일주일 뒤에는 300만명으로 부풀렸다.

박성제 당시 보도국장은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초동 집회 인원이 “딱 보니까 100만짜리였다. 면적계산 이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경험 많은 사람들은 感으로 압니다.”라며, 한술 더 떴다. 보도의 기본인 ‘사실 확인’을 무시하고, 정파적 시청자들이 믿고싶어하는 ‘대안적 사실’을 제공한 셈이다. 사장이 된 이후에도 “예를 들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에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집회를 1대1로 보도하면서 민심이 찣겨졌다고 보도하는 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인가”라며,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진영논리를 피력했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세 보도국장 시절, 그리고 사장이 된 후에도 일관되게 보여준 그의 진영논리는 일선 기자들의 논조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2020년에 방송된 TV 뉴스 정치 관련 이슈에서 기자 리포트의 편향성을 조사했더니, 당시 정부/여당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분명하게 야당/야권에 비판적인 멘트가 MBC 15%, KBS 4.5%, TV조선 1.8% 등으로 나타났다. MBC의 기사가 압도적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당시 야당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정부/여권에 비판적인 멘트는 TV조선 6.4%, KBS 0.8%, MBC 2.0%로 나타났다. TV조선이 국민의힘에 대해 보여주는 우호적인 태도보다 MBC가 더불어민주당에 보여주는 우호적인 태도가 훨씬 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1)

지난 2017년 12월에 방송된 ‘MBC 몰락, 7년의 기록’에서는 2017년 12월 리얼미터 조사를 인용해, MBC가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에서 3위에 머문 반면, ‘가장 신뢰하지 않는 방송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며, 보수 정권 7년 동안 MBC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잘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1년 시사IN 조사에서, MBC는 ‘신뢰하는 매체’에서 7.4%로 여전히 3위를 차지한 반면, ‘가장 불신하는 매체’에서는 11.7%로 2위를 차지했다. 또 한국기자협회가 일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BC는 ‘가장 신뢰하는 매체’ 부문에서 2.3%로 11위, ‘가장 불신하는 매체’에서는 13.5%로 2위를 차지했다. 언론 신뢰도에 관한 정기 여론조사 가운데 ‘불신도’를 함께 조사하는 기관은 시사IN과 한국기자협회인데, 두 군데 모두에서 불신도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불신도 1위는 신문사였기 때문에,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 중에서는 MBC가 가장 불신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2017년 김장겸 사장 시절보다도 불신도가 오히려 더 높아진 셈이다.

MBC가 한편에서는 불신과 미움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뢰와 갈채의 대상이 된 것은, 진영논리를 내세워 특정 진영의 타는 속을 강하게 풀어주는 ‘해장국 저널리즘’의 행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장국 저널리즘은 유튜브 채널과 그 속성이 일치하는데, 그래서 우려되는 것이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유튜브 콘텐츠化다. 유튜브 클릭數를 올리기 위해, 기사 제목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정치 유튜브 채널의 방식을 따라 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일례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시선집중>의 유튜브 코너인 ‘천기누설’의 보조 진행자는 MC 장원인데, 현재 ‘잡스러운 연애’, ‘우당퉁탕 수해복구’와 같이 야한 주제에 관해 낄낄거리는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을 시사 코너의 보조 진행자로 쓰는 의도는 건전한 권력 비판보다 ‘나꼼수’식의 비아냥과 조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몇 차례 지적을 했음에도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SNS로 인한 ‘집단 양극화’의 폐해를 막기 위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뉴스·정보·관점을 제공하여 사회통합기능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 박성제 사장이 이끄는 MBC 저널리즘의 현주소다.

MBC의 정파적 보도는 지난 20대 대선 때 절정에 달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MBC의 대선 보도행태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추궁할 때 보였던 용기와 결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재명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MBC의 모습은 이번 대선보도에서 언론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장면으로 기록될 것 같다.”2)

 특히 MBC 기자가 김건희씨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사건은,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MBC 내부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하나의 사례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내용을 몰래 녹음한 ‘7시간 통화’ 녹취를 <스트레이트>와 <뉴스데스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자사 기자가 취재한 것도 아니고 유튜브 방송의 기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을 공영방송 MBC에서 소개한 것에 대해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언론노조KBS본부가 의뢰한 전문가 모니터링단에서도,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검증을 생략한 채 통화내용을 받아서 단순 전달하는 ‘하도급 보도’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3) 원로 방송학자인 강준만 전 교수도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MBC의 정치적 편향성을 개탄하기도 했다.4)

대선 선거운동 보도를 집중 모니터링한 보수 성향의 MBC노조는 MBC의 대선 보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참으로 다양하고 악의적인 편파 보도들이 집요하게 반복되었다. 대통령을 국민이 아닌 MBC 기자들이 정하겠다는 광기마저 느껴졌다. 공영방송의 이 같은 선거 개입이 부정선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부끄러운 역사이다.”

