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강릉에서 한미연합 미사일 발사훈련을 하던 도중 현무미사일 낙탄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헛소문이 '에브리타임'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사진=에펨코리아]
5일 새벽 강릉에서 한미연합 미사일 발사훈련을 하던 도중 현무미사일 낙탄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헛소문이 '에브리타임'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사진=에펨코리아]

5일 새벽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이는 전날 자행된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 훈련 과정에서 새벽 1시경 '현무-2'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져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사고와 관련한 헛소문이 한 어플리케이션에서 확산돼 이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을 불안케 했단 평가다.

'에브리타임'에 현무미사일 낙탄사고 관련한 헛소문이 올라왔다고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오전 8시 10분경 글이 올라왔다. '에브리타임'은 줄여서 '에타'라고 부르는데, 대학생들이 대학교 시간표 제작, 대학생 커뮤니티, 대학교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2011년에 출시된 앱이다. 즉 한국의 현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이라 할 수 있다.

현무미사일 낙탄 및 폭발 사고 후 에타엔 이와 관련한 글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강릉'이란 제목 하에 "행안부 강릉 제18전투비행단 충돌 및 폭발사건 관련 06시까지 입장 발표 및 기사 일체 보도금지. 현재 입장정리 중. 완료시 보도일시 재조정 알림하겠음. 22사단"이란 내용이다.

군 당국이 '훈련'이라는 안내조차 하지 않아 밤새 추측과 혼란이 빚어진만큼 온라인상에서도 이에 대한 궁금증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글에서도 익명의 이용자가 "무슨 일이길래 6시까지 꽁꽁 숨기냐" "전투기 충돌인거면 사망자는 분명 있겠다"는 댓글을 오전 1시 39분에 동시에 달았다.

그러자 글쓴이는 7분 후부터 5분 동안 "탄약고 서측(wc-22b) 활주로 인근으로 폭약소실" "유류고 화재발생" "22사단 내부 현재 서버 날아감" "실종 8명" "정확한 건 엠바고 풀린 걸로 보시길"이란 댓글을 연속해서 달았다. 마치 실시간으로 본 것을 간략하게 댓글로 적는 것처럼 보여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믿을 수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에타'에 익명의 글쓴이가 올린 현무미사일 낙탄사고 관련 글과 댓글. 출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썼단 평가다. [사진=에펨코리아]
'에타'에 익명의 글쓴이가 올린 현무미사일 낙탄사고 관련 글과 댓글. 출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정보를 바탕으로 썼단 평가다. [사진=에펨코리아]

하지만 이 글은 곧 삭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타가 기본적으로 익명으로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긴 하지만 가입시 대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직접 인증해야 하기 때문에 글 작성자가 누군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글을 찬찬히 뜯어보면 말이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단 평가다. 일단 군 관련 사고를 행정안전부에서 관할하고 보도금지 조치를 취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군 관련 사고는 통상 국군기무사령부 및 국정원이 관리하기 때문.

또한 보도금지 조치가 오전 6시까지 취해졌다는 내용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전 6시가 지나자마자 기사가 났어야만 하는데 1시간이 넘어서야 각 언론들에서 보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 

다만 22사단이 강릉 지역을 관할한다는 내용은 확실치 않다고 할 수 있다. 22사단의 관할 지역은 강원 고성군 일대였으나, 강릉에 있던 23사단이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1년 11월부터 제23경비여단으로 재편되면서 강릉 이북까지 맡게 됐기 때문. 현재 관할 구역 조정이 정확히 어떻게 이뤄진 상태인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이 글은 명백한 거짓과 불명확한 정보가 혼재돼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댓글 내용 역시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는 과장과 왜곡된 내용으로 점철됐단 평가다. '활주로 인근이 폭약소실' '유류고 화재발생' '22사단 내부 서버 마비' '실종 8명' 모두 사실이라고 볼 수 없는 소식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실종 8명'이라고 댓글을 단 것은 대학생 커뮤니티를 불안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선동 목적 아니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주로 '출처 불분명한 유언비어는 자제하자'는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든 나라에 안 좋은 일 생기길 바라는 인간들' '저런 헛소문 때문에 공식 발표 나와도 음모론 가지는 거다' '저런 내용으로 장난질하면 고소된다' 등 이 글 작성자를 비판하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으로 광우병 선동처럼 윤석열 정부 전복을 위한 '나비효과'적 시도 아니냔 해석도 제기됐다. 이 글을 본 한 네티즌이 '가뜩이나 여론 안좋은데 강릉에 떨어져서 몇만명 죽으면 최종 승인자인 윤석열 충분히 탄핵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하자 '윤석열 탄핵을 위해 강릉시민 몇만명 죽길 바라는 뉘앙스다' '뇌가 정치에 절여진거냐. 몇만명이 죽는걸 쉽게 말한다' '좌파가 시체팔이 선수다' '정치에 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  

군 당국이 현무미사일 낙탄 사고 관련 소식을 정식으로 전하기 전까지는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군사기밀'이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관련 문서, 도화(圖畵),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 또는 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고 돼 있다. 

또한 군사기밀의 공개는 "국방부장관 또는 방위사업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군사기밀을 제공하거나 설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를 누설할 경우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우연히 군사기밀을 알게 되거나 점유한 사람이 군사기밀임을 알면서도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이 글의 작성자가 남성이고 22사단이나 제18전투비행단에서 복무해 이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군사기밀보호법의 업무상 군사기밀 누설에도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했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번 현무미사일 낙탄 사고 관련해 사전에 훈련을 고지하지 않은 군 당국의 잘못도 분명 있다고 할 수 있다. 추락한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화재와 굉음 때문에 강릉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가중된 것에 대해 군 당국이 응당 사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이 글처럼 국민의 불안을 심화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출처 불분명한 헛소문 또한 지양해야 한단 목소리 또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에 대해 잘 모르는 대학생들이 있는 에타에 군 관련 글이 올라오면 쉽게 호도되는 학생이 생길 수 있기 때문. 이와 더불어 익명하에 글을 쓰는 '자유'엔 분명 책임도 따른다는 점을 글 작성자들이 인식하는 문화도 정착되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