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본사. [사진=연합뉴스]
카카오페이 본사.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기술주 중의 하나인 카카오가 지난 14일 오랜만에 큰 폭으로 반등했다. 8.67%(4100원) 오른 5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이 강세를 보인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손실을 만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17만원대인 고점에 비교하면 70% 안팎 폭락한 상태이다. 이는 글로벌 거시경제의 위축에 따른 증시 전체의 위축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문어발식 쪼개기 논란으로 치명타 입은 카카오 PER, 219배에서 2년만에 13배로 폭락

문어발식 쪼개기 상장 논란이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카카오는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의 상장에 개미투자자들까지 몰리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하지만 거품은 완전히 빠졌다. 알짜 사업을 쪼개기 상장하는 데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카카오그룹주는 ‘과대평가’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와 같은 자회사들의 주가 낙폭은 더 크다.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락 조정하고 있다. 카카오 실적 악화와 연결 자회사들의 지분가치 하락을 반영한 결과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낮췄다. 다올투자증권은 10만원에서 6만 300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0만 5000원에서 7만 4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7만8000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주가 조정이 마무리 단계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2020년 12월 기준 219배에 달했던 PER(주가순이익비율)이 올해 연말 기준 13배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코스피 평균 PER은 15배 정도이다. 최근 코스피 평균 PER은 8.2배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의 긴축 및 고금리 정책과 같은 글로벌 경제 위축 변수가 해소되면, 코스피는 전반적인 반등 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반등 시점 두고 ‘구조적 관점’과 ‘수익성 분석론’이 엇갈려

따라서 일각에서는 카카오도 이제 매수시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간의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5만3천700원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6일 연합뉴스TV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그룹 주가가 모두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글로벌 시장의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카카오가 진정한 반등의 계기를 잡을 것이라는 ‘구조적 관점’과 올 4분기 또는 내년 초 이익반등 시점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단기 수익성 분석론’이 대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4분기 단기실적 상승 변수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공격적 밸류에이션’ 재부각을 기다려라”

이베스트투자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카카오의 3분기 연결영업실적은 매출 1조 8669억원(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 영업이익 1845억원(전년 동기 대비 9.7% 상승)으로 시장컨센서스 전망치에는 미달하지만, 나름대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카카오 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포인트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연구원에 따르면, 우선 실적 상승을 이끌어줄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시작된 친구탭 비즈보드 광고가 4분기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1주일 만에 완판돼 월 80억~90억원의 매출 창출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톡비즈(광고형, 거래형 합산)의 경우도 3분기까지는 둔화됐으나, 4분기부터 강한 반등이 전망되고 있다.

비용 감소 측면도 중요하다. 카카오는 국내외 콘텐츠 사업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성장 정책을 지속해왔으나 3분기부터 마케팅 효율화 정책으로 선회했다. 올해 연간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중 가이디언스는 7~8%이다. 3분기는 7%로 전분기 대비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성 연구원은 “카카오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지만, 실적 전망치 다소 하향 및 주요 플랫폼 자회사 가치 조정 등을 통해 목표 주가는 10만 5000원에서 7만 4000원으로 29.5% 하향한다”면서 “플랫폼 자회사에 대한 공격적 밸류에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현행 실적 기반의 일반 기본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는 다소 고평가”라면서 “매크로 환경 영향 안정화로 플랫폼에 대한 잠재력이 재부각될 때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4분기 친구탭 비즈보드 매출 본격화 및 오픈채팅방 비즈보드 광고 시범서비스 시작 등 몇 가지 포인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카카오의 근본적인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미국 증시 등에서 기술주에 대한 공격적 밸류에이션이 적용되는 시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단기적 반등은 4분기 몇 가지 호재에 의해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성 연구원의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5만3천700원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8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의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5만3천700원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9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한화투자증권, “경기침체 및 매크로 환경과 무관하게 2023년 ‘이익반등 시그널 확인’이 카카오 반등의 선결 조건”

반면에 한화투자증권 김소혜 연구원은 다른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 5000원으로 하향조정한다. 글로벌 동종업체 밸류에이션 하락과 연결 자회사들의 지분가치 하락을 반영했다”면서 “최근 주가는 급락해 여러 우려 요인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경기 침체 및 매크로 환경과 무관하게 이익반등 시그널이 확인되어야 하는 게 반등의 선결 조건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금리 정책 등 매크로 환경 변화보다 카카오 자체의 이익 반등 시그널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단기적인 주가 반전 모멘텀은 광고개편으로 인한 4분기 톡비즈 매출의 반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비즈보드 광고의 4분기 월평균 매출액으로 70억~80억원을 추정한다”면서 “우려요인이었던 인건비와 마케팅비는 신규 인력 채용을 최소화 및 글로벌 웹툰 마케팅 축소로 인해 더 이상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빌리티 택시 매출과 연동되는 외주비와 상각비는 4분기에도 증가할 여지가 있어서,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은 2023년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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