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관 20명에 직무유기 등 혐의...서훈, 박지원, 서욱 등 검찰에 수사의뢰
"컨트롤타워 부재·자진 월북 단정·北 통지문에 시신 소각 번복"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감사원은 13일 문재인 청와대의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및 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검찰로 넘겼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7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국방부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을 감사를 실시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가 있는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대서 수사 대상자에 포함됐다.

감사원은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었던 고(故)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1일 0시 58분경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근무하던 중 소연평도 남방 2.2km 지점에서 실종됐으며, 22일 오후 3시 30분경 실종 지점에서 27km 떨어진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1차 발견된 후 북한군이 이 씨를 밧줄에 묶어 다니다가 오후 7시 40분경 이 씨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은 그날 오후 8시 50분경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이 씨를 다시 발견했다. 이후 9시 40분경부터 10시 50분경 사이에 이 씨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은 소각됐다.

해경이 이 씨에 대한 실종신고를 최초로 접수한 것은 21일 오후 12시 51분이었다. 합참은 다음 날인 22일 오후 4시 40분에 국가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에 이 씨가 북한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최초로 서면보고가 올라간 것은 22일 오후 6시 26분이었다. 국가안보실(국가위기관리센터)은 “해상 추락으로 추정되어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보고망을 통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다. 당시 이 씨는 북측 해상에서 표류 중으로 생존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구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23일 오전 1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후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에 최초로 대면보고가 이뤄졌다.

다음 날(24일) 오전 8시 또다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국방부의 분석보고서를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7일 오후 3시였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시신 소각 발표가 너무 단정적이었다며 시신 소각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에 재분석을 지시했다.

29일 해경은 2차 중각수사를 발표하며 “표류예측 분석결과 등을 종합하여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22일 해경은 3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16일 해경은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수사결과를 번복했다. 국방부도 이날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 정부의 위기관리 규정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비군사적 상황의 경우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보고 및 전파하고 최초의 상황평가 회의를 거쳐 심각성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를 건의해야 한다. 감사원은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는 실종된 이후 약 38시간이 지나 구조조치가 시급한 상태였고 당시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무단으로 넘나들면 사유를 불문하고 사살한다는 긴급 포고문을 내린 상황으로 북한은 이 씨를 밧줄로 연결해 표류상태로 바다에 장시간 방치 중”이었다며 “그런데 안보실은 9월 22일 5시 18분경 북한 해역에서 이 씨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국방부로부터 전달받고도 대북통지 등 주관부처인 통일부는 제외한 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고, 대응방향 결정 등을 위한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미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가안보실은 22일 오후 6시 36분경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서를 서면 보고한 뒤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안보실장 등 주요 간부들은 7시 30분경에 퇴근하는 등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미작동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국방부와 통일부, 해경이 매뉴얼 등에 따른 위기대응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방부(합참)은 9월 22일 오후 4시 40분경 이 씨의 발견정황을 처음 보고받은 직후 합참 상황평가회의를 개최하였으나 북한당국에 의해 우리 국민이 억류된 경우에 취해야 할 군사대비태세 강화나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검토 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당시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군에서 대응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종료했다. 이후 국방부는 오후 7시 40분경 이 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보고받은 뒤 북한이 인도적으로 실종자를 구조할 것으로 기대한 채 군에서 조치하기 어렵다며 기다려보기로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도 22일 오후 6시경 국정원으로부터 이 씨가 해상 부유물을 잡고 표류 중이며 구조활동 정황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상황을 파악한 뒤에도 유관 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거나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도 22일 오후 6시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으로부터 이 씨의 발견정황을 전달받고도 국가안보실이 “정보가 보안사항”이라고 하자 발견위치 등 수색에 필요한 추가정보를 더 이상 확인하지 않고 수색구조세력 이동 등 해경 차원의 구조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9월 22일 오후 5시 이전 발견정황을 인지해 오후 6시 36분경 대통령 서면보고를 내부보고망을 통해 상신하였으나 이후 관계부처의 초동대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이대준 씨는 오후 9시 40분경 피살된 후 소각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국가안보실과 해경, 국정원, 국방부 등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실은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군 첩보를 관계부처와 공유 및 논의하면서 회의에 참석한 기관들에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했다. 그러면서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 일일 상황 보고서’에서 이 씨의 피살 및 소각 사실을 제외했다.