박성제 사장은 사장에 지원할 당시 공영방송 MBC 저널리즘의 최종 책임자는 바로 사장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MBC 저널리즘을 이 지경으로 망가뜨린 책임만으로도 박성제 사장을 해임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2) ‘끼리끼리 나눠먹기’式 인사로 회사의 경쟁력 추락

박성제 사장은 회사 경영에 있어서도 능력보다는 진영논리에 충실했다.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기여도가 인재발탁의 중요 기준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회사의 경쟁력보다는 과거 언론노조 동지들에 대한 논공행상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우선 사장을 포함한 MBC 본사 등기임원 6명 중 4명이 기자 출신이고, 나머지 2명은 시사PD 출신이다. 그 외 직원 신분으로 본부장을 맡고있는 보도본부장과 콘텐츠전략본부장까지 포함한다면 5명이 기자 출신이고, 3명이 시사PD 출신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양대 주도세력인 기자와 시사PD가 사이좋게 자리를 나눠먹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드라마본부장도 시사PD 출신이고, 감사를 뺀 기자 출신 본부장들은 모두 박성제 사장과 입사 동기다.

MBC의 자회사 6곳 가운데 3곳은 기자 출신이, 1곳은 시사PD 출신이, 또 1곳은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지낸 기술 출신이 사장을 맡고 있다. 16개 지역MBC 사장 가운데 서울MBC 출신은 12명인데, 그중 6명이 기자 출신이고, 시사PD 출신이 3명이다. 심지어 지역MBC들의 콘텐츠를 모아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는 MBCNET의 사장도 서울에서 내려간 기자 출신이다.

이렇게 전문성과 상관없이 과거 언론노조에서의 공헌도 위주로 인사를 하다 보니, 창의력의 토대가 될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적 구성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가 2021년 핵심시간대5) 가구시청률 4.2%라는 수치다. 2017년 파업 이후 지상파 4채널 가운데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MBC는, 2021년에는 TV조선에도 뒤진 5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파업으로 인해 핵심시간대 가구시청률 4위로 추락했다가, 다음 해인 2013년에 바로 1위로 복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라디오 청취율에 있어서도 2021년에 표준FM은 전체 라디오 채널 중 4위, 음악FM은 6위를 기록했다. 한때 라디오 왕국이라고까지 불리던 MBC 라디오로서는 실로 충격적인 추락이다.

전문성 부족과 함께 MBC 채널 경쟁력 하락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영업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그램 직접제작비 투입을 대폭 줄인 것이다. 파업이 있었던 2017년 MBC의 직접제작비가 2,294억원이었는데, 2021년 직접제작비는 1,745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인건비는 2017년 1,443억원에서 2021년에는 1,675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작비를 줄여서 직원들에게 나눠준 셈이다.

최승호 사장 시절 여의도사옥을 매각해 거의 3,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유입되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 대체투자나 벤처 캐피털 투자와 같은 非방송 분야에 투자를 하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떼이기도 하였다. 그 결과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경험의 폭’과 ‘기대 수준’을 확장해, 건전한 시장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역할론은 공염불이 되어버렸다.

전문성이 없는 인물을 지역사나 자회사 사장으로 보낸 대가 역시 혹독하게 치뤘다. 우선 지역MBC는 2018년 이후 매년 500억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일부 지역MBC의 경우 올해 말이면 유보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월급을 줄이기보다는 인력을 줄이는 데 주력하다 보니, 주말 뉴스데스크의 로칼 뉴스를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며칠 전 나갔던 라디오 뉴스를 그대로 재탕하다가 적발돼, 방통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지역사도 3곳에 이른다. 3개월 가까운 파업을 치뤘던 2017년 지역MBC 영업적자 총계가 144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승호, 박성제 사장이 임명한 지역사 사장들이 얼마나 지역MBC를 망쳤는지 알 수 있다.

자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MBC 플러스의 경우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손실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사업의 진행 과정이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 의심되는 정황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방문진 일부 이사가 수차례 경찰 수사를 의뢰할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사재판을 핑계로 차일피일하고 있다.

MBC Art의 경우도 방송 미술의 가장 큰 시장인 드라마와 무관한 기술이나 행정 출신이 몇 년째 사장을 맡으면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2019년에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100억원이나 되는 유상증자를 받았지만, 1년 반짝 흑자를 기록하고선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그 와중에서도 MBC Art는 연봉제를 호봉제로 전환하는가 하면, 임금 피크제를 폐지하고, 자동 승진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영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일들을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벌였다. 중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사를 계속 진행해 미수금 규모를 늘리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는데도, 구상권 청구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과거 트로이컷 관련 재판에서의 변호사 비용을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까지 소송전을 벌여 전임 사장 등에 대해 악착같이 구상권을 청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6)

MBCNET의 경우도 황당하다. 지난 8월 MBCNET 사장이 수익사업이라는 핑계로 통일교 주최 행사를 생방송 중계하려다 내부 반발로 무산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년 5월 취임 이후 이미 몇 차례나 송출료를 받고서, 통일교 행사인 ‘씽크 탱크 2022포럼’을 생방송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MBC들이 공동 출자해서 만들고, 지역MBC의 프로그램을 주로 방영하는 케이블 채널에서, 통일교 관련 생방송을 보게 된 시청자들의 심정이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은 지역사, 자회사 사장들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2017년 말 지역사와 계열사 사장 전원을 경영 악화와 조직 통할 능력 부재라는 이유로 일괄 해임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MBC 지역사와 자회사를 포함한 MBC 그룹을 총괄하는 박성제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3) 부당노동행위 방치

박성제 사장은 사원들의 인사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편 가르기를 했다. 우리 편인지 상대편인지를 나누는 기준은 과거 2017년 언론노조 파업에 동참했는지의 여부였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과거 보수 경영진 때 주요 보직을 맡았거나,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매체전략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도, 과거 경영진 아래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라디오 방송으로 나간 내용을 클립으로 만들고, 각 클립마다 출연자의 인적 정보 등을 정리해 입력하는 일이다. 과거 기획국장과 편성국장을 지낸 사람은 레코드실에서 노래 가사 등을 입력하는 단순 업무를 하고 있다. 모욕감을 줘서 자기 발로 MBC를 나가게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과거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을 내세우며, PD수첩 한학수PD에게 스케이트장 관리업무를 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이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파업에 불참했던 보도국 기자 88명 중 66명이 아직 회사에 남아있는데, 이중 뉴스데스크에 나가는 기사를 취재·작성하고 있는 사람은 1명뿐이다. 나머지 인원들은 한직에 배치되어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잃어가고 있다. 뉴스데스크의 확대편성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기자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인데, 차라리 새로운 경력 기자를 뽑지 파업 불참자는 투입할 수 없다는 기조다.

박성제 사장은 사장 공모에 응하면서, “적폐청산 슬로건은 거둘 때가 됐다. 화합하고 통합하는 MBC를 만들어야 즐거운 혁신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7) 하지만 재임 2년 6개월 동안 화합과 통합을 위한 가시적 조치는 없었고, 다시 한번 MBC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고소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방송법 제6조 5항은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몇 년 전 파업에 불참한 직원들에게 아직까지도 부당한 업무를 부여하고, 유형무형의 ‘차별과 배제’ 정책을 펼치는 방송사에서, 방송법 제6조 5항의 정신을 구현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할 것이다.

방송법 제6조 9항은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하는 경우, 의견이 다른 집단에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에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가 방송법 제6조 9항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언론노조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기자나 PD도 보도국 주요 부서나 주요 프로그램 제작부서에 배치하여, 집단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공영방송에 주어진 기본적인 존재근거가 ‘내적 다양성’ 충족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공영방송 MBC가 처한 총체적 난국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물어 박성제 사장을 해임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책임추궁은 방송문화진흥회로 향할 것이다.

 2022년 9월 8일

이사 김도인

각주:1) TV조선 뉴스 및 시사·보도 프로그램 공정성 연구, 한국미디어경영학회, 2021년 1월 

2) 정치평론가 유창선, 2022년 2월 5일 페이스북 게시판

3) 2022.1.18. 미디어오늘, KBS 대선보도 보고서 “MBC 김건희 통화내용 단순 전달한 하도급 보도”

4) 2018.1.18. 중부일보, 〔강준만의 역지사지〕 MBC, 이게 ‘방송 민주화’인가?

5) 평일 19:00~24:00, 주말 17:00~24:00

6) 2021.6.11. 이투데이, 대법 “‘직원 사찰’ MBC 손배소 패소 변호사 비용, 경영진 일부 부담해야”

7) 2022.2.20. 연합뉴스, MBC TO 사장에 박성제 내정...“적폐청산에서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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