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파장이 심상치 않다. 여권과 친여 시민단체는 MBC를 고발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첫 보도한 MBC의 '오늘 이 뉴스'는 26일 기준 586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MBC유튜브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첫 보도한 MBC의 '오늘 이 뉴스'는 26일 기준, 583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MBC유튜브 캡처]

윤 대통령이 귀국후 처음 가진 26일의 약식 기자회견에서 강경 기조를 밝힘에 따라, 이 문제를 두고 한동안 여야간 전면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비속어 발언’ 논란을 야기한 취재 영상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다”고 밝힘에 따라,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영상기자단은 26일 ‘대통령 영상기자단의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 제하의 입장문을 내면서, 해당 영상이 엠바고 해제 전 유출됐다며 그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해당 영상이 엠바고 해제 전에 유출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 셈이다.

따라서 방점은 ‘왜곡이나 짜깁기’가 아니라 ‘엠바고 해제 전 유출’에 찍힌다. 윤 대통령과 한미관계를 훼손시키려는 분명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정치개입’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수사를 통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엠바고 해제 전 영상을 유출했느냐’가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유출된 경위와 관련된 쟁점을 짚어본다.

①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MBC에 첫 보도된 경위는?

통상 해외 순방 등 대통령의 일정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명확하게 정리를 해서 보도를 내보내는 게 관례이다. 대통령에 대한 취재는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사진기자 등 몇 명이 대표로 현장을 취재해 내용을 공유하는 풀(Pool) 취재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번에 논란이 된 발언은 취재기자가 듣고 기록한 게 아니고, 카메라기자가 행사장을 나오는 윤 대통령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담겼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문제가 된 지난 22일의 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면, 오전 6시 20분경 윤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했고, 7시 37분에 각 사 기자들이 영상을 확인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8시 30분경, ‘받은 글’의 형태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MBC가 자막에서 쓴 내용과 거의 흡사한 내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MBC에 보도되기 전, SNS를 통해 '받은 글'로 먼저 유포됐다. MBC의 자막과 달리 ‘바이든이’라는 점만 차이가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MBC에 보도되기 전, SNS를 통해 '받은 글'로 먼저 유포됐다. MBC의 자막과 달리 ‘바이든이’라는 점만 차이가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후 9시20분에 ‘8초짜리 영상이 유포’되기 시작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9시 33분에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폄훼했다’고 비난했다. 9시 39분 해당 영상에 대한 ‘엠바고’가 해제되기 전, 해당 영상과 메모글이 SNS를 통해 유포된 것이다. MBC는 10시 7분에 인터넷으로 첫 보도를 했다.

② 엠바고 해제 전 영상 유출한 언론사, ‘정치개입’ 혹은 ‘정치공작’ 비판 직면

윤 대통령은 귀국후 26일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진위가 왜곡된 채 보도됐다.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그 왜곡의 주체로 영상 풀 기자가 소속된 MBC를 꼽았다. 왜곡 보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정보를 넘기기까지 했다는 유착설도 함께 제기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MBC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유포된 영상을 접했다고 해명했다. 22일 오전 9시를 전후한 즈음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많은 시민들도 온라인상에서 이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따라서 MBC가 민주당에 유출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각 사 기자들이 영상을 확인한 7시 37분 이후에, MBC를 비롯한 각 방송사 어딘가에서 영상이 유출됐다고 볼 수 있다. 보도유예인 엠바고를 어겨가면서 영상을 유출한 행위는 언론사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정치개입’에 해당한다. ‘특종’과 ‘단독 보도’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언론의 특성상, 본사의 방송에 먼저 내보내지 않고 누군가에게 유출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의도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효과를 폄하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언론의 기본 사명을 망각한 언론사가 어디인지, 직접 유출한 영상기자 혹은 기자가 누구인지를 명명백백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엠바고를 어긴 기자 혹은 방송사는?... 기자단에서 자체적으로 찾아내는 게 규칙

김행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CBS라디오에 출연, '출입기자단에서 엠바고를 깬 기자를 색출해내는 것이 규칙'이라고 발언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행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CBS라디오에 출연, '출입기자단에서 엠바고를 깬 기자를 자체적으로 색출해내는 것이 규칙'이라고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번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이 유출된 경위와 관련해, 영상기자단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영상이 엠바고 해제 전 유출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영상기자단은 입장문에서 “엠바고 해제 이전 대통령실 풀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엠바고를 어기고 외부로 영상을 유출한 게 현장 풀 기자단이라고 타깃 삼아 의심하고 비난하는 보도가 있는데, 잘못된 시각이다. 당시 현장은 다른 일정으로 바쁜 상황이라 해당 영상을 편집해 공유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행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통상 엠바고가 깨지면 대변인실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 출입 기자단에서 엠바고를 깬 기자를 색출해낸다”며 “그것이 여태까지 언론에서 예외없이 적용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에 수행했던 영상기자단의 간사단에서 엠바고를 깨고 해당 영상을 유출한 사람을 색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영상기자단은 이런 규칙을 무시한 채, ‘유출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상기자단은 “특정 방송사의 영상기자를 음해하는 공격과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영상 유출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MBC 영상기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기자단은 “엠바고 해제 2시간 전 이미 해당 영상은 한국으로 송출되었고, 풀단에 속한 방송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MBC 영상기자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방송사 영상기자가 유출했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자백한 셈이다.

지난 26일 영상기자단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26일 영상기자단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사진=YTN 캡처]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취재한 MBC의 이정은 기자는 지난 26일 MBC 뉴스에 출연, “엠바고 규정을 위반하면 기자단의 징계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MBC 정치부는 해당 내용을 엠바고 해제 전에 기사화하거나 퍼나르지 않도록 했다”며 “영상취재부 역시 해당 영상을 서울의 서버로 송출했을 뿐, 재가공하거나 유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영상기자단의 입장과 이정은 기자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MBC는 해당 영상 유출의 책임을 전체 방송사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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