해경은 23일 오전 2시 30분경 안보실로부터 피살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보안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수색·구조를 종료하면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계속 수색·구조 상태를 유지했다.

국방부 등은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인 23일 새벽경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당시 밈스 운용을 담당한 실무자가 퇴근한 상태였으나 새벽에 다시 출근하게 했다. 심지어 23일 오후 1시 30분경 기자단에게 배포한 문자메시지와 오후 4시 35분경 대북전통문에도 이 씨가 여전히 실종상태인 것처럼 기재했다.

국정원은 23일 새벽경 첩보보고서 등 총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통일부는 24일 오후 2시경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통일부가 이대준 씨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면서 국정원으로부터 최초로 전달받은 22일 오후 6시경이 아니라 장관이 최초로 사건을 인지한 23일 오전 1시로 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관계부처들이 이 씨의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첩보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을 속단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21일 오후 3시 25분경 합참으로부터 조류 방향(북->남), 어선 조업시기 등을 이유로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받았다. 국정원도 22일 오후 6시경 “의도적 월북 또는 표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속동향 주시”로 분석하는 등 월북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가안보실도 22일 오후 6시 36분경 “해상 추락으로 추정되어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한 첩보 입수”라고 작성한 서면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올렸다.

그러나 22일 오후 7시 40분경 국방부장관에게 이 씨의 월북 의사 표명 첩보가 최초로 보고되고,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내용이 공유됐다.

이후 국가안보실은 23일 10시 관계장관회의에서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 조끼를 착용하였고,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을 벗어놓고 실종됐다” 등의 내용을 언급했다.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자진 월북 내용을 기초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 및 보고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

또한 국가안보실은 23일 오후 3시경 해경에 이 같은 취지의 언론대응 지침을 하달했다. “선박 CCTV 사각에서 신발이 발견됐고, 지방에서(가정불화) 혼자 거주 등 2 가지 팩트를 반영한 보도문을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달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국방부는 23일 10시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종합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정했다. 국방부는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하거나 검토하지 않았다. 대신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등 4가지 내용을 자진 월북의 근거로 들어 “자진 월북 시도 가능성,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작성했다.

이후 국가안보실은 24일 오전 8시경 안보실장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진 월북 시도의 가능성이 높다”는 국방부의 종합분석 결과를 보고받고 국방부에 이같은 내용을 그대로 언론에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관계 부처들이 이 씨의 ‘자진 월북’ 프레임에 맞지 않는 사실은 분석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방부는 구명조끼에 한자가 쓰여 있음을 알고도 추가 분석 없이 ‘남한’ 구명조끼로 단정해 분석했다. 이 밖에도 이 씨의 팔에 붕대가 감겨져 있던 정황, 최초 접촉 시 월북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정황 등이 나왔으나 이 사실들을 분석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은 해경에서 월북 여부를 수사 중이고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는데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등의 ‘주요쟁점/대응요지’를 작성한 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4차례 전달했다. 또한 이들 기관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통일부 등은 2020년 9월 말부터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국회 등에 답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가안보실은 시신 소각에 대해 10월 8일 ‘NSC 상임위원회 결과’ 등을 통해 국방부 등 관련 기관들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최종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입장을 변경해 대응하도록 방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국가안보실의 방침에 따라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시신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거나 소각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로 답변하는 등 관련 입장을 변경했다.

해경도 ‘자진 월북 정황을 언론에 알리라’는 국가안보실의 대응지침이 9월 23일 전달되자 언론발표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10월 22일 3차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임의로 짜깁기된 심리분석과 “B형 구명조끼 착용가능성이 높다”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며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하였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해경이 9월 24일 1차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자진 월북의 주요 근거로 제시된 ‘배에 남겨진 슬리퍼’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이 씨의 것으로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10월 22일 3차 발표에서 ‘꽃게구매 알선행위로 도박자금을 마련’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월북 동기를 발표했다. 또한 무궁화 10호의 구명조끼(B형) 수량이 ‘이상없음’이 확인되었고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명조끼(B형)의 착용가능성인 높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2차 발표문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해경 등 4개 분석기관의 표류예측 분석 및 실험 결과를 활용했지만 더미실험, 수영실험 등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분석결과 등을 왜곡해 월북 판단을 강화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해경은 이 씨의 사생활을 월북 근거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범죄심리 전문가에게 부정적 정보만 제공하며 전화로 자문을 요청했다. 전문가 7명 중 2명만 월북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짜깁기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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