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2.9.20(사진=국회방송, 편집=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2.9.20(사진=국회방송, 편집=조주형 기자)

정부기관의 보안 위협 행태가 포착돼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야당에 의해 알려져서는 안될 정부의 각종 행정비밀이 파헤쳐짐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가수반의 전용 병원이 야당의 '대정부질문'이라는 명목으로 행정비밀 해제과정 절차 자체를 건너뛰고서 매스컴을 타게 된 사례가 벌어진 것.

이같은 행태는 지난 20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벌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섰는데, 이때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주 의원이 '대통령 전용 병원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덕수 총리에게 "대통령 전용 병원이 어디 있느냐"라고 물어보자, 한 총리는 곧장 "그걸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안인가"라면서 "그러면 의원님은 알고 계시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병주 의원은 "서울지구병원이 (윤석열 대통령)전용 병원"이라면서 "그런데 서울지구병원은 너무 멀어서 (비상상황 발생시)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덕수 총리는 이같은 발언에 대해 보안성 문제가 있다며 맞받아쳤다. 한 총리는 "그런 것(행정비밀)을 의원이 밝힌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의원님은 그 누구보다도 비밀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전용병원 등은 국가수반 전용병원이라는 특징으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항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만큼 행정상 '비밀'로 분류될 사항이며, 국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군사기밀 분류와 보안업무를 했던 만큼 행정상 '비밀'의 의미와 기능, 그 가치에 대해 지켜야 한다는 점을 한덕수 총리가 역으로 되짚은 것이다.

행정상 '비밀'이라 함은, 보안성을 요구함에 따라 대외적으로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정부 기밀이다. 비밀이란, 인원·문서·장소·기관보안 등 하위 보안성 수준을 평가해 현행법상 세부등급으로 나뉘어 분류된다. 많이 볼 수 있는 실사례로는, 군사기밀 1급·2급·3급·대외비 등으로 분류된 문서다. 문서 말고도 인원 및 장소도 비밀로 분류가능하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2.9.20(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2.9.20(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보안성 문제로 연결돼 있어 자칫하다가는 보안 누설 행위로 국가정보원·軍안보지원사령부·경찰청의 정보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안성 문제를 다루는 현행법으로는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수반 전용병원인 서울지구병원이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보호구역·군사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있었을 경우, 이를 누설했을 때에는 처벌이 불가피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이력을 고려했을 때 대정부 질문에서 그 스스로 서울지구병원이라고 밝힌 발언이 보안성 위배 논란으로 비화될 공산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처장을 거쳐 육군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부사령관까지 총 30여년 가까이 군에서 복무하며 군사기밀을 다룬 인물이다.

육군 장교 복무 기간 동안 매월 단위, 매분기단위 등 주기적으로 부대단위 및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보안성 평가를 받는다. 이는 육군 보안규정에 의거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이뤄지는 절차인데 이를 모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김병주 의원이 대체 왜 국군통수권자 전용병원의 존재를 밝혔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전용병원의 위치와 명칭 외에도 수도권 지역 내 방공진지의 설치 문제도 거론됐다. 방공진지는 육군 내 방공(Air Defence) 병과에서 중·저고도로 침투하는 적(敵)항공기 및 특작부대 침투를 저지·거부하기 위한 방호임무를 부여받은 특수무기 추진포대로, 작전지역 내 각 거점별·주요목진지 위치에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통제구역 상 소규모 부대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이날 방공진지의 재설치 문제를 들어 "시민 재산권 피해가 우려된다"라는 지적을 했다.

수도권 지역 내에는 수많은 방공포대가 배치돼 있다. 일반 육군과 달리 적(敵) 항공전력에 의한 대남 침투 과정은 위치·항공기 기종별로 작게는 1분에서 길게는 5분까지도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의한 항공기 수도권 침투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에 저고도 탐지를 위한 방공진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육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이 모르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남동 관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정했는데, 그러면 용산 일대에 방공 진지를 추가 설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한덕수 총리는 "장군으로서 군에서 혁혁한 기여를 하신 김 의원님 만큼 제가 잘 알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누구보다 비밀에 대한 가치와 의무를 잘 아시는 분인 만큼 의원님도 비밀을 엄수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김병주 의원은 이날 "대통령 헬기가 무슨 기종인지 아느냐"라고 물었고, 한총리는 "규격까지 알지 못한다"라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무슨 기종인지 관심도 없느냐. 그건 VH-92"이라고 말했고, 한 총리는 "그건 의원님만 알 수 있는 지식 아닌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영입인재 3호'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예비역 대장에게 당원 교과서 등을 전달하고 있다. 2020.1.2(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영입인재 3호'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예비역 대장에게 당원 교과서 등을 전달하고 있다. 2020.1.2 / 훗날 김병주 예비역 육군대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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