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가결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전 국민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가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논란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 물론 이 XX라는 욕설도 하지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리스 부통령도 "국내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밝혀,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 “바이든 욕한 게 아니고 그냥 국회는 좀 욕을 한 것”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을 욕한 게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을 욕한 게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를 상대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프레임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욕한 것이 아니라고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혀 주목된다.

신 전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글로벌 펀드 경위를 좀 들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사실은 연설 기회를 준 것’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욕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이 1억불을 기부하기로 하니까 글로벌 펀드에서 그냥 박수치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 신 전 의원의 설명이다. 끝나고 나오면서 “이거 큰일 났구나, 우리 국회에서 이렇게 지금 난리 치고 그랬는데 국회에서 이 XX들이 만약에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쪽팔릴 텐데 이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욕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국회는 좀 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이거는 민주당의 전체적인 의견과는 조금 다른 의견이네요”라면서 다시 “앞에 우리 국회가 되면, 바이든은 뭐 팔려서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이에 신 전 의원은 논리적으로 궁색한 대답을 내놓았다. “바이든을 만나는 기회가 된 거 아니겠어요. 그리고 바이든이 그 자리에서 고맙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해줬기 때문에, 바이든이 좀 면이 안 서기는 안 서는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진행자가 더 이상 신 전 의원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신 전 의원의 발언은 유야무야 정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신 전 의원이 밝힌 글로벌 펀드 공약과 관련된 맥락을 따져보면, 윤 대통령이 바이든을 욕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MBC 기자, 취재 경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당초 발언 번복 

이는 MBC기자가 지난 26일과 27일 연이어 밝힌 ‘취재 경위’에서도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MBC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에게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동행 취재했던 이정은 기자는 26일 MBC 뉴스데스크에 직접 출연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취재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MBC 이정은 기자는 지난 26일 뉴스데스크에 출연,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이견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MBC  캡처]
MBC 이정은 기자는 지난 26일 뉴스데스크에 출연,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공개적인 이견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진=MBC 캡처]

이 기자는 이날 ‘MBC가 발언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했다는 주장이 있다’는 앵커의 질문에 “당시 기자단 사이에서는 해당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견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단 사이에서 해당 발언을 두고 이견이 없었다’는 이 기자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 기자는 다음날인 27일에도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기자는 전날의 발언과는 완전 다른 내용을 밝혀 주목됐다. 전날에는 ‘해당 발언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다’는 입장이었지만, 27일에는 ‘기자단 사이에서 해당 발언을 두고 여러 말이 오갔으며,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쪽으로 결론났다’는 취지로 자백(?)을 했기 때문이다.

MBC 기자, "'국회', '바이든'이라는 단어 두고 기자단 내에서 이견 있었다"고 자백 

이 기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22일 아침 7시 25분쯤 12개 방송사의 서버에 글로벌펀드 행사장 영상이 모두 송출됐다. 당시 한미 정상이 48초만 만났다고 해서, MBC 취재기자가 정말 48초만 만났을까, 혹시 대화내용은 안 들어있나 확인하기 위해 송출완료된 영상을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재생했다. 그 과정에서 비속어 발언이 들렸고, 이를 주변에 앉아있던 타 방송기자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이후 각자 이어폰을 꽂고 들은 방송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발언인지에 대한 의견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이 XX'가 욕설이라 가장 잘 들렸고, 이후엔 '어디어디에서'라는 말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MBC 기자는 처음에 '무대에서'로 들었다가, 다른 방송기자가 '국회에서'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사진=MBC  캡처]
MBC 기자는 처음에 '무대에서'로 들었다가, 다른 방송기자가 '국회에서'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사진=MBC 캡처]

연이어 이 기자는 “저희 취재기자는 처음에 '무대에서'라고 들었다가, 무대와 바이든이란 말이 호응이 되지 않아서 반복재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방송기자가 '국회에서가 아니냐'는 의견을 내자, 이후 기자들이 각자 다시 들어봤다는 것이다.

MBC 영상프로그램은 0.5배속, 0.75배속으로 재생할 수 있어서 느리게 반복 재생한 결과, 언론들이 보도한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이 기자는 설명했다. 당시 기자실 현장에선 '국회에서' 그리고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자는 전날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었다’는 자신의 발언도 스스로 부정하고 말았다. ‘무대에서’가 ‘국회에서’로 탈바꿈하기까지는 많은 기자들의 갑론을박이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MBC측은 “촬영‧ 전송 과정에서 짜깁기‧ 왜곡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무대가 국회로 탈바꿈한 사실 자체가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대'가 '국회'로 바뀐 사실 자체가 '왜곡'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MBC 캡처]
'무대'가 '국회'로 바뀐 사실 자체가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MBC 캡처]

따라서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 누구도 대통령실에 확인을 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묻지 않고, 소리에 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기자들끼리 ‘무대를 국회로 바꾸는’ 무리수를 뒀다는 점을 자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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