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기업, SKT를 경영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카톡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0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돼 지금은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은 카톡은 그 전까지 SKT 등 주요 통신사가 유료로 제공하던 문자메시지를 대체했다.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기 싫었을 것이다. SKT 고객에게는 문자서비스 요금을 받으면서 자신은 공짜 서비스인 카톡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계열사 사장들을 비롯한 SK그룹 고위 임원들은 식구들이나 친구, 사적으로는 카톡을 쓰면서도 수시로 문자메시지함을 확인해야만 했다.

기업총수들의 자사제품 사용은 기본이다. 몇 년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출근길에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가 갤럭시가 아닌 아이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어! 아이폰 쓰시네요”라면서 그 기자에게 갤럭시를 선물한 일도 있다.

이번 카카오대란의 원인은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SK㈜ C&C의 판교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화재가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이곳에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등 SK 계열사들 뿐 아니라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한민국 양대 포털기업의 데이터가 보관돼 있었다.

화재는 15일 오후 3시19분경 발생했고 3분만인 22분에 서비스 전원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카카오T·카카오맵·다음(Daum)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모두 중단돼 작금의 카카오대란이 빚어진 것이다.

국민메신저, 카톡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서비스 하지만 문재인 정권하에서 거대 공룡재벌이 된 카카오그룹의 시작이었다. 카톡이 SKT의 문자메시지 시장을 빼앗으면서 오늘날의 카카오가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관리를 SK그룹에 맡긴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SK C&C 말고도 삼성 SDS 같은 데이터 관리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최태원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양사의 오너들을 소환한 가운데 앞으로 이번 카카오대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시작되면 카카오와 SK 사이에 분쟁이 예상된다.

현재 양사는 사태의 원인과 책임론을 두고 SK 주식회사 C&C와 카카오가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전체 서버에 대한 전력 공급 차단을 두고 SK C&C는 양해를 구했다 하고, 카카오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용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마친 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 C&C에 낼 구상금 청구 소송의 전초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 C&C는 소방당국의 요청을 받고 카카오 측에 진화하는 데 물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하고 전체 서버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 측은 '양해'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고 일방적인 통보를 통해 전력 차단이 이뤄졌다고 반박한다.

양사는 손해배상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을 세웠는지에도 입장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와 관계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는 17일 오전 공시를 통해 "서비스 정상화 이후 SK C&C 측과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 C&C 측은 카카오가 이 공시를 하기 전후에 SK C&C와 협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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