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필자는 금년 8월과 9월에 미국과 캐나다, 홍콩을 각각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방문에서 개인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코로나 방역에 대한 이들 국가들의 상반된 정책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공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과거 백신을 2회 이상 접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만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콩은 사전에 한국 내의 지정된 병원에서 PCR테스트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입국 후 지정된 호텔에서 수일 간 격리를 한 후, 이후 매일 자신이 검사도구로 확진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3차례 정부가 지정한 검사시설에 가서 확인해야 하며,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중국대륙의 방역조치는 홍콩보다 더욱 심하다. 한편, 홍콩은 9월말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호텔 격리만은 해제했고, 중국은 방역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중국대륙과 홍콩의 조치는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 해도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최근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25일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시안컵 여자배구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합에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중국 여자 배구팀에 누가 마스크를 씌웠냐고 하면서 ‘과도한 방역’에 중국인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리고 지난 9월 5일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형 지진 시 쓰촨 주민 상당수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안에 봉쇄를 당하여 대피에 차질을 빚는 등 중국당국의 상식을 넘어선 방역을 두고 불만 여론이 팽배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건물더미에 깔린 이재민에게 구조대가 핵산 검사 중이니 조금만 더 견디라고 말할 분위기”라며 자조했다.

그러면 중국은 왜 이러한 강력한 코로나 방역정책을 고집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서 우선 시진핑 주석의 국내정치적인 의도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2020년 초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부터 강력한 봉쇄정책을 채택하여 왔고,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선전하여 왔다. 그리고 시 주석은 이를 자신의 위대한 치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번 10월 중순에 개최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제로-코로나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어도 금년 10월까지는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은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년 10월 이후에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조치가 대폭 완화될 것인가? 중국의 강력한 방역조치를 단순히 시진핑의 3연임에만 연결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필자는 코로나사태를 맞이하여 중국이 취하고 있는 강력한 방역조치는 최근 미중 신냉전과 연결하여 볼 때, ‘시진핑의 중국’이 자기의 방식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첫째, 2020년 중반에 중국 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잦아드는 시점에 서양 각국에서 코로나가 확대되자, 중국정부는 중국식의 사회주의체제가 여타 서양국가들의 민주체제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여 왔다. 둘째, 시진핑은 현재의 미중 신냉전에서 미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생각이 별로 없다. 미국과의 경제전쟁과 대만문제와 관련하여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의 대처에서도 중국은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감으로써, 앞으로 미국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진핑의 생각은 앞으로 중국과 서방 간의 간격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정책과 함께 그의 이념 중심의 경직된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지식인들과 국민들이 집단행동을 통해서 이례적으로 중국정부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등, 민심이반이 심각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시진핑은 자신의 생각을 계속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내 많은 지식인들은 시진핑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시진핑의 생각은 시진핑 체제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그 결과 중국을 국내정치와 대외정책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견제받지 않는 시진핑의 권력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과연 어떤 결과를 몰고 올 것인가?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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