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0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세계지식포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0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여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세계지식포럼]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가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하면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일본으로 철수시키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는 제23회 세계지식포럼 ‘존 볼턴과의 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세션이 열렸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볼턴 전 보좌관과의 대담에서 “북한이 핵 무기를 선제적으로 쓸 수 있다고 법에 명시한 것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핵 미사일로 위협하면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일본으로 철수시키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 법령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을 선포하고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지휘통제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국가 지도부와 국가 핵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사실상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과 한국의 여러 사람들은 북한이 외국의 위협이 없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며 “이런 이론이 30년 동안 있어왔지만 결국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설득해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과거 북한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6자 회담을 진행했지만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길 원하며 북한을 카드로 한국과 일본, 대만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한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포기하게 만들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결국 북한 핵전력 완성으로 이어져 동북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화약과 탄약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도 하지 않는 행위”라며 “향후 북한의 핵무기가 테러그룹이나 다른 불법국가에 제공된다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중 긴장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한국의 역량을 확신시키고 미국, 일본 등과 협력해 많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국가”라며 “일본과의 역사에 얽힌 감정이 있지만 공동의 안전을 위해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인도, 호주 등과 함께하고 있으며 호주에는 핵 잠수함을 제공한 바 있다”며 “이러한 파트너심에 한국, 일본도 참여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 러시아 내부 상황이나 푸틴의 입지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 러시아가 패배하면 중국 주도의 연맹이 오히려 강화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