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을 정지당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원권을 정지당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가처분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1일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준석 대표측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가처분 판단을 내리는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이전 가처분 판단 재판부와 동일한 것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 하에 취한 조치다. 그런데 국힘측이 든 재배당 사유 중 전혀 적절치 않아 보이는 것이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힘은 서울남부지방법원장에게 보낸 사건 재배당 요청 공문에서 그 사유로 총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 "서울남부지방법원 법관사무분담 상으로 신청합의부로 제51민사부 외에 제 52민사부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준석 前 대표 측의 가처분 사건을 제51민사부에만 배당하는 것은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볼 수 있다"고 했다.

둘째로 "5차 가처분 사건의 채무자 중 1인인 전주혜 비상대책위원은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동창이다"란 이유를 댔다.

셋째로 "지난달 26일 결정에서 보듯, 현 재판부(제51 민사부)는 '절차적 위법 판단'에서 더 나아가 확립된 법리와 판례를 벗어나 '비상상황 해당성 및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이라는 정치의 영역까지 판단했다"며 "이러한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대로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유를 들었다.

이 세 가지 사유 중 첫 번째와 세 번째는 국힘측에서 댈 만한 적절한 사유란 평가다. 문제는 두 번째 사유 "채무자 중 1인인 전주혜 비대위원이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학교 동기동창이다"란 사유다.

국힘측이 든 '채무자와 재판장이 같은 대학 동기동창'이란 사유는 채무자 측에서 댈 만한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채무자와 사안의 판단자가 인맥으로 얽혀 있다면 판단자가 채권자보다는 채무자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단 추측이 상식적이란 분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힘이 든 사유는 채권자인 이 대표측에서 재판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제기할 수 있을만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힘이 왜 두 번째 사유를 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단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름의 추측을 제시했는데, "이건 애초에 말도 안 되지만 신청해도 제가 신청할 때 해야지 본인들이 유리할까봐 기피신청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대한민국 법조인 중에 서울대 출신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대한민국 법정에서 얼마나 웃픈(웃기면서 슬픈) 일들이 일어날지..."라고 했다.

이어 "바보가 아닌 사람들이 말이 안되는 행동을 할 때는 으레 '지연전술'이라고 받아들이겠다"며 "또 오비이락인지 모르겠지만 막판에 주기환에서 전주혜로 비대위원을 교체한 것이 이런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이 대표는 두 번째 사유가 가처분 판단을 연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유를 들어 제기한 재판부 재배당 요청에 대해 재판부가 숙고의 과정을 거치느라 가처분 재판을 연기할 것이냐다. 재판부가 이 사유를 정식 고려 대상으로 받아들인다면 국힘의 재판부 재배당 요청이 연기될 수 있겠지만,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보이는 것으로 풀이되는 두 번째 사유가 정당한 요청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가처분 재판이 연기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힘의 재판부 재배당 요청에 대해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서울남부지법 신청합의부가 제51민사부 외에 제52민사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제52민사부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8호(친족인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등에서 수임한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유의할 사항)에 따라 제51민사부 재판장이 관여할 수 없는 사건을 담당하는 예비재판부로서 해당 사유가 있는 사건 외 다른 사건은 배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친족이 아닌 대학교 동기동창이란 이유로 재판부를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힘측이 든 두 번째 사유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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