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펀드 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펀드 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사용 및 발언 왜곡' 논란을 두고 여야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절대 사과하면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전남 무안군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도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을 가지고 있다"며 "거짓말하고 겁박한다고 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들었던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면) 잘못했다고 해야지, 어떻게 언론사를 겁박하고 '책임을 묻겠다,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느냐"면서 "진상을 규명하는 첫 번째 길은 '내가 뭐라고 말했으니 다르다'고 해야 말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기억 못하는데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 상식에 부합하는 말이냐"면서 "국민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들어도 바이든 맞지 않으냐. 욕 했지 않느냐. 적절하지 않은 말 했잖느냐”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니라 동맹국 폄훼”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출근길 도어스테이핑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나머지 이야기는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중 불거진 발언 논란에 대해 "본질은 비속어 논란이 아닌 동맹국 폄훼"라고 밝혔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지난 2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순방외교의 현장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미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사과나 유감 표명이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유승민,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 당장 사과해야”

반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실이나 여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29일 경북대학교 경상대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가지고 온 국민이 청력 테스트를 하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느냐"며 "사과하고 지나갈 일인데 제가 보기에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국민께서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대응을 정말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문제로 임기 초반에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는 게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지금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 국민들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사과 요구한 유승민, 이재오 등은 ‘위장 좌파’” 비난도 거세져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런 ‘사과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과 프레임을 주장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들을 향해 ‘위장 좌파’라는 비난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일 유튜브 ‘어벤저스’에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같은 당의 대통령을 향해서 ‘국민을 개돼지로 안다’는 말을 할 소리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절대 사과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이 위원은 “사과한다고 좌파 쪽에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며 “사과를 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서 변호사도 수긍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섣부른 사과 때문에 탄핵을 당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했는데, (좌파들은 용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서원씨도 계속 사과하는 바람에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좌파에서는 사과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우리 우파와 좌파 간의 전면전”이기 때문에, 여기서 사과를 하거나 양보하거나 한발 물러서면 또 당한다는 것이 서 변호사의 주장이었다.

김재원, “해프닝으로 끝났을 사안을 왜곡한 민주당이 사과해야” 주장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역시 30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사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사과하는 순간에 지금 모든 것을 다 인정을 하고 거기다가 외신에는 윤석열 대통령 미국 대통령과 미국 의회에 비속어 사용한 데 대해서 사과했다라고 나올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위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잘 들리지도 않는다”면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분들이 ‘국회를 왜 이렇게 모욕했냐 대통령이 외국까지 가서 우리 국회에 비속어를 쓰면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시작을 했다면, 이 사안이 그냥 아무런 사안도 아닌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그렇게 하지 않고 “외교 참사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문제제기, 이런 큰 이슈로 끌고 가기 위해서 왜곡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김 전 위원은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