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문화의 달인 10월은 국회의 국정감사가 있던 달이다. 국감 때만 되면 보조금행정이 논란된다. 보조금의 지원과 규모의 적절성 및 부정수급 문제들이 제기된다. 이번 국감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민간단체 보조금 문제가 거론되었고, 단말기 보조금은 늘 거론되는 주제다. 10월초 윤석열차 만화 사건은 만화공모전을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조건이 정치 작품은 제외한다는 조건이므로 보조금 지급 조건 위반 사유가 발생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행정을 생각하면 각종 규제 정책의 문제점이 먼저 떠오르지만, 각종 보조금으로 특정한 분야나 활동을 지원하는 조성행정도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분야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지원의 보조금, 각종 복지 행정을 위한 보조금등 다양한 보조금이 있다. 보조금을 통한 조성 행정의 규모는 상당하다. 국고보조금 규모는 2022년도 국가예산 607.7조원의 16.8%인 102.3조원에 이른다.

보조금의 지원 규모와 분야 및 배분에 있어서 형평의 문제가 논란이 되는데, 보조금의 설치와 지원 영역 및 규모의 결정에는 정치적 고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특정 산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 지급은 사적영역에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경우이므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논의와 시장 왜곡의 문제가 제기된다. 보조금 분야와 규모가 늘어나고 이를 위한 행정수요 발생은 공공부문을 증대시킨다. 불요불급한 분야까지 지원이 되어서 재정낭비 문제가 제기되고 집행에 있어서 누수현상인 부정수급 문제가 지적된다.

지원정책이 결정되고 보조금이 한번 생기면 없애기는 어렵다. 왜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목적성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기대되는 효과의 발생을 구체적으로 가려보아야 한다. 지원 목적이 달성되었는가를 엄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각 행정부처는 해당 분야별로 보조금을 운용하는데,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이 보조금절차를 총괄적으로 규정한다. 공공데이터 관리차원에서 2017년부터 국고보조금통합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보조금행정의 내역이 e나라도움이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세히 공개되므로 투명성이 증대되었다. 보조금의 규모와 내역이 워낙 방대하므로 세부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보조금 내역중 문화 예술 분야만을 보면 사업 내역이 중첩되거나 명칭만으로 분야가 구분되지 않을 수 있지만 수치상으로 문화예술분야 보조금은 전체 보조금중 2.2%인 2조4천억원 규모다. 전체 국고보조금에서 1위는 사회복지 분야(54.4%)이고, 2위는 농림수산 분야(10.6%)다.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금액 규모에 비해서 내역사업수가 많은데 많은 사업을 지원하는 것으로서 그만큼 지원 내역이 세분화되어서 관리가 쉽지 않다.

문화행정은 성격상 조성행정이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화행정의 기본원칙이므로 문화분야 보조금은 문화발전을 위해서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 문화기본법에 의해서 문화향유권이 도입됨으로써 창작자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문화소비자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게 되었고, 문화환경 지원은 각종 문화행사를 지원한다. 문화영역은 문화복지로 자리매김되었고 복지정책이 됨으로써 지원 규모의 확대가 예상된다. 지원후의 행정목적 달성 평가를 위해서 지원의 효과성을 엄격하게 가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부정 수급 여부를 엄밀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언제까지 지원할 것인가의 일몰제를 논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화 분야에서 복지 영역이 다른 일반 행정 분야에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규모가 큰 보조금에 의한 조성행정도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자발성을 훼손하고 시장을 교란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지자체나 시민단체를 통한 간접 지원의 경우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보조금의 규모와 내역이 확장되는 복지의 시대에는 보조금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생긴다. 전체 재정의 관점에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논해지는 시대에 보조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체 공공부문의 구조적 관점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포퓰리즘의 시대는 수급자의 지위가 권리화되는 문제가 있다. 보조금의 수급자는 당연히 받을 것을 기대하고 공급 측면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정에 개입되면 보조금은 지원해야 할 의무가 된다. 선거에 승리한 정파의 지지자를 위한 전리품으로 사용되거나 정권의 홍보와 지지자 층에 대한 배분 수단이 되어서 중립적이어야 할 행정권력이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보조금의 설치와 운영에 있어서 세심한 고려가 사라지는데, 양면의 이해관계가 결합하여 작동되는 메카니즘을 막기가 어렵다.

보조금의 증가에 따라서 확대되는 재정 부담은 결국은 모든 국민의 부담이다. 포퓰리즘의 시대에 보조금의 설치와 그 운영에 대해서 정치권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견제가 필요하다. 국감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시적인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의 설치에 대해서 국민적 동의 절차가 구조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다수당이나 집권당에 의하거나, 그 분야 또는 그 지역 만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와 논의에 있어서 거버넌스 차원에서 바라보자는 것이다.

해마다 국감 때만 되면 보조금 중 몇 가지를 꺼내서 이슈화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잠잠해지고 보조금 규모와 영역은 해마다 증대한다. 보조금행정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정감사 이후에 내년도 예산 심의가 진행된다.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재정을 깊이 생각해 보고, 그중에서 보조금 행정을 톺아보자.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전 MBC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